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도하는 그림 여행기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만, 중국, 베트남을 여행하며 만난 동물들, 그들 삶의 단편을 그림과 짧은 글로 전합니다. 혼자 천천히, 꾸준히 그리는 그림의 성숙 과정도 느긋하게 감상해주세요. - 그리고 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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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샤먼(廈門)에서 ⓒ 이명주
중국 샤먼(廈門)의 한 뒷골목. 전날 밤 보았던 경극단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배우의 아들인 지 어린 소년이 저보다 더 큰 시베이란 허스키와 놀고 있었다. 지척에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최첨단 빌딩과 대조되어 마치 그곳만이 오랜 흑백 화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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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 이명주
대도시일 수록 동물들의 경계심도 크다. 공원에서 만난 검정 고양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몸을 숨겼다. '사람은 피해야 해' 하는 마음을 어쩌다 품게 되었을까. 가엾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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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 이명주
끔찍했던 중국 '상하이동물원(上海西公园)'. 대부분의 동물들이 삭막하기 그지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있었다. 그 와중에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유리로 된 동물들 우리를 손으로 퍽퍽 치며 괴성을 지르는 현지인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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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쑤저우(?州)에서 ⓒ 이명주
중국 쑤저우(苏州), 숙소에서 먹거리를 사러 나섰다 본 비둘기떼. 한자를 몰라서 식용인지 관상용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을 날게끔 타고난 새들이 몇 걸음 뗄 수도 없는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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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쑤저우(?州)에서 ⓒ 이명주
쑤저우에서 내가 묵은 숙소에 살던 고양이 '따이따이'. 취미는 손님 침대에서 자기. 장기도 손님 침대에서 자기. 내 침대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웬만해선 깨울 수 없었다. 침대를 함께 쓴 덕에 혼자 여행의 피로와 고독감을 많이 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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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쑤저우(?州)에서 ⓒ 이명주
쑤저우 핑장루(平江路)의 한 옷가게. 순하게 생긴 개가 꼼짝도 않고 입구를 지키고 앉았다. 하지만 일상에 지친 듯 무척이나 심심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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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홍콩에서 ⓒ 이명주
홍콩의 침사추이(尖沙咀)역과 몽콕(旺角)역 사이 어느 작은 공원으로 가는 계단길. 아기개가 한 뼘 겨우 되는 계단을 힘겹게 그러나 꿋꿋이 내려가고 있었다. 너무 깜찍해서 그때까지 새고 있던 계단 수를 까먹었다.
같은 길에서 91세 현지인 할아버지도 만났는데, 그 둘을 돌아보는 마음이 애틋하고도 묘했다. 이제쯤 아기개는 저까짓 계단 일도 아닐 만큼 컸을 테고, 할아버지도 건강히 92세를 맞이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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