"누구도 안 하는 일, 그 안에 내 역할이 있다"

[인터뷰] 동네책방 큐레이션 책들, 온라인 판매 나선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

등록 2017.07.05 11:54수정 2017.07.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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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 기획전을 널리 알리면서 올해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오는 것 같다. 여기 모인 스무 개의 서점들이 나름 자기 팬을 가지고 있는 책방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효과도 좀 있는 것 같다. 이번 도서전에서 이번 기획전은 '서점이 핫하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전에선 책이 안 팔린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팔려서 모두 놀라고 있다.

그래서 큐레이션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의 역할이 입증됐다고 할까. 서점 주인이 적극적으로 책을 고르고, 적극적으로 그 책을 판매하는 거, 내가 고른 책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게 서점의 역할 아닌가. 이 사람이 책을 들고 있을 때 책을 살지 안 살지 모르지만, 내가 한 마디 거들면서 판매로 이어지는 게 오프라인 서점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게 여기서 입증되었다고 본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괴산 숲속작은책방 백창화씨의 말이다. 이곳에서 지역 서점이 터졌다. 책 사이를 사람들이 가득 메웠다. 도서전에 가봐야 책이 안 팔린다는 말이 이곳에선 예외였다. 책이 없어서 못 파는 '착잡한' 책방 주인도 생겨났다(관련기사 : 품절 사태 책방 주인, 속으로 엉엉 운 사연). 특별전 이름대로 '서점의 시대'를 증명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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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플랜 남창우 대표 ⓒ 최은경


서울국제도서전은 끝났지만 동네서점 큐레이션을 온라인에서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이번에 기획한 #그림만화전은 전국 그림만화전문서점에서 그 지역 작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동네서점지도(bookshopmap.com) 앱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동네서점 전도사'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를 지난 6월 중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책을 안 읽고, 안 팔린다고 하지만 동네서점은 점점 많아지는 분위기다.
"동네서점이 활동 영역을 넓혀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수 요조도 그런데, 음악만 하면 활동 영역이 좁은데 서점을 하면서 자신의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지 않나. 자기 비즈니스를 넓힐 수 있는 모델이랄까.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는달까. 정부에서 미는 것도 생활문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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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도 제주도 편. ⓒ 퍼니플랜



- 생활문화를 정부가 민다? 그건 무슨 말인가.

"생활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활문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그중 가장 마땅한 게 서점이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사람은 제한적인데, 서점 주인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인문지도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봤다(인문지도 프로젝트는 퍼니플랜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속초,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제주의 6군데 도시를 찾아다니며 만든 인문지도다. 남 대표가 직접 이 지역의 동네서점을 답사하며 책방지기가 소개하는 인문 공간을 중심으로 엮었다. - 기자말). 올해도 한다. 작년에 했던 도시 외의 도시를 해야 한다."

- 이번 #그림만화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
"계속 펀딩을 받아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동네서점이 사랑한 책들>, <여행자의 동네서점>을 출간했다. 사실 나는 기획자다 보니 오프라인 출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그런데 또 사람들이 전자책은 안 산다. 종이책은 오히려 (책은 안 보고, 안 산다는) 젊은층에서 인기다. 나는 그것의 본질이 인스타그램이라고 본다. 어떨 때는 책을 낸 부수보다 예쁜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시글이 더 많다. 여튼 책을 내서 생기는 수익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쓴다.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서 뭔가를 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 이걸 계속 반복하는 거다. #그림만화전도 그런 차원에서 6개월 전부터 준비했고 이게 끝나면 시, 소설전 같은 걸로 이어갈 거다."


- 독자들이 어떻게 참여하나.
"퍼니플랜 블로그, 동네서점 마켓에서 책을 사면 된다(웃음). 그리고 각 서점마다 행사가 열리면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7월에는 5일 오후 9시 대구 하고(hago) X 이숙현 작가와의 만남이 있고, 12일 오후 9시에는 제주 딜다책방 X 이승미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

- 혼자 이 일을 다 하나.
"처음부터 혼자 하진 않았다. 그래서 웹서비스 기획자로서 할 일을 못하고 있다(웃음). 콘텐츠 중심으로 퍼블리싱(출판) 한다. 그 콘텐츠 안에는 앱도 포함한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애매할 수도 있다. 단행본 출판, 계간 동네서점, 미디어 출판, 앱 서비스 출판 등 퍼블리싱을 하면서도 매출이 늘지 않는 일이니까. 당연하다. #그림만화전 같은 경우도 큐레이션한 그림책을 동네서점 마켓을 통해 파는데 나한테 사는 게 아니고 포스팅 노출이 만뷰까지 가도 리액션을 따질 때 0.1%가 구매를 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니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책방 중심으로 사고한다. 책방 노출에 성공하면 그걸로 만족한다. 동네서점 마켓도 내겐 실험이다. 온라인을 통해 특화된 상품을 사는지 실험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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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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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봄날>에서 큐레이션 한 책들. ⓒ 최은경



- 그나마 다행인 건 동네서점이 늘고 있다는 건가?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열리기 전만 해도 지켜보는 입장에서 불안했다.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어 동네서점 트렌드가 꺾이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사실 이번 도서전은 동네서점때문에 잘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내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니즈, 그게 있으면 계속 한다. 나를 동네서점 전도사라고 부르지만, 나는 동네서점에 투자하는 거다.

누구도 안 하는 일이었는데, 내가 하니까 다들 좋아한다. 보는 사람도 좋아하고 책방 주인들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내 역할이 있다고 보는 거다. 나는 기획자이면서 기술자다. 기술력 있는 사람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출판 산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많은데 실제로 뭔가 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안 되니까(웃음). 아무도 안 하기때문에 그나마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동네서점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책을 사는 층이 달라졌다. 통계적으로 20대 여성이 책을 많이 사야 한다. 그런데 책 주구매층을 보면 30대 후반이랑 40대 초반 연령대가 책을 가장 많이 산다. 이 말은 어딘가에 20대 여성들의 구매욕을 부르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있다는 말이다. 도서정가제때문에 도서전 안 간다고 하지만, 그게 아닌 게 이번에 증명됐다.

20대는 가장 액티브하게 소비하는 세대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20대 후, 30대 초를 잡아야 한다. 그런 세대 취향의 책들이 동네책방에 있는 거다. 지난 세계책의날 행사할 때 청계천에서 책을 팔았다. 동네서점에서 사랑한 책들, 추천한 책들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기존 출판사들은 기존에 사던 사람의 성향(30대 후반~40대 초반)에 맞춰 책을 낸다. 그럼 20대들이 볼 수 있는 책은 어디에 있나? 독립서점에 있다. 이번 도서전을 봐도 책방에서 파는 책을 많이 샀다. 방송에서도 1인 출판 예능인 <냄비받침> 같은 걸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다.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대형 서점들도 변하고 있다. 기존의 책들을 독립서점에 맞게 내기도 한다. 새 책이 나오면 작은 홍보책자 굿즈를 만들어서 독립서점에 뿌리고. 책 자체도 독립출판스럽게 만들고 책 표지나 이런 것도 많이 바뀐다. 왜? 20대를 잡기 위해서다. 20대를 잡아야 산다."
#동네서점 #남창우 #그림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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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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