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km 철쭉의 파도 타기, 넋을 잃고 보겠네

[지금 거기에 가면 19] 보성, 장흥 일림산~제암산 철쭉 산행

등록 2018.05.02 07:59수정 2018.05.0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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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철쭉 일림산 정상부의 철쭉 군락. 산 전체를 뒤덮은 철쭉과 득량만 바다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 홍윤호


5월의 꽃은 철쭉이다. 비록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꽃이라 개꽃으로 평가절하되긴 했지만, 적어도 꽃이 보여주는 풍경만으로는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참꽃이라 불리는 진달래꽃보다 떨어질 것이 없다.

대개 평지나 도시에서는 4월 중순부터 이미 피는 꽃이고, 4월 말이면 절정을 이룬 다음 5월 초부터 지기 시작하지만, 산 위에서는 4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에 절정을 이룬다. 산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5월 초~중순에는 남부지방, 5월 하순~말에는 중부지방의 산에서 산상 화원을 이룬다. 


철쭉도 진달래꽃이나 벚꽃처럼 한데 모여 군락으로 피어 있을 때 아름답다. 많을수록 더욱 예쁘다. 즉, 1+1=2 이지만, 10+10=100, 100+100=1000 의 효과가 난다. 꽃 한 송이가 갖는 개성과 매력보다 수많은 꽃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매력이 훨씬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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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 인간이 먹을 수 없는 꽃이라 참꽃 진달래에 비겨 개꽃이라 하지만, 꽃 자체는 날씬하고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 홍윤호


그래서 철쭉은 군락을 보아야 한다. 특히, 그 군락이 산중에 펼쳐지면, 산이 보여주는 곡선의 미와 어울려 꿈틀거리는 붉은 융단을 이루기에 더욱 장관이다. 산중에 바람이라도 불면 그 융단은 붉은 파도를 이루어 사람들의 눈에 쓰나미처럼 들이닥친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산 밑에 부는 바람과 차원이 다르다. 실제 바람 부는 날 산철쭉꽃밭을 겪어보면 그 붉은 파도에 휩쓸릴까 두려움이 일 정도다. 이 철쭉의 붉은 파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철쭉 산행을 할 수 있는 곳, 전남 보성과 장흥에 걸쳐 있는 일림산과 제암산이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 소재지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서쪽으로 제암산, 남서 방향으로 사자산, 남쪽으로 일림산이 웅치면을 병풍처럼 둘러싸듯 휘 돌아가는 산줄기들이 인상적이다. 규모는 작지만 하나의 완결된 세상을 보는 듯하다.

이 산줄기들은 12km에 걸쳐 이어지는데, 말발굽처럼 길게 휘어진 능선을 따라 곳곳에 철쭉꽃밭이 펼쳐져 있다. 그 중 제암산 정상부의 철쭉꽃밭과 일림산 정상부의 철쭉꽃밭이 유명하고 그만큼 훌륭하다.


능선 따라 긴 산행을 해도 매력적이고(이럴 경우 6시간 이상 시간을 잡는다), 산 하나를 선택해 집중 산행을 해도 괜찮다(넉넉히 3~4시간 잡으면 된다). 그곳에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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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정상부 철쭉 군락지 삼각형의 정상부를 모두 덮어버려 핑크 모자를 쓴 것 같다. ⓒ 홍윤호


일림산 철쭉 산행 - 삼각형 산 정상을 뒤덮은 붉은 장관

높이 667m.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크게 유명하지도 않다. 평상시에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데, 5월 초만 되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철쭉을 보기 위해 찾아든다. 올해는 산 아래에서 5월 5일부터 7일까지 철쭉제를 여는데, 정상부 철쭉꽃이 만개하는 때도 이때쯤일 것 같다.

보통 일림산 산행은 용추계곡 용추폭포에서 시작한다. 한치재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용추계곡에서 올라간다. 입구에서는 해마다 일림산 철쭉제가 열리지만 규모는 작다. 축제 구경보다는 산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편백나무숲이 멋지다. 이름나지 않아 우연히 발견하는 맛이 있어 좋다.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수직으로 뻗어간 편백의 줄기들이 햇빛을 막아주는 우산처럼 느껴진다. 뜻하지 않게 보너스 포인트를 받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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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편백나무숲 산에 오르는 길에 만날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편백이 늘씬하고 날카롭기까지 하다. ⓒ 홍윤호


전체적으로 산행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어느 산이나 대개 그렇지만,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올라가니 다른 산들에 비해 그다지 험하지 않다. 일림산 능선 쪽으로 올라가면 산길의 경사도가 심해지지만, 그래도 골치재를 거쳐 정상까지 가는 3.2km의 코스는 크게 힘들지 않다. 특히, 정상부 근처로 갈수록 철쭉의 붉은 빛이 산길과 능선을 휘감으면서 기대감이 커지기에 발길도 빨라진다.

일림산 정상을 둘러싼 철쭉꽃밭은 마치 삼각형의 핑크빛 모자처럼 정상부를 완전히 덮어버렸는데, 그 엄청난 군락미에 감탄사가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전달할 수 없다. 오히려 사진이 현장의 풍경을 깎아먹는 느낌이다.

힘들여 걸어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이 일림산 철쭉의 장관, 산 정상과 능선을 붉은 파도가 들이치는 듯한 풍경은 한동안 넋을 잃을 만한 장관이다. 

더욱 좋은 것은 이 산이 바닷가에 솟은 산이라 보성 앞바다 득량만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는 점이다. 보너스 포인트를 하나 더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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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 철쭉 군락지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붉은 철쭉, 바람이 불면 온산이 흔들거려 두려움까지 준다. ⓒ 홍윤호


제암산 철쭉 산행 - 능선을 따라 붉은 띠를 이룬 철쭉의 퍼레이드

전남 보성군과 장흥군을 가르며 우뚝 솟아 있는 제암산은 정상 바위군의 모양이 층층이 3단의 임금 제(帝) 형상인데다, 주변 바위들이 이 바위를 향해 엎드린 형상을 했다 하여 임금바위산, 제암산(帝岩山)으로 불린다.

해발 807m이지만, 사자산과 일림산으로 연결하여 크게 휘어져 나간 능선의 모습이 당당하고 웅장하다(제암산 높이를 779m라고 표기한 곳도 많지만, 여기서는 산림청 기준을 따랐다).

빠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가 되면 제암산에는 능선을 따라 붉은 철쭉의 띠가 길게 형성된다. 이때쯤이면 제암산 정상에서 곰재~간재를 잇는 능선 어디를 가든 붉은 두건을 쓴 듯한 철쭉의 흐름이 이어진다. 끊일 듯 이어지며 거의 6km에 걸쳐 있으니 대단한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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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철쭉 군락지 제암산 철쭉 군락은 능선을 따라 꿈틀거리며 산 전체에 요동친다. 장관이다. ⓒ 홍윤호


제암산을 오르는 길은 보통 동쪽 보성의 제암산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나 서쪽 장흥 신기마을에서 오르는 코스 두 길을 이용한다. 어느 쪽이든 1시간 30분~2시간 정도면 능선에 올라 붉은 용이 꿈틀대는 듯한 철쭉의 퍼레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제암산 철쭉은 꽃이 유난히 붉고 밑동이 굵으며 키가 크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철쭉도 많아 그 안에 들어가면 사방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중간 중간 가파른 산길도 있으나 대체로 크게 힘들지는 않으며, 일단 정상에 오르면 정상부보다 주변 바위들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전망이 더욱 좋다. 내친 김에 사자산~일림산으로 이어지는 철쭉 능선 산행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마다 장흥군은 제암산 철쭉제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5월 6일 하루만 진행한다. 제암산 능선의 철쭉도 이때쯤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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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철쭉 군락 능선을 뒤덮은 철쭉의 숲을 헤쳐나가는 길은 힘들어도 마냥 행복한 길이다. ⓒ 홍윤호


여행 정보

* 일림산과 제암산 철쭉군락은 대개 5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데, 큰 차이는 아니지만, 보통 일림산 철쭉 군락이 하루 이틀 빠르다. 5월 3~5일에는 일림산, 5~7일에는 제암산 군락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추측된다.

* 문의: 일림산 철쭉제추진위원회  061-850-5482
      제암산 철쭉 관련 문의  061-860-0380

* 5월 초는 보성 여행에 좋은 시기다. 보성의 차밭에 가면 찻잎이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라 보기 좋고, 차 마시기에도 좋다. 유명한 대한다원 제 1다원뿐만 아니라 제 2다원도 가볼 만하다.

장흥에 갈 경우 우드랜드에 함께 가면 좋다. 편백숲이 피톤치드를 한창 내뿜기 시작할 시기라 삼림욕하기에 적기다. 해가 짱짱한 낮에 가면 효과적이다.

* 일림산 가는 길
자가용으로는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 구간) 보성IC→보성읍→895번 지방도로→웅치→웅치면사무소 앞을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 좌측으로 용추폭포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보성읍 보성버스터미널에서 용추 행 버스(하루 6회 운행)를 이용한다.

* 제암산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 구간) 보성IC→보성읍→895번 지방도로→웅치→웅치면사무소 앞을 지나 삼거리에서 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 끝까지 들어간다.
혹은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 구간) 장흥IC→장흥 2번 국도 보성 방향→하산리 제암산 가는 길을 보고 우측 길로 들어간다.

대중교통으로는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것이 비교적 편리하다. 보성읍 보성버스터미널에서 제암산휴양림 행 버스(하루 7회 운행)를 이용한다. 장흥에서 간다면 금산, 신기 행 버스(하루 5회 운행)를 이용한다.
#일림산 철쭉 #제암산 철쭉 #사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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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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