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그림
길벗어린이
숲할매한테 고개를 홱 돌린 큰아이는 숲으로 깊이 접어든 뒤에 "아무 말도 듣지 않"습니다. 나무가, 새가, 조롱박이 큰아이한테 '그리로 가면 안 돼. 그쪽은 네가 갈 길이 아니란다.' 하고 알려주지만, 어떤 "말도 안 듣"습니다. 그저 제멋대로 나아갑니다.
이다음으로 둘째도 첫째처럼 제멋대로예요. 마지막으로 셋째는 제멋대로 굴지 않습니다. 바쁘더라도 곁을 살피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돕습니다. 무엇보다도 셋째는 "말을 잘 듣"습니다.
"그렇구나. 참 고마운 말인걸." 사부로는 배가 알려준 대로 남쪽 가지에 올라가 맛있어 보이는 배를 잔뜩 땄습니다. 그런데, (29쪽)
우리가 삶을 새롭게 가꾸면서 하루를 지을 적에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몸(힘)에 맞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남이 하라는 대로 섣불리 따라가다가는 지치거나 나가떨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판에 곁에서 도와주려고 하는 목소리나 손길이 있다면, 가만히 귀여겨들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무엇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듣고서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낯선 곳으로 길을 나설 적에 아무한테도 길을 안 묻고 내 맘대로 갈 수 있습니다. 길을 잃든 헤매든 맴돌이를 하든 쳇바퀴돌이를 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가시밭길이어도 씩씩하게 헤쳐 나아가 보기도 해야 합니다. 다만 "곁에서 하는 말을 못 듣는" 몸짓이라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도 못 듣는" 몸짓이 될 수 있어요. 아무렇게나 나아가는 몸짓이 아닌, 여러 목소리를 고루 '들어' 보고서 제대로 생각을 지핀 다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갈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 <세 형제와 신기한 배> 속그림
길벗어린이
그림책 <세 형제와 신기한 배>는 예부터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슬기 가운데 '듣기'를 넌지시 알려주려는 뜻을 담았지 싶습니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목소리를 들었다면, 숲에서 나무랑 새랑 풀꽃이랑 풀벌레랑 뭇목숨이 들려주는 소리도 들을 줄 알기를 바라는 뜻을 아이가 재미있게 알아차리기를 바라며 지은 이야기이지 싶어요. 그리고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아픈 줄 안다면, 우리 곁 다른 이웃도 살필 줄 아는 눈썰미, 곧 '아프다고 말하는 이웃 목소리'에 마음을 기울여 들을 줄 알기를 바라는 뜻도 담았을 테고요.
귀를 기울여 봐요.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귀를 쫑긋 세워 봐요. 멧등성이 너머로 떠오르는 해님이 포근한 볕을 흩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다시 귀를 가만히 대 봐요. 곁님 숨소리하고 아이들 숨소리를 들어요.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서 흐르는 사랑소리를 고이 들어요.
세 형제와 신기한 배
히라노 다다시 글, 오타 다이하치 그림, 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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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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