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 먹은 비건 음식계란과 유제품을 섭취할 수 있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의 삶을 실천했기에 계란과 유제품도 포함된다.
고나린
다만 시작 전에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냥 식사를 걸러버리거나, 채식이라고 부실한 식단을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일주일 식단을 꼼꼼하게 짰다. 매끼를 음식답게 차려먹으며 채식 식사는 먹을 게 없다는 편견을 스스로 깨부수었다. 또한 계란이나 우유까지는 섭취가 가능해 빵도 먹고 카페도 갔다. 세상엔 맛있는 버섯이 참 많았고 제철과일은 참 달콤했다.
한국은 채식 불모지지만... 나같은 사람도 '해냈다'
그러나 불편한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은커녕 메뉴조차 거의 없다. 점심시간에 꼭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었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이유로 눈치가 보였다. 결국 마라탕에 채소만 넣어 먹었는데, 육수를 고기로 만들었을 것 같아 자구만 죄책감이 들었다. 심지어 그날밤에 고기를 먹고 괴로워하는 꿈을 꾸며 식은땀을 흘렸다. 비건 불모지는 비건을 자책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로운 점은 강력했다. 채식의 묘미를 알았고, 짧은 기간이지만 체중도 감량했으며, 뿌듯한 기분은 덤이었다. 그리하여 일주일은 지났고 그 이후로 고기를 한 번도 먹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혼자 밥을 차려 먹을 땐 여전히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으며, 환경을 위한 노력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두려움이 사라졌느냐고? 그것은 아니다. 나의 노력은 먼지 티끌보다 미미하다는 것과 나 하나 움직여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계속하느냐고? '어차피 끝났다'고 비관하는 쪽을 어차피족, '최소한 뭐라도 해보자'고 희망을 말하는 쪽을 최소한족이라 부른다고 한다. 나는 주변 지인들을 최소한족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나의 도전을 보고 자신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채식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지인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함께 이어가보자고, 혼자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느냐고 말해오는 지인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도전한다.
그러니 이 글은 육식 매니아였던 나의 반성문이자, 전국에 있는 육식 매니아들에게 던지는 솔깃한 제안이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사람의 이야기일 수록 더 와닿지 않겠는가. 고기 없이 못 살던 나 같은 사람도 해냈다고, 어렵지 않다고 '직접' 해보고 말하는 진심 가득한 권유다. 비건 불모지를 함께 비옥한 땅으로 일구어 가자고, 자책하는 채식주의자가 되지 말자고 어느 20대 청년이 세상에 던지는 제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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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끝났다고요? 그래도 전 '최소한족'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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