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교사가 무슨 수로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싶다. 스마트폰은 기꺼이 교사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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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보다 교과별로 부과된 과제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제출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 됐다. 특히 프로젝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공유해야 하므로 필요하다는 거다.
SNS를 통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는 데도 유용하다. 일부에선 시간을 정해 학급 아이들이 동시에 접속하도록 해 실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번 휴업 사태처럼 비상 상황이 아니더라도, 담임교사의 학년 초 학급 운영은 이른바 '단톡방' 개설로부터 시작된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교사가 무슨 수로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싶다. 부작용만 크게 부각되어 자꾸 색안경을 쓰고 봐서 그렇지, 이 와중에 스마트폰은 기꺼이 교사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고 다짜고짜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뿐 아니다. 학교수업을 대신하기 위해 EBS나 일부 사교육업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도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교육부가 휴업을 결정하며 이를 대책으로 내놨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많은 아이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학교 수업에 견줘 별반 학습량의 차이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재택근무 중일지라도 교사들의 열정과 지속적인 관심 여부에 따라 휴업에 따른 학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상담이든 과제로든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극을 주는 것이 이 상황에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애물단지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이 와중에 생뚱맞게 들릴지는 모르나, 3주간 이어지는 아이들의 학교 밖 생활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은 나름 하루 계획을 세우고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물론, 고3들이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보다 수능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며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하지만 많은 아이에게 이번 휴업은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무엇을 하든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3주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집 밖에 나설 수 없어 인터넷으로 '홈 트레이닝'을 배운 뒤 운동의 매력에 빠졌다는 아이, 오후 늦게 퇴근하는 부모님을 위해 난생처음 요리를 만들어 저녁상을 차렸다는 아이, 이제야 <기생충>을 봤다며 영화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까지, 모두가 나름의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생의 본분 운운하며 공부나 하라며 나무랄 순 없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학교'가 아니라 어쩌면 '시간'일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도 얼마든지 배움은 이루어지고, 천차만별 아이들의 꿈과 재능이 꼭 학교에서만 발현되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올해부터 생일이 빠른 고3들은 선거권을 갖는다. 지금껏 한없이 어리게만 봐 와서 그렇지, 고등학생이면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니다.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나잇값'을 못 하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 늦었지만,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게 아니라면, 그들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처음 겪는 일이라 학교 안팎으로 어수선한 건 사실이지만, 안절부절 못할 것까진 없다. 지금도 전화로 만나고 있지만 적어도 고등학생 정도라면, 기성세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노심초사할 만큼 철부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입시를 이유로 모든 걸 유예시켜놓고선 미숙하게만 보는 기성세대의 성찰이 필요한 때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들려준 하소연 하나. 맞벌이 부모님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과 함께 그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단다. 당연히 밖은 위험하니까 집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일 테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도 아랑곳없이, 뒤에 꼬리말처럼 예외 없이 붙이는 한 문장이 더 있다고 한다.
"학원에 가는 것만 빼고."
한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네 성적이 떨어지는 게 더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말없이 학원을 빼먹은 걸 두고 혼쭐이 났다는 거다. 부모로서 홧김에 튀어나온 말일 테지만, 이쯤 되면 아이들과 기성세대 중에 누가 더 미숙한지 자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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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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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3주 휴업, 코로나19가 바꾼 고등학생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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