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사랑의 고픈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최다혜
"어머어머어머어머! 우리 아기! 감기 걸리면 어떡해~ 어서 옷 입자.""콜록, 콜록" (감기 걸린 흉내내는 큰 딸)전쟁 같은 옷 입히기도 한 방에.
"우리 아기, 아~ 옳지 옳지. 잘 먹네! 너무 잘 하네!"숟가락 내동댕이치는 일도 이젠 끝.
"까꿍~""하하하! 엄마 없다!"18개월 때 하던 까꿍 놀이. 유치해서 외면할 줄 알았는데 깔깔 웃는다.
"아이고, 연우도 아직 아기인데... 동생 챙겨주는 거야? 이렇게 이쁠 수가."동생이 심심해서 울면, 먼저 달려가 달래주기까지!
요란한 호들갑과 고조된 목소리, 얇은 갈색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 그리고 무한한 애정을 담은 눈빛과 '우리 아기'를 강조하는 한 마디, 한 마디. '선제퇴행, 우쭈쭈' 작전으로 남편과 내가 먼저 아이를 퇴행시켜 줬다. 사랑이 고픈 아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수북히 담아 건냈다.
큰 딸은 아기 대접을 기꺼이 누리며 행복해했다. 허전했던 마음을 채우고 나니, 요즘에 동생을 돌봐줄 여유도 부린다. 장난감 자동차를 빨고 있으면, '먹지마~ 더러워~' 하더니, 치발기를 가져다준다. 사랑을 받아본 자만이,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영화처럼 큰 딸의 퇴행이 '짠!' 하고 멈추진 않았다. 여전히 울고, 떼쓰고, 엄마 팔베개와 엄마가 직접 덮어주는 이불이 아니면 잠을 안 잔다. 엉덩이 두드리며 재워달라고도 하고, 자장가도 필요하단다.
큰 변화를 바라지 않았다. 동생을 미워하지 않기를 바랐고, 딸의 편안한 표정을 보고 싶었다. 다행히 자주 웃는다. '선제퇴행, 우쭈쭈' 작전으로 작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부모가 되는 길육아하면서 아찔한 순간들을 많이 맞딱뜨렸다. 부모 눈길이 고파서 떼쓰고 우는 아이에게, '그만 좀 해!' 인상쓰며 소리쳤다. 그런 나를 보고 움찔하던 그 표정. 설거지 하다가, 세수 하다가, 밥 먹다가 불쑥 떠오른다. 그럴 때면 몸서리 치며 눈을 질끈 감게 된다.
하지만 후회만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컸다. 어서 머리를 써 해결 방법을 찾고, 몸을 움직여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두 아이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 했던 과거를 곱씹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모든 동식물이 부모가 되지만, 오직 인간만이 본능을 딛고, 합리적 고민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최선을 모르지만, 차선을 택한다.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맞는다. 어떻게 하면, 무엇을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실천한다.
'매우' 어설프지만 진심과 정성을 다해 아이를 들여다봤다. 책을 읽고, 정보를 뒤졌다. 덕분에 프로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었음에 만족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등원한 우리 '아기'가 하원하면, 잘 했다고 안아주고, 뽀뽀하고, 노래하고, 춤도 춰야겠다. 합리적 부모라는 거창한 구호 앞에 찾은 '선제퇴행, 우쭈쭈' 작전,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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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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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따라 퇴행 시작한 큰아이, 이렇게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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