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수리조선소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안부'

정남준 사진작가 사진집 <잘 지내나요> 펴내

등록 2019.06.07 13:53수정 2019.06.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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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준 사진집 <잘 지내나요>. ⓒ 빨간집

 
"저렇게 엄청나게 큰 배에 한 줄기 로프에 매달려 저 녹을 다 떼 내는 일이 얼마나 고달플꼬? 정남준은 노동 안에 배어 있는 '인간'을 말하고자 하지만, 그 어머니는 그 '인간' 뒤에 도사린 '자본'을 읽을 것이다.

자본이 꺾으려는 인간, 그러나 자본에 꺾이지 않는 인간. 사진가 정남준은 거기까지 봤다. 인간을 중시하는 현장 사진가 정남준의 힘이다."

이광수 사진평론가는 정남준 사진집 <잘 지내나요-대평동 수리조선소 노동자에게 보내는 안부>(빨간집 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사회다큐사진집단 '비주류사진관' 상임대표인 정남준 사진작가가 2017년 봄부터 2년간 부산영도 대평동에 있는 수리조선소를 찾아 일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번에 164쪽에 걸쳐 사진집을 펴낸 것이다.

2년간 매주 조선소를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작업과 휴식의 순간을 담은 결과물이다. 수리조선소는 부산을 상징하는 일터인 동시에 육체노동 강도와 재해 위험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배의 표면에 붙어 있는 녹을 망치나 그라인더로 긁어내는 일명 깡깡이 작업은 대부분 여성 고령과 이주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중노동이다.

사진으로 그들의 안부를 묻는 일을 쉼 없이 이어가겠다는 작가의 카메라가 향한 곳에 고된 노동에도 미소와 활기, 그리고 동료들과 나란히 어우러지는 일상이 있었던 것이다.


이광수 사진평론가는 "사진집 <잘 지내나요>는 노동에 대한 기록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 안에 깃든 인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노동 현장은 주로 먼 풍경으로 두고 인물을 중심으로 잡은 이미지가 대부분이다"고 했다.

이어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학적 기록에서 벗어나 감성을 얹는 문학으로서의 기록으로 색깔이 바뀌어감을 읽을 수 있다. 사진에 얹은 인물은 스리랑카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로 함께 구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진평론가는 "스리랑카 노동자는 주로 포트레이트(초상화) 방식을 취함으로써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늠름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양새다. 뒤에 이어지는 깡깡이 아지매들을 비롯, 한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하나같이 정겨운 것은 사진가의 렌즈가 '안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사이사이 등장하는 작업장 풍경은 웅장한 모습으로 재현되어 자본에 착취당하는 노동이 아니고, 생산 주체로서의 노동을 보여준다"고 했다.

정남준 사진작가는 그동안 <현장그룹사진전 19차례-전국 8개 도시의 투쟁 현장>, <남문구는 그리움이다> 등 전시회를 열어왔다.
#정남준 #수리조선소 #빨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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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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