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꼰대들의 철학, 그들만의 진리, 그들만의 화법. 지긋지긋하다.
JTBC
나는 선택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 청년들은 왜 행복에 대해서 기성세대들과는 이토록 다른 기준을 가지게 된 걸까? 이전까지 기성세대들에게 삶의 행복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청년들의 삶에 불행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그 '불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스스로 '확실한 불행' 속에 나를 던져 넣어야 하는 역설적인 현실 때문이다. 만약 청년이 자기 인생을 요리처럼 마음대로 조리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음, 좋아. 행복해지기 위해 내 인생에 첨가할 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골라볼까? 일단 결혼은 별로야... 출산은 말할 것도 없고! 난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 결혼까지 하려면 죽도록 일만 해야 할 거야. 운 좋게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나면 내 경력은 단절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결혼과 출산 대신 난 취미와 인간관계를 선택하겠어. 내 행복과 질 좋은 삶을 위해서는 그게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느라 아등바등 경쟁으로 내몰리는 삶 자체를 불행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여건들을 달성하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는다. 쿨하게 등을 돌려 나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여러모로 살기 힘든 '헬조선'을 등지고 '탈조선'을 감행하며, '큰 행복'을 얻기 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한다. 당당히 '혼자'의 삶과 소비를 즐기며 '결혼'하지 않고, 혹여나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에 하나 선택의 결과가 생각보다 그리 행복하지 않더라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불행'은 피했으니까(!).
다만 불행을 피하는 것이 진짜 '선택'하는 삶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행위가 '선택'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결정은 불행해지지 않겠다는 각오에 떠밀려져 불완전해진 것은 아닌가? 선택에 따른 삶을 살아내는 것은 분명 우리의 몫이지만, 그 선택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것은 왜일까? 애초에 행복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청년세대에게 강요한 것은 기성세대였다.
하지만 그들은 청년들에게 행복해지기 위해 달성해야 할 과제와 목표들만 던져준 채, 그것을 쫓아갈 힘과 방법을 마련하는 것에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방치된 채 행복을 얻는 방법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청년들의 행복의 기준이 달라지고 이전의 행복이 우리에게는 불행으로 작용하게 된 데에는 무작정 "아프니까 청춘"이며, "노오력하지 않는 니들 탓"만을 외쳐온 기성세대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모든 선택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글은 청년들의 세대 담론에 대한 고찰이 아니라, 이러한 사태에 책임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글이다. 청년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기성세대와 청년 정책을 외면하는 국회, 정부를 향한 분노의 메시지다. 청년들의 힘든 처지를 해결해줄 생각은 1도 없으면서 간섭이나 해대는, 소위 '꼰대'들에게 대놓고 드러내는 냉소와 기만이다. 청년세대의 개인주의가 사회를 붕괴시킬까, 청년들이 결혼을, 출산을 안 해서 인구가 줄어들까 걱정하고, 탈조선의 이유가 헬조선이 아닌 청년들의 덜떨어진 애국심과 나약함 때문이 아닐까 고민하는 그들은 청년 문제에 대해 무능하다.
결국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청년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이 불행을 피하는 선택이 아니라, 행복과 또 다른 행복을 저울질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청년들의 불행을 어루만지고 지원해줄 수 있는 청년 정책과 그러한 정책들을 국회에, 정부에 제안하고 요구함으로써 조금씩 이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청년들이여, 우리의 선택을 당당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요구했으면 좋겠다. 모든 선택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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