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적폐청산' 반박하고 출국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관련해서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시작했다'며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10일부터 시작된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에는 3일만에 7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남소연
"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적반하장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집권 시기는 물론이요, 박근혜 정부 내내 국민들이 품어왔던 MB 정부의 부패와 불법을 향한 '합리적 의심'의 퍼즐이 현 정부 들어 조금씩 맞춰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감정풀이"와 "정치적 보복"이라니. 그런 표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MB 국정원의 '논두렁 시계' 공작에나 쓸 만한 수사 아니겠는가.
이어지는 내용들도 식상 그 자체였다. '국론분열'과 '외교안보'와 '경제' 위기 운운하는 꼴이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딜 봐서 작금의 국민 정서가 '국론분열'인가. 실제로 수많은 인사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고, 국민의 혈세로 극우 단체를 동원해 '국론분열'을 조장한 것이 MB 정부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위기 운운하는 동시에 "그러나 (국가를)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습니다"라며 국민들을 겁박하는 태도 역시 여전했다. 하지만, MB가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인터뷰 후반에 걸쳐 있었다. 평소처럼 꼼꼼하진 않았지만, 그 메시지는 꽤나 구차하면서 명확해 보였다. 요약하자면, '내 죄를 더 이상 묻지 말라' 랄까.
구차한 MB의 변명"그러나 (우리나라가) 그 짧은 시간에 발전하는 동안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인 측면보다도 훨씬 크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서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개혁해 나가되 긍정적인 측면은 이어나가야 합니다."풀이하자면, 이 정도이지 않을까.
'내 집권 시기에 부정적인 측면(불법과 민주주의 파괴, 권력 남용 등등)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그걸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부정이 있더라도 내 죄를 물으면 안 된다. 국정원 등 일정정도 개혁은 하더라도, 나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법정에 세우지 말아 달라.'이어진 답변은 더욱 구차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 사건과 정치 개입 의혹을 두고 MB는 "그런데 이런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했다. 그에 앞서 "우리가 외교, 안보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재차, 삼차 강조하기도 했다.
구차하고 또 구차하다. 국정원의 개혁과 MB 청와대의 지시 아래 군이 자행한 불법적인 사안들은 '외교'나 '안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를 "감정풀이"와 "정치적 보복"으로 연결 짓는 것이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린' 설레발일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감정풀이"와 "정치적 보복"이야말로 MB 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 그리고 이른바 '진보'와 '좌파' 인사들에게 자행했던 일임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과 함께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우선은 저희가 눈곱만큼도 이른바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되고 처벌받는 게 맞습니다."MB에 이어 카메라 앞에선 이동관 전 수석의 말이다. 그렇다.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이 잘못한 것 명명백백 밝혀져야 하고 처벌받는 게 이 전 수석 본인이 언급한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격"을 위한 일이란 얘기다. 그런데, 무슨 말이 그리 구차한가. 이 전 수석의 인터뷰 내용 역시 MB와 다를 바 없었다.
귀국 후 상식 지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