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급식에 우리밀 우선 구매 요청 가능해졌다

'국산밀산업 육성법' 국회 통과의 의미

등록 2019.08.07 08:40수정 2019.08.0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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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산밀산업 육성법제정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여한 시민들과 우리밀생산자들 ⓒ 손연정

 
21세기 자유무역시대에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은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요즘이다. 기업은 국가의 이익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이미 다국적화된 존재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나 일본이 자국 기업에 대한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규제에 나선 작금의 상황을 보면 국가의 경제적인 이익보다 국가 간 정치적 이유가 더 큰 명분으로 국가 간 분쟁이 될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 줬다.

그런 의미에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산밀산업 육성법'이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국산밀산업 육성법은 2017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가소득 증대와 식량자급 기반마련을 위해 대표 발의한 안이었다.

밀은 국민 1인당 연간소비량이 32.1kg으로 쌀(61.9kg)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제 2의 주식이다. 하지만 국내 밀 자급률은 2017년 기준 1.7%(사료용 제외)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밀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밀 재배면적은 3736ha로 작년에 비해 43.4%나 줄었다. 때문에 2019년 자급률은 0.5%까지 떨어질 전망이란다.

국산밀산업 육성법이 발의되었던 이유는 제 2의 주식이라는 타이틀도 무색하게 저조한 우리밀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생산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으로 인해 누적되어 온 우리 밀 재고과잉 문제를 해소시키며 우리밀 산업의 경쟁력 강화, 수급조절, 품질관리 등 밀 산업 전반에 관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함이었다.

국산밀산업 육성법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밀 산업 육성을 위한 밀 생산, 유통단지 지정 △밀 유통, 가공시설 지원 △밀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위한 비축사업 운영 △국가,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집단 급식시설에 국산 밀 우선구매 요청 등이다.

이 중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네 번째 조항으로 '국가,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집단 급식시설에 국산 밀 우선구매 요청'이다. 지금까지 친환경 급식을 내세우는 지자체 들 조차도 밀에 대해서만큼은 우리밀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밀을 법률적으로 우선 구매 요청하도록 한다면 우리밀로서는 이전까지 없었던 큰 거래처를 확보한 셈이 된다.
 

구례 우리밀 밭 구례 자연드림파크 채소단지에 위치한 우리밀 밭 ⓒ 손연정

 
즐겨 이용하는 생협에서는 모든 밀 제품이 우리밀이다. 생협에서는 2014부터 우리밀로는 불가능하다 했던 글루텐까지 우리밀로 만들어 속까지 진짜 우리밀 제품으로 만들었다. '맛이 없어, 찰기가 없어 뚝뚝 끊겨, 너무 비싸' 등등 이유도 탈도 많았던 우리밀 제품이지만 조합원들은 의리로든, 운동으로든 명분도 다양하게 한결 같이 우리밀을 예찬하고 이용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수입밀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우리밀 제품이 되었다고 자부할만큼 품질과 맛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해졌다.

2012년 조합원들의 힘으로 우리밀 라면 공방을 세워 우리밀라면을 생산한지 7년차에 접어들면서 우리밀 라면도 더 이상 의리로, 운동으로 먹는 라면이 아닌 당당하게 수입밀 라면과의 경쟁에도 자신 있는 라면이 되어 농협 하나로 마트에도 진출하였다. 이렇듯 긴 세월동안 우리밀은 많은 소비자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노력으로 종자부터, 제조방법, 글루텐, 제빵, 제면 등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건 국산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육성에 대한 입법이었다. 민간의 노력은 생협안에서 작은 바람으로 끝날 뿐이다. 생협밖에만 나서면 모든 밀 제품이 수입산이다. 아무리 찾으려해도 우리밀 국숫집은 찾을 수 없었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친환경급식을 표방하는 학교에서도 우리밀은 예외였다. 이제라도 우리밀, 즉 '국산밀'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기로 한 일은 제 2의 주식인 밀에 대한 당연한 대접이며 결과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이 자국 기업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수출규제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대항으로 일본산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이 되었다. 밀도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나라의 무기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한 톨의 밀도 재배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

하루 한 끼 밀가루 음식이 일상이다. 그럼에도 내가 먹고 있는 이 밀가루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자각해 본적이 있는가. 없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보자. 이제 우리밀도 먹어보자.
덧붙이는 글 아이쿱자연드림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우리밀 #국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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