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회의원, 지방선거 출마 자제해야

등록 2018.02.13 10:41수정 2018.0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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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지방선거 출마 입질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양승조, 오제세, 전해철, 박남춘, 우상호 의원이 각각 충남지사, 충북지사, 경기지사, 인천시장,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야권에서도 경북지사 후보를 두고 김광림, 이철우, 박명재 의원이 경쟁한다. 이외 공식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의원이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로 거론된다.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는 정치발전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능력 있는 단체장의 등장'은 이들의 출마와 정당의 출마허용을 정당화시키는 도구일 뿐, 엘리트정치-책임정치-정당정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부정적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

먼저 엘리트정치 측면이다. 정당은 당내 직책 경선과정에서 주요 인재를 훈련시키며, 각종 역할을 통해 리더십을 갖추게 하고, 공천을 통해 이들을 공직선거 후보자로 만들어 당선시킨다. 바로 정당의 기능 중 하나인 정치지도자의 충원이다. 그런데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정당공천을 받아 후보로 출마하면, 정치지도자의 충원범위가 굉장히 좁아진다. 관료 출신이나 시민운동가 등 다른 직군이 출마선언을 포기하게 된다. 당내 지분을 가진 의원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온밥통을 끌어안고 있는 자가 계속 더 큰 보온밥통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책임정치 측면이다. 의원은 지역의 대표자임과 동시에, 국민의 대표자로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결산심의권을 가진 국회의 구성원이다.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사퇴시한인 선거일 30일전까지 그 신분을 유지한다. 하지만 인지도 높이기와 경선 준비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과 정치적 행보를 스스로 폐기하는 셈이다. 당내 경선 통과 후 당선되든 낙선되든 출마한 의원만큼 정수에 공백에 생겨 그만큼 국회의 정당성이 낮아진다. 재선거로 인한 국가 재정의 낭비도 문제이고, 선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과 대표자 부재에 대한 상실감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당정치 측면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획득과 유지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를 공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서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선언 및 경선 참여는 매우 근시안적이다. 높은 지명도로 인해, 공천 과정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선거 승리 가능성도 확연하게 높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재풀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고정으로 인해 국민이 식상해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와 이들의 효율적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벗어나기 때문에, 정당정치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 중 하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적으로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선언과 출마를 막을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두면 되기 때문이다. 유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다(98헌마214).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원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이 보통선거에 위반되며 피선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해법은 각 정당이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자제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기 중 사퇴하면 당선 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선거비용과 반환받은 기탁금을 환수하고, 보궐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정 정당 혹은 정치인에게 매몰된 지지자는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에 환호를 보낸다.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자가 승리해야 한다는 잘못된 기대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맹목적 지지는 주권자인 국민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정치인과 정당은 자신을 추종하는 국민을 더 이상 주인으로 받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이 계속되면 정치인은 지배자가 되고, 국민이 종이 되는 지위 역전 현상이 출현한다. 무조건적 추종을 이용해 소수가 계속 지위를 상승시키면서 모두를 가지고, 대부분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은 팬심이나 정파보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살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경남도민일보에 송고하였습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지방선거출마 #시도지사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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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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