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여수 '사도'... 산림·토지 훼손 심각

천연기념물 지정된 문화재보호구역 무색, 시는 대책 세워야

등록 2017.07.14 07:24수정 2017.07.1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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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을 앓고 있는 사도. 파란선으로 표시된 중도(앞)와 장사도(뒤)가 포크레인에 파헤쳐지고 산림이 훼손되고, 빨감 점선안의 추도는 바위를 깨서 반출한 흔적이 있다. ⓒ 오병종


전남 여수시 사도 구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장사도와 중도, 그리고 추도가 심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장사도와 중도는 포크레인이 몇 대 상주하면서 작업 중이다. 산림과 토지의 훼손이 심하다. 훼손 구역은 모두 한 사람 개인소유의 땅이다.

사도 구역은 본섬인 사도, 중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추도 등 5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 군락(이하 '사도 구역')이어서 통상적으로 구역 전체를 그냥 '사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사도 구역에는 포크레인이 여러 대 상주하면서 작업 중이고, 산림 훼손과 토지 형상변경이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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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옆 중도에서 작업중인 두 대의 중장비가 12일 찾아간 점심시간에 잠시 쉬고 있다. ⓒ 오병종


추도를 비롯한 사도 구역 일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와 퇴적층에 대해서 지난 2003년부터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기자는 12일 여수시의 '여수 낭도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및 퇴적층 주변 현상변경에 따른 현장조사'팀과 합류해 사도에 들어가서 심하게 훼손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수시는 지난 2일과 4일 사도 주민의 민원과 화정면으로부터 훼손에 관한 동향보고를 받고, 이날 전남도 문화재위원 2명과 함께 현장조사를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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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섬안에는 나무가 파헤쳐져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 오병종


현장조사팀이 먼저 들른 장사도는 산림 훼손이 이미 이뤄졌고, 포크레인으로 해안과 산에 넓은 길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곳곳에 흙더미가 쌓여 빗물에 밀린 토사가 바다로 흘러내려 간 흔적도 목격할 수 있었다. 추도 맞은 편의 장사도 해안에는 중장비를 운반하도록 불법 접안 시설과 해변 경관을 해친 해안선 진입로가 조성돼 오래전부터 계획적으로 작업을 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사도 마을 이장 장동식씨는 "포크레인 들어오고 길 닦고 하는 작업은 3~4개월쯤 된다. 땅 주인이 마을 주민들에게 자기 땅에 메밀이나 유채를 심어 하화도처럼 꽃이 많이 피게 할 거라고 하면서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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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해수욕장이 보이는 작업현장 ⓒ 오병종


사도 본 섬 옆 중도에서도 포크레인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들어선 시설물인 파고라의 배수로가 막히게 주변 흙이 돋아지고, 관광안내판 주변도 흙을 쌓아 안내판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훼손 상황을 보고 "엄연히 불법이다"고 밝히고, 주민 민원 이후 곧바로 방문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그 사이 날씨가 좋지 않아 배편에 어려움이 있었고, 전남도에 의뢰한 문화재 위원들과의 방문날짜를 조정하느라 늦게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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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현장 조사에 나선 전남도 문화재위원인 김용준 전남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부) ⓒ 오병종


조사에 참여한 전남도 문화재위원인 김용준(전남대 명예교수, 지구환경과학부)씨는 "훼손 이전에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미 훼손이 된 이후는 어렵다. 통상 한번 파괴는 복원 불가로 보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상 준수할 사항이 많고, 굳이 문화재 구역이 아니더라도 훼손이 된 것을 이제야 파악한 것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은 "목측으로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으로 보이는데, 평가를 하지 않아서 시에서도 무슨 공사인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하며, "더구나 문화재보호법 대상지일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니까, 공사를 지금이라도 중단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께 조사에 참여한 전남도 문화재위원인 김희우 교수는(호남대 조경학과) "직접 돌아보고 훼손이 많이 돼 가슴이 아프다. 지금의 훼손 상황은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한 주문을 하고,

아울러 "사도의 이번 개발이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을 분들이 지역 발전과 연관이 된 문제라고 주장한다면 장기적으로 문화재 보호와 지역의 경제를 잘 아우르는 공통점을 찾아야 하리라고 본다.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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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의 불법접안시설이다 시는 원상복구명령을 할 예정이다. 장사도 앞 맞은편에 추도가 보인다. ⓒ 오병종


이에 대해서 시 조사팀은 "훼손과 관련해서 내용별로 각 담당 부서에서 맡아 원상복구조치와 고발조치 등을 취할 것이다"고 밝혔다.

장사도와 중도가 포크레인에 의한 훼손이 심하다면, 추도는 누군가 퇴적층의 바위를 훼손시키고 있어서 추도 역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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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내와 추도를 오가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여수시문화해설사 조영희씨가 12일 인위적 훼손 현장을 안내하고 있다. ⓒ 오병종


여수 시내와 추도를 오가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여수시 문화해설사 조영희씨는 "누군가 바위를 깨고 이곳 퇴적층의 다양한 형태의 화석들을 반출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3~4일 주기로 산책하면 누군가 왔다 간 흔적이 있고, 퇴적 화석들이 잘려 나가 있다. 또 뭔가 표시를 한 흔적도 발견되기 때문에, 그건 학문적 연구로 여겨지지만, 지속적으로 채취해간 흔적이 보여서 걱정이다. 특이한 퇴적 바위를 누군가 수집해 가는 행위라면 심각하다고 본다."

수년 동안 추도의 다양한 퇴적층의 바위와 공룡화석 등을 촬영해 온 여수 섬 사진 전문가 박근세 작가도 "이전에 와서 본 것과 달라진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서 "자연적으로 파도에 밀려 풍화작용으로 보기 어려운 날카로운 절삭 흔적이나 무슨 표시가 있는 것을 보더라도, 분명히 누군가 이곳 추도 화석층의 바위를 손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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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사진작가 박근세씨도 풍화작용이 아닌 인위적 훼손이라고 말하는 추도의 화석 훼손 현장 ⓒ 오병종


여수시에서는 이미 이런 훼손 상황을 파악해 주변에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 관계자는 "순천대학교에서 연구차 문화재청 허가를 얻어 채취한 것은 나중에 확인됐다"며, 누군가 지속적으로 퇴적 암석들이 훼손하거나 반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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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서 바라본 증도(시루섬)의 아름다운 모습 ⓒ 박근세


사도 이장인 장동식씨는 훼손 예방을 하는 데는 지방정부의 문화재관리인 제도가 좋았다고 지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남도에서 운영하는 문화재 관리인이 있었다. 사도를 관리했다. 그런데 예산 때문인지 없어졌다. 사도 구역에 한사람이 지정됐을 때는 관리인이 문화재 구역 청소도 하고, 누군가 의심스러운 징후가 있으면 신경 써서 감독도 하고, 토석채취나 훼손 우려가 있으면 예방조치도 하고 그랬다. 자기 살기 바쁜 세상인 데다, 주민 대부분 고령 세대여서 일반 주민이 나서서 요사이는 굳이 감 놔라 배 놔라 안 한다. 문화재 관리인제도는 사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섬 지방은 특성상 꼭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게재했습니다.
#사도 #추도 #사도훼손 #장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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