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유럽 배낭여행 당시 영국 버킹엄 궁전 앞에서.
이장헌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이장헌씨가 대학생이었던 90년대 초반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베스트셀러였다. 그도 이 책을 읽고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꿈을 꿨던 대학생 중 한 명이었다.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더 커졌다.
- 두산에서 일할 때는 어땠나요?"두산이 주류 판매 회사잖아요. 그래서 술을 엄청 먹어요. 자동차 회사 직원들이 자동차 팔아주는 것처럼 술 회사 직원들은 술을 팔아줘야 해요. 시장 점유율이 중요하잖아요. 점심 때도 폭탄주를 마셔서 취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승인되는 게 주류회사예요.
계속 술에 취해서 살았어요. 마시면 2차, 3차 가게 되고, 취해서 새벽 3, 4시에 집에 들어갔죠. 술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강압으로 죽자 살자 마시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렇게 주중을 보내면 주말에 피곤해서 잠만 자잖아요. 제 시간이 없더라고요. 대부분 직장 생활이 그렇다고 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서 이민을 알아본 건가요?"잠깐이지만 대학생 때 영국에서 외국 생활해 본 것도 있고, 한 번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큰 이유는 사실 로스쿨에 가고 싶었어요. 근데 술만 먹으니 로스쿨 입학시험 공부가 되겠어요? 그리고 로스쿨이 비싼데 영주권자에겐 싸다는 정보를 얻었어요. 그래서 이민 갈 수 있는 나라를 알아봤죠."
- 한국에서 영주권을 받아서 가신 거죠?"회사 경력(인사 부문)으로 독립기술이민을 지원했어요. 나이, 학력, 성적, 가족 여부, 직장 경력별로 점수가 있는데 저는 30세 싱글이라 무난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