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유저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들을 모두 '메갈'로 규정하고, 이들을 게임에서 배제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여성 직원들은 게임 회사가 사상 검증(IMC 게임즈)이나 SNS 활동을 거리낌 없이 막을 수 있는 이유는 게임 회사 내에도 '반 페미니즘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갈리아 사이트가 2016년에 이미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메갈'이라는 말이 페미니즘 운동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게임회사 서비스팀에서 일하고 있는 D씨는 여성 상사에게도 "'메갈'이나 뭐 그런 것을 하는 건 아니죠?"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결국 '메갈'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되고, "잘못 이야기하면 불똥 튀니 조심하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 D씨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선 미투나 그밖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다녔던 회사마다 "여성혐오가 만연했다"는 4년 차 게임업계 종사자인 E씨는 지난 직장에서 회사 임원과의 대화 도중 '데이트폭력'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를 나눴다. E씨의 이야기를 듣던 임원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메갈 하세요? 여시(여성시대) 하세요? 네이트 판 하세요?"이 임원은 "우리 팀에 메갈이 있다면 퇴사시킬 것이다, 여성 단체는 돈을 벌려고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E씨는 이후에도 그에게 "여자는 몸 팔면 되니까 돈 벌기가 쉽다", "페미니스트는 선택적 인권 지지를 하는데 뭐가 평등을 지지한다는 건가" 등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여성 종사자들은 직접적인 공격이나 압박이 없더라도 게임업계와 회사를 둘러싼 분위기, 그리고 익명 게시판에 올라오는 여성혐오 글들을 보면서 공포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이런 심리적 무력감 혹은 공포감은 여성민우회나 민주노총 등 외부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전혀 상황 개선 조짐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공포F씨는 지금까지도 회사 '블라인드' (익명 게시판)의 여성혐오 글들을 볼 때마다 불안하다. 사내에서는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등장했는데, 이것을 블라인드에서는 "저런 사람들은 퇴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다"라며 오히려 조롱하는 상황이라는 것. 심지어 F씨는 '메갈리아'가 한창 논란이 될 때 회사 앞에서 "페미나치들 설쳐댄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돈을 지불하는 건 남성 유저가 대다수다, 남성 유저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게임 망치지 말고 그냥 잘라라"는 식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동료들이 한다는 사실이 여성이자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F씨에게는 큰 압박과 부담이다. 페미니즘이 터부시되는 환경 속에서 '메갈'로 찍힌 직원이 보호받을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누가 신상을 털까 하는 걱정에 F씨를 포함한 회사 여성 직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성유저들이 게임에 페미니즘 성향을 넣은 것도 아니고, '누구를 회사에서 잘라볼까' 개인의 SNS 공간을 사찰하잖아요.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검증하기 위해 일부러 더 찾아다니는 것 같다고 느꼈던 직원 분들이 많아요. 저도 유저들이 회사에 '이 사람을 잘라야 한다'라는 식의 항의를 할까 매우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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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공포에 떠는 게임회사 여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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