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딱따구리가 남긴 흔적
고양생태공원
숲속의 타악기 연주가 오색딱따구리입니다. 우리 공원을 대표하는 깃대종인 오색딱따구리. 생태교육센터 외벽이 나무라서 둥지를 만들려고 벽을 쪼아대는 것이 분명합니다. 둥지를 지으려면 아무도 없는 밤에 몰래 할 것이지, 한낮에 뭐하는 짓이야. 생태수업을 방해하고 있잖아. 오색딱따구리에게 귀띔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건물의 제일 높은 곳에서 드러밍(Drumming 드럼을 치는 듯한 소리)을 하고 있으니 그저 멈춰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벽을 손으로 두드렸습니다. 그 울림이 퍼졌는지 잠시 흔들림이 멎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동안이었습니다. 1~2분 정도 지나자 소리가 다시 들리면서 강의실이 흔들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리에 더 힘을 줬는지 흔들림이 더 심해졌습니다. 소리도 더 커진 것 같았습니다. 소리와 울림이 적당해야지 참고 교육을 이어나갈 텐데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오색딱따구리 선생님, 그만 좀 하시죠. 둥지는 저기 자작나무 숲에다 지으세요. 여기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번에는 더 힘껏, 더 오래 벽을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소리와 흔들림이 멎었지만, 이번에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건물이 흔들리고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오색딱따구리는 결국 위대한 연주를 멈췄습니다. 둥지를 지으려고 찾은 나무가 절대로 안전한 둥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벽 뚫기를 단념했을 것입니다.
교육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와 생태교육센터 건물을 확인하니, 외벽 꼭대기 부분에 이미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구멍 크기가 제법 큰 것을 보니 딱따구리의 드러밍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건물에 없을 때부터 구멍을 뚫다가 경계심이 느슨해져 낮에 구멍 뚫기에 도전한 것 같습니다. 둥지를 완성할 때까지 몰랐다면 생태교육센터에 오색딱따구리가 살림을 차릴 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