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밥도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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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좀 하자고 말할 때 돈이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깊게 공감한다. 사실 <딴짓> 매거진을 만들 때도 문제는 늘 돈이었다. <딴짓>을 만들기 위한 인쇄비, 잡지를 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한 배송비를 버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잡지값은 1만2000원. 제작비에 약 6000원이 든다. 서점에 수수료를 약 3천~4천 원 남짓 떼어주고 나면 권당 약 2000원이 남는다. 광고를 받지 않는 <딴짓> 매거진의 특성상 순수하게 잡지를 판 돈만으로 다음 잡지를 찍어내는 것이 기적이었다. 우리의 통장잔고는 다음 권을 찍을 인쇄비를 마련할 때까지 조금씩 차오르다가 훅 꺼지곤 했다. 늘 다음 호의 발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딴짓> 매거진을 통해서는 생활비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거진을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 좋아서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월세를 내고,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조금이나마 성의를 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산다고 해서 주변 사람에게 폐 끼치며 살기는 싫었다. 사람들 말 틀린 것 없었다. 딴짓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돈이 없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문장을 위해 내가 강구한 방법은 이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다양하게 조금씩 해서 돈을 벌자. 굳이 이름 붙이자면 멀티잡(Multi Job)족이랄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하는 일에 대해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첫 번째,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두 번째,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세 번째, 최적생계비(최저가 아니다)를 벌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다양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려 애를 썼다. 물론 쉬울 리가 없었다. 정규직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정성 같은 건 언감생심이었다. 주로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예술가들을 인터뷰해 에세이를 쓰는 일을 맡았다. 대학생들의 기사를 손봐주기도 했다. 마케팅 회사의 카드뉴스 스토리를 썼다. '글쓰기' 외에도 하고 싶은 딴짓은 많았다.
축제가 좋아 한동안 축제기획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스타트업 거리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1인 출판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출판 워크숍도 열었다. 책이 좋아 북스테이를 한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성산동에 '낮섬'이라는 책 읽는 술집을 열었다.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실 수 있는 조용한 바(Ba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