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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는 노동조합 하면 안 되나요?

[나의 꿈은 ‘노동자’입니다] 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릉사회복지관 지회장 홍봉기

등록 2021.05.20 09:39수정 2021.05.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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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2020년 6월, 노조설립 후에 계속해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한국장로회복지재단법인에게 교섭을 촉구했지만, 법인과 시설장은 교섭을 회피하며 노조원을 차별하고, 조합활동을 방해했다. ⓒ 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릉사회복지관 지회

 
"저는 노동조합과는 무관한 사람이었어요. 사회복지는 이타성을 강조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영향 때문에 아예 관심도 없었죠. 오히려 예전엔 노조란 이기적이고 과격하다고, 사회복지사인 저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일이라 생각했었죠. 부모님 세대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빨갱이'라는 편견까지 가지고 있었어요."

지난 4월 초부터 5월 17일까지 전화와 이메일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릉복지관 지회장 홍봉기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팟캐스트 '사회복지 소진(번아웃) 환경 연구소'의 공동 운영자이기도 하다. 2012년, 일 잘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구조적인 문제로 현장을 떠나는 것을 막아보고자 친한 후배 3명과 함께 사회복지 대안 언론으로 팟캐스트를 만들었다.

'번 아웃'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데 누구도 들어주지 않으니,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팔로우 천 명이 넘는 방송으로 성장했다. 그는 다른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여러 곳에서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점을 틈날 때마다 얘기하게 되었다.

"5년 전 정릉복지관에서 취업했는데, 그때 면접을 18번이나 봤어요. '팟캐스트 계속 할 거냐? 협회활동 계속할 거냐?'고 면접관들이 자꾸 확인했죠. '재미있고 일도 잘하는데, 통제가 안 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불편하다는 거였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나는 사회복지사인데 나의 사회복지사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외적인 것들에 의하여 평가를 받고 있구나'라고요.

그들의 모습도 싫었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도 묻게 되었어요. '그동안 제 나름대로 업무 성과를 이루며 사회복지사로써 역량을 다져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회복지 현장에 절실한 존재라면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었을까?'라고요. 그런 생각이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정릉복지관에 입사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관계가 아닌 업무로 인정받아야 겠다. 또 나서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겠다'라고. 그래서 한동안 문제점이 보여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무렵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을 더 기르기 위해 성공회대 사회적 경제 최고지도자 과정(AMP)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나 사회적 경제를 사회복지와 연관시켜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 처음에는 외면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릉에 와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윤리적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회복지사에게는 전문성과 윤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나는 전문성을 위해서 윤리성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불이익 당하는 것을 목격하였는데도 그럴 때 마다 제 살을 꼬집어가며 나서지 않고 외면하려고 노력했어요. 외면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윗사람에게 직언을 하기 시작하자 홍봉기씨는 고립되었다. 그 동안 많은 활동을 하면서 맺었던 친분들은 그를 외면하고 돕지 않았다. '복지현장은 좁다' '너도 승진해야지', '자꾸 그러면 니가 힘들어진다'라는 조언이 전부였다. 홍봉기씨는 고민했다.

"내가 시설장이나 법인, 혹은 지자체 공무원들과 대립했을 때 힘을 실어주는 선배들을 찾는 것이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그렇다면 문제를 직면하기 위해서는 내가 강해져야 하는데, 내가 강해지면 그냥 '홍봉기' 개인이 강해지는 거잖아요. 특별히 강한 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얘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공공운수노조 산하 사회복지지부에 노동조합이라는 곳에 자문하게 됐어요."

그는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노동조합 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타성이 강한 직종이라 동료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타성을 강조하는 복지사들이기에 노동조합은 과격하다는 선입견을 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을 설득했다. '내가 먼저 활동을 해 볼테니, 내가 옳지 않는 행동을 하면 노조에 가입하지 마라'고 했다.

그렇게 2~3년이 흐르는 동안 동료들도 조금씩 사회복지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11일, 드디어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지회가 창립되었다. 정릉의 경우 노조 창립과정과 활동에 지역주민들도 함께 했다. 지역주민들 역시 노조를 통해 사회복지사들이 자신들의 건강한 목소리를 내며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을 적극 응원하며 동참한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전입금, 시설장 도덕성, 사적 운영 등 법인 위탁의 문제 많아

사회복지 시설은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고 사회복지법인에 위탁을 주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위탁구조가 문제가 된다.

"법인전입금이라는 것이 있어요. 실질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니, 법인의 역할이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장치가 있는 거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전입금이 골칫덩어리가 되어 문제를 만들고 있어요. 법인이 내놓기로 약속한 이 돈을 실제로는 시설장과 사회복지사인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종교 법인의 경우에는 교회나 사찰이 법인 전입금을 후원하는데, 법인에 후원금을 냈기 때문에 시설에 대해 권한은 없는데도 교회나 사찰이 시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결국 교회나 사찰이 시설장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고요. 이런 식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설의 시설장들은 목사의 가족, 스님, 신부 등 종교 단체의 인물들이거나 신도 중에 영향력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요."


또 위탁 선정기준에 정치적인 논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지자체가 위탁기관을 선정하는데,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위탁기관도 물갈이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시설의 존속 여부와 민감하게 관련이 되다보니, 시설장들은 사회복지 업무 이외에 정치활동에도 힘을 쏟게 된다. 그러다보니 시설에 문제가 생겨도 지자체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

"사실, 사회복지시설의 위탁 구조 문제는 이쪽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겐 해결의 의지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분들이 꿈이 처음에는 '동사'였다가 점점 '명사'로 바뀌기 때문이에요. '행복한 복지 시스템을 만들겠다.'가 아니라,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기에만 급급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제시하는 합리적인 변화를 배척합니다."

그렇다보니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낮은 시설장들이 취임해서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예로 서울의 한 복지시설의 경우 이런 경로로 시설장이 된 전직 공무원 출신 시설장이 2015년 지하철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해에는 충북 제천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장이 장애인들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폭행을 하는 한편 급식비, 후원금 등을 부당사용해서 특별감사를 통해 행정처분을 권고받기도 했다.

또 작년 6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의해 적발되어 검찰에 송치한 사례들을 보면, 법인이 정부보조금으로 개인 사업장을 차린 경우도 있고, 시설장이 허위로 직원을 등록하고 시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 빼돌리기도 했다. 어떤 시설장은 거래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한편 법인이 복지시설 소유의 토지와 건축물을 복지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제3자에게 사용하게 해서 적발된 경우도 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든 이유...'진정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시설장들에 대해 '좋은 일하는구나, 대단한 일하는구나'라고 평가하기 쉽죠. 하지만 시설 내에서는 시설장들에 의한 부당 대우와 가혹행위가 벌어지고, 또 그런 일이 순식간에 가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에 생긴 사회복지대나무숲이라는 곳에 가면, 다양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며, 점차 홍봉기씨는 "열심히 해서 네가 그 자리에 올라 바꿔라"라는 말이 틀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문제의식을 느끼는 복지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리에서부터 바꿔나가야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노조를 통해 좋은 일터를 만들어보겠다는 희망을 실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실질적 운영기관인 한기장사회복지법인이 노조 설립 후에도 1년 남짓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법인은 자신들은 노조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시설장과 교섭하라고 했다.

그들은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법인이 지자체와 위탁 계약을 한 이유는 사회복지사업법에 그렇게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고, 실제 재단은 복지관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내용의 주장을 펼쳤다. 복지관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궤변이었다.

이에 홍봉기씨와 조합원들은 266일간 피켓시위를 하며 법인에게 지속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법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조합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했다. 그 결과 부당노동행위 판정이 내려졌고, 우여곡절 끝에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정말 많은 상처를 입었어요. 시설장과 부장은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원들을 비조합원과 차별했고요. 시설장은 자기는 교섭을 하자고 했는데 노조가 하지 않는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단체협약 후에도 그전에 했던 합의와는 다르게 복지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없었어요.

오히려 노골적으로 노조를 괴롭히고 계속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기장복지법인은 정릉복지관 뿐 아니라, 2016년에 장애인 폭행 사건이 있었던 남원 평화의집도 위탁했었는데요. 그 사건이 일어나고 법인이 시설부지의 부동산과 재산 기부채납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기도 해요."


결국 노조원들은 조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시설장을 한기장복지재단에 직장갑질 신고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도 못했다.

"지난 3월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일을 시키고, 막말을 일삼았던 전북 진안 장애인복지관 관장의 행동이 알려져서 해임되었는데요. 이렇게 인사권을 쥔 사회복지 시설장이 부조리한 일을 저지를 때 복지사 개인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홍봉기씨는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그저 정당함을 요구했을 뿐이고, 전문성을 가진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복지사이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사고를 당하거나 재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갑작스런 병마에 무너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는 극도의 이기심만 판치는 정글이 되어 민주주의나 공동체란 말이 무색해질 것이다. 그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이다. 합리적 제도 개선과 복지사의 전문성을 정당하게 대우하라는 사회복지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웰페어이슈>에도 실렸습니다.
#정릉사회복지관 #사회복지노동조합 #홍봉기 #사회복지사 #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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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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