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의 빽빽한 인공림 일제 식민지 시절 남벌로 인해 훼손된 숲이 인공림 조성 등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서부원
산악열차는 밖에서 보면 흡사 미니어처처럼 작고 귀엽다. 실제로도 나란히 앉으면 서로 두 발이 닿을 듯 객실이 비좁다. 철로의 간격이 좁은 협궤인 탓이다. 그만큼 철로를 깔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행 중 창밖으로 팔을 뻗으면 나무에 닿을 만큼 비좁은 길을 요란한 쇠 마찰음을 내며 오르는 게 아리산 산악열차의 매력이다.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운행하는 노선과 삼림욕과 트레킹을 위한 노선 등으로 구분해 운행하고 있는데, 아리산을 찾은 여행자들 중 산악열차를 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리에 비해 요금이 비싼데도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 부러 아리산을 찾는다는 관광객들이 허다하다. 열차를 타고 올라간 뒤, 등산로를 따라 다시 아리산 기차역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주민들에게는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인데도 철거하는 대신 보존을 택했고, 식민지 시절 남벌로 훼손된 숲은 해방 직후 인공림을 조성하면서 울창했던 옛 모습을 되찾았다. 당시 남벌에도 살아남은 천 년 수령의 고목들과 그 아들과 손자뻘 나무들이 대가족처럼 어우러져 있다. 열차에서 내려 등산로를 따라 숲에 들면 대낮에도 어두컴컴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유명세를 타게 되면 으레 새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마련인데, 아리산은 상권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입구 주차장 주변의 몇몇 식당들과 편의점, 등산로 중간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간이매점이 전부다. 더욱이 우리 같으면 일찌감치 관광지 전역을 장악하다시피 했을 텐데, 그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는커녕 다국적기업의 광고판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아리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터전인 정글 같은 숲길을 걸으며 새삼 깨닫게 된다. 관광지의 진정한 생명력은 박제화된 화려함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소박함에 있다는 사실을. 단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라면 대개 한 번 찾고 말지만, 상인들의 호객소리 대신 주민들의 진솔한 삶이 배어있는 관광지라면 몇 번이고 다시 찾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션무 역의 산악열차 아리산을 찾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르는 기차역으로, 플랫폼만 있는 '공터'이지만 고즈넉하고 예스러운 풍광을 자랑한다. 철길 옆 날씨 안내판에 온도가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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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아리산 트레킹의 종착지는 션무(神木) 기차역이다. 출발지인 아리산 기차역까지 걸어서 내려오기도 하지만, 산에 오를 때 탔던 산악열차의 설렘을 잊지 못해 부러 다시 한 번 타는 여행자들이 많다. 션무 역은 역사(驛舍) 없이 플랫폼만 남은 '공터'일 뿐이지만, 아리산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다.
열차를 타든 타지 않든, 션무 역 플랫폼에 서면 시간이 멈춰선 듯한 느낌에 한참을 서성이게 된다. 모르긴 해도, 이곳에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한답시고 새뜻한 건물을 지었다면, 되레 그들에게 외면당했을 것이다. 아리산이 좋아 동네 마실 다니듯 찾는다는 어떤 이는, 션무 역이야말로 아리산 주민의 모습을 가장 닮은 곳이라고 말했다.
아리산에서 간만에 '쾌적한' 하루를 보냈다. 바쁠 것 없이 흘러가는 산중의 느린 시간이 편안했고, 번잡스럽지 않은 고즈넉한 풍광에 감동했다. 무엇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섭씨 17~18도의 일정한 기온 덕에 마음도 몸도 종일 고슬고슬했다. 같은 시각 국내에선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에 이곳에서의 하루가 괜스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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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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