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6월 출간된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개인의 '노오력'만으로 부를 축적하는 게 어렵다는 건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나 괴로운 건 아주 납작하고 간단하게 우울증이 개인의 나약함과 부족함이란 단어로 치부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이 삐걱거리는 게 모두 개인의 문제라면, 나와 거의 완벽하게 비슷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평범한 한 사람의 TMI(너무 과한 정보, 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가 가득 담긴 책에 왜 이렇게까지 공감하는 걸까?
책을 손에 쥐고 오열하며 읽은 사람들이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눈에 훤히 그려졌다.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라고 여기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학대하고 미워하며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아 곪고 썩어갔을 상처들. 하도 억누르다 보니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아니 이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힘들다. 실제로 내 책을 통해 자신이 느끼던 문제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던 분들도 많았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서 과감하게 벽을 부수거나 넘어갈 수 없기에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연약한 사람들이 있다. 마음의 건강에 무지하고 모든 걸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어떤 사람들은 끝없이 자신을 갉아먹다가 죽음을 택하고, 잔혹하게도 그 죽음조차 개인의 나약함으로 쉽게 치부된다.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우울증이나 정신병에 대한 편견의 장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진 것 같아 기쁘면서도, 이런 단어들이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바라면서도, 갑작스러운 열풍은 식기 마련이고 같은 고통도 반복되면 더 이상 고통이 되지 않고 무감각해지기에 '이제는 지겹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우울증이 아닌 사람들이 마음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건 의지만으로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기분을 넘어서서 우울장애를 얻게 된 사람들은 의지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앨릭스 코브의 <우울할 땐 뇌과학>에 따르면 "우울증은 뇌의 생각하는 회로와 느끼는 회로가 잘못 작동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들에게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조언하는 건, 뼈가 골절된 사람에게 열심히 걸어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책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 자책은 내려놓고 내 마음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덮어두거나 억누를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내 마음 상태에 대해 영영 모르게 되기 쉽다. 그래서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마음이 병들어가는 이유가 꼭 당신 때문은 아니다

▲ 사회가 개인에게 마음의 안부를 묻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너의 마음은 어떠니"
unsplash
유명한 영화 <굿 윌 헌팅>에 유명한 대사가 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숀 교수로부터 그 말을 들은 윌은 그제야 마음의 빗장을 열고 스승을 끌어안으며 오열하고 만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듣고 싶었지만, 드러낼 수 없던 그 말을 누군가가 실제로 해주었기에.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몸이 다친 것처럼 마음이 다친 것일 뿐이라고, 뼈가 부러진 것처럼 마음이 부러졌을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음이 병들어가는 이유가 꼭 당신 때문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남 탓만 하며 멈춰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정신병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것, 일상에서 햇볕을 쬐고 샤워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나아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이 아픈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무지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시하거나 덮어두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거나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회가 개인에게 마음의 안부를 묻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편견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분위기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진다면, 우리 역시 몸의 건강을 묻듯 마음의 건강을 물으며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챙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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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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