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합과 평화, 그리고 윤이상

이제는 이념의 테두리에서 윤이상 선생 놓아드려야

등록 2018.02.02 09:28수정 2018.02.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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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이상 선생(1917~1995) ⓒ 윤성효


이제 곧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축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세력과 일부 언론은 평창올림픽의 의의나 목적보다는 문재인 정권을 흠집 내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현송월이 무엇을 입고 먹는 게 그리 중요한 사안인가. 평창조직위원인 나경원 의원은 IOC에 '남북 단일팀 반대 서한'까지 보내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올림픽마저 이념논쟁의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윤이상 선생이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 보수언론 일간지와 윤이상 선생 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기사는 필자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하고 윤이상 선생에 대해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아차' 싶어 깊이 생각을 해 봤다. 보수당과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깨거나,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항상 이념논쟁의 프레임에 벗어나지 못하고, 분열과 갈등의 불씨는 항상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둔 이념의 테두리에서 윤이상 선생을 놓아 드려야 한다. 선생을 품기에 우리 가슴은 아직 작다. 좀 더 적극적으로 선생에 대한 업적, 삶과 철학을 따라가 보고, 오롯이 우리 시민들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작곡가 윤이상 선생은 세계 음악의 중심에서 선 세계적 거장이다. 하지만 음악만으로 선생의 일생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평화, 민주화에 대한 열망 또한 선생의 일생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은 이 땅의 굴곡진 현대사에서 선생을 논란의 중심으로 몰아갔다. 정치이념을 초월한 민족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를 소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단된 조국의 정치세력들은 선생을 이념논쟁의 테두리 안에 가두었다.

선생의 삶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의도적으로 거부되었고, 자극적인 몇 가지 장면으로 선생의 일생이 규정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지속된 이념정치는 선생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거부하고 정권의 성향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온 것이다.

지난 2017년은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이었다. 서울, 유럽 여러 곳에서 많은 행사가 있었고, 선생의 음악과 철학에 대한 조명이 활발했던 한 해였다. 선생의 고향인 통영에서도 작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선생의 생가터 부근에 조성된 기념관의 명칭을 조례 개정을 통해 '도천테마기념관'에서 '윤이상기념관'으로 변경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고향 통영에서 선생의 이름과 명성이 복권되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윤이상 선생에게 씌어 있는 '정치적 굴레' 벗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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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도천동 '윤이상기념관' 전경. ⓒ 통영시청


기념관 명칭 변경에 이어, 음악당의 명칭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윤이상음악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명칭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름을 찾아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선생이 음악과 삶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민족의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

올해 통영시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선생 묘소의 통영 이장은 선생과 유족들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예향이자 음악 도시의 명성을 가진 우리 통영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선생은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독일에서 살았다. 세계의 중심에서 거장으로 성장한 뒤에도 항상 고향 통영을 그리워했었고, 그의 성공의 대부분을 고향에 돌렸다. "나는 충무에서 자랐고, 충무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인 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서 나의 평생 작품을 써 왔습니다. 내가 구라파에 체재하던 38년 동안 나는 한 번도 충무를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이 고백은 통영에 바치는 선생의 뜨거운 사랑이자 한없는 그리움이다.

이제 선생에게 씌어 있는 정치적 굴레를 벗겨 드려야 한다. 그리고 선생을 이념의 테두리에 가두고 이용하려는 세력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떳떳하게 불러 드리지 못했던 선생의 이름을 이제는 당당하게 불러야 한다. 그것이 이 땅과 고향을 지극히 사랑했던, 세계적 거장에 대한 음악 도시 통영시민이 해야 할 의무이다. 선생이 우리에게 바라던 것은 화합과 평화였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배윤주 시민기자는 통영시의회 의원입니다.
#윤이상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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