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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죽어도 저희는 '용차비'를 먼저 생각해요"

[나의 꿈은 '노동자'입니다 17] 이수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 배송지회 지회장

등록 2021.04.25 14:14수정 2021.04.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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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2020년 3월 온라인 배송노동자 대책 수립을 위한 마트 산업 노동조합의 기자회견 모습 마트 산업 노동조합 온라인 배송지회장 이수암씨는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작년 11월 배송 도중에 롯데마트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승강장에서 쓰러졌는데, 마트에서는 운송사와 계약했을 뿐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며 문상이나 위로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는 여론에 밀려 보상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후속조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또 지난 4월 2일에 이마트 쓱닷컴의 새벽배송 기사(41세)가 사망했어요. 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워낙 열악해서 개선하지 않는다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2020년 11월 배송 도중에 롯데마트 배송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승강장에서 쓰러졌는데, 마트에서는 운송사와 계약했을 뿐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며 문상이나 위로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는 여론에 밀려 보상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또 지난 4월 2일에 이마트 쓱닷컴의 새벽배송 기사가 사망했어요. 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마트 산업 노조 온라인 배송지회 이수암(59) 지회장, 그는 2019년부터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온라인 배송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이 일을 하면서 노동조합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나이도 있고, 예전에 철도 관련 일을 할 때 노조 설립에 실패한 경험도 있어서, 그런 쪽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요.

온라인 배송 일을 하기 바로 전에 택배 일을 했는데 힘들었어요. 대형마트는 그보단 좀 나을 거라고 기대했죠. 하루에 몇백 개 씩 배송하다가, 마트에선 40~50건만 하면 되니까 쉬워 보였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접한 현실은 180도 달랐습니다. 일반 택배 일보다도 힘들고, 노동 조건도 열악했어요."

상품 개수와 상관없이 한 가구당 1회 처리
  

택배 배송은 대개 상품 한 건당 1회로 쳐서 수수료를 매기지만, 마트 배송 1건은 상품 개수와 무게에 제한 없이 한 가구당 1회로 처리된다. 많게는 수십 kg씩 나가는 물품을 배달해도 배송 1건일 뿐이다.

물은 84kg, 쌀은 140kg이 넘으면 1만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러니까 139kg의 쌀을 운반해도 1달에 채워야 하는 배송 건수 650건(마트 별로 조금씩 상이하다) 중 1건에 해당될 뿐이다.


이들은 1달에 650건 내외 배송을 하면 320만~ 35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는 대형마트가 아닌 중간의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300만 원 남짓한 월 소득에서 차량 할부금, 유류비, 차량 유지비 등은 개인이 지출해야 한다.

또 배송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은 300만~400만 원을 내고 운송사에서 빌려야 하고, 매달 20만 원 내외의 지입료도 내야 한다. 여기에 매달 22만 원의 화물공제조합 보험료도 있다. 이런 비용을 제하면 실수입은 최저임금 남짓에 불과하다.
  
그 외에 부조리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량이 개인 소유로 되어 있어 관련 비용을 모두 운송기사 개인이 처리해야 하지만, 그 차량에 대형마트 로고를 달고 마트에서 요구하는 광고를 도색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차주인 배송기사에게 광고료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오전 9시에 나가서 오후 7~9시 사이에 퇴근했으나, 몇 년 새 계속 늘어난 배송 물량이 코로나 상황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근무시간도 길어졌다. 많아진 물량에도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담아 준비하는 피커(Picker)들 선에서 상품 준비가 지체된다. 배송기사들은 배송 나가는 시간 외에는 대기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도 쉴 수가 없다. 배송 외에도 해야 할 잡일이 있고, 시키는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따로 휴게실도 없다.

가족이 죽어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온라인 배송기사

"가족 친지가 돌아가셔도 배송기사는 슬픔이 먼저가 아니에요. 당장 대리 기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부터 걱정합니다. 자비를 지불하고 '용차'라 하는 배송차량과 대리 기사를 직접 구해야 하는데, 용차비가 너무 높아요. 우리가 하루에 버는 돈이 10만 원 안팎인데, 용차비는 하루에 20만~25만 원입니다. 3일 장을 치르려면 60만~70만 원이 나가는 거죠.

이런 사정이니 아파도 병원에 가거나 며칠 병가를 낼 엄두를 못 냅니다. 심지어 배송 일을 하다가 다쳐도 보상은커녕 70만 원 이상 용차비를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딸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직접 접촉자는 아니어서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됐지만, 운송사의 요구로 이틀간 쉬면서 예방차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회사가 용차비 73만 4000원을 개인에게 부담시켰어요. 나중에 노조가 개입해서 돌려받기는 했습니다만..."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따로 점심시간이 없어서 건강에도 무리가 따른다. 무거운 짐을 나르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도 거의 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한 달에 4번 쉴 수 있는 휴일도 다른 직장과는 다르다. 일요일이 아니고 평일인 마트 의무휴업일 2번, 의무 휴업이 없는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한 번씩 조를 나눠서 교대로 쉰다.

"너무 답답하고 열악한데, 이런 문제를 얘기할 만한 통로가 없었어요. 특히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운송사와 맺는 위탁계약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표준계약서'를 왜 쓰지 않느냐고 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데요. '노예계약서'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된 계약서예요.

결국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0달 조금 넘었을 때, 자주 대화하던 동료들과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기존의 마트산업노조에 문의했더니 우리가 특수고용직이지만, 노조 설립증이 없어도 산별노조인 마트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홈플러스 안산점 배송기사 5명부터 마트산업노조에 가입하고 노조 설립을 준비를 시작했죠."

그런데 해가 바뀐 2020년 초 코로나가 확산되며 비상상황이 지속됐다. 그렇지 않아도 증가하던 온라인 배송 물량이 그해 1월 말부터 치솟으며 2월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트에서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

피커들도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면서, 물건이 배송기사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오롯이 배송기사의 근무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 지급도 안 됐고 체온 측정도 전혀 없이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코로나 상황에 내몰렸다.

노조 설립 후 해고, 노동위원회 복직 판결에도 일터로 못 돌아가
 

2020년 6월, 이수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 배송지회장의 복직 호소 기자회견 이수암씨와 동료들은 2020년 2월 23일 마트산업노조 온라인 배송지회 준비위원회를 출범했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와 처지를 알렸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3월 18일 이수암씨는 업무지시 불이행과 고객 컴플레인을 이유로 계약해지되었다. 이수암씨와 노조의 구제신청에 대해 같은 해 8월 1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운송계약 해지는 이 지회장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며 복직을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길어지면서 이수암씨는 1년 넘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마침내 이수암씨와 동료들은 2020년 2월 23일 마트산업노조 온라인 배송지회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와 처지를 알렸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3월 18일 이수암씨는 업무지시 불이행과 고객 컴플레인을 이유로 계약 해지되었다. 실질적인 해고였다.

이수암씨와 노조의 구제신청에 대해 같은 해 8월 1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운송계약 해지는 이 지회장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며 복직을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복직을 준비하던 이씨는 다시 한번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와중에 11월 26일 중앙노동위원회는 경기지노위의 판정을 유지하며 역시 이씨의 복직을 결정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길어지면서 이수암씨는 1년 넘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보다는 상황에 의해 해고노동자, 노조 지회장이 된 이수암씨에게 10대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때는 판검사나 대통령이 되고 싶었죠. (웃음) 하지만 그 꿈에 맞게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공대에 가서 건축을 전공했고, 졸업하고 관련 직종에서 일하다가 사업도 하고, 부도도 맞고, IMF도 겪었어요."

온라인 배송 일을 시작할 때 노조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수암씨는 10대 때 자신이 미래의 '노동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저는 사춘기도 겪지 않았어요. 집안이 좀 어려웠죠. 가족에 대한 책임 이런 것을 많이 생각했어요. 청소년기에 사회에 나가서 노동자가 될 거라든지, 노조에 가입하게 되리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저는 '반공, 방첩'을 교육받으며 자란 세대라 '노조'라면 '빨갱이'란 생각을 주입받았거든요. 나중에 대학교 때 노동문제와 관련된 사건을 접할 때 '이건 너무 하지 않나?'라는 정도의 공감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민주화가 더 큰 이슈였어요."

지난 1월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하였으나, 온라인 매출 증가로 전체적인 매출은 2%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백화점 전체 매출이 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온라인 배송기사들과 피커 등의 관련 직군 노동자들의 기여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물량이 늘어나자 오히려 배송기사 임금은 그대로 둔 채 하루에 배송해야 하는 건수를 늘리며 그들을 더욱 착취하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는 일반 택배사보다도 더 전속성이 강합니다. 개인 소유의 차량을 가진 개인 사업자라지만, 그 차량에 대형마트 로고를 달고, 대형마트에서 요구하는 광고를 게시하고, 근무시간, 근무 규칙, 영업상 모든 사항을 대형마트의 지시를 받고 있어요. 그렇게 시시콜콜 업무지시를 내리다가도 문제가 발생하면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고, 물류회사와 계약했으니 그쪽에 얘기하라'며 발뺌을 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정시배송, 빠른 배송 시스템으로 온라인 배송기사는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마트 쪽은 자신들과 계약관계가 아니니 운송사에 얘기하라고 하고, 운송사에 얘기하면 대형마트와 갑을 관계에서 을이니 자기들에게 얘기하지 말라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그간 있어왔던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미약하나마 택배기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생활물류법이 제정되었고, 산재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온라인 배송기사는 생활물류법 적용도 받지 못하여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상태이다.

"열악한 근무조건, 임금과 부조리한 계약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광고 보고, 알고 들어왔지 않느냐? 너의 선택이지 않냐?'라고 하는데, 모집 광고는 진실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안 좋은 부분들은 다 감춰져 있습니다."

이수암씨는 대형마트와 운송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산재, 고용보험도 적용받고, 쉴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금도 현실화해야 하고요. 휴게실이 없고, 직원용 화장실도 쓰지 못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합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는 위탁계약서를 쓰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마트 소속인 진정한 노동자입니다."

이수암씨가 일터로 돌아가고, 그와 동료들이 코로나 시대에 각 가정에 귀중한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전달하는 뜻깊은 노동을 지속하며, 개인적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소비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체도 지속적인 건강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마트산업노동조합 #이수암 지회장 #홈플러스 #마트 온라인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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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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