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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파괴하려는 자들에게 본때 보여주겠다"

농촌 공익법률센터 농본 24일 홍성에 개소

등록 2021.04.25 14:46수정 2021.04.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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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농본 대표 변호사. ⓒ 이재환

   
농촌은 기후 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긴 장마로 대다수의 쌀 생산 농가의 벼 수확량은 반 토막이 났다. 농민들이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겪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뿐 아니라 농촌 지역의 공무원들조차 산업단지 건설에 열을 올릴 뿐 정작 농업과 농촌을 홀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주변의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폐기물처리시설과 유해 화학기업이 포함된 산업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농지가 파괴되고, 마을 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공동체가 붕괴되는 곳까지 생겼다.

이런 가운데 농촌과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형 공익법률센터가 설립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에서는 농본(대표 변호사 하승수)의 개소식이 열렸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노동과 인권을 위한 공익법률센터가 있다. 하지만 농촌과 농민을 대변하는 법률센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농본설립을 생각해 왔고 올해 실행에 옮겼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본의 큰 힘과 무책임한 정치·행정이 농촌의 마을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본에 맞서는 우리의 힘은 미약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힘을 잘 모은다면 '지키고자 하는 힘'이 '파괴하려는 힘'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농본' 2행시를 통해 "'농'촌을 파괴하는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포부를 다졌다.

농본 사무실로 쓰이는 컨테이너는 오두리폐기물처리시설 반대투쟁위원회에서 기증했다. 지난 1월 19일 금강유역환경청(환경부)은 홍성군 갈산면 오두리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해 부동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하승수 변호사의 법률 자문이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오두리 반대투쟁위원회 사무실로 쓰인 컨테이너가 농본 사무실로 변신해 새 단장을 하게 된 것이다.

전기룡 오두리 주민대책위 간사는 "폐기물처리시설 건설 문제로 지역 농민들이 힘든 일을 겪었다. 법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며 "그때 하 변호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사무실을 기증한 이유를 설명했다.
 

농본 현판을 달고 있는 장면이다. 좌측부터 장정우 농본 활동가,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 하승수 변호사, 이상훈 변호사 순이다. ⓒ 이재환

    
농본은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과 이상훈 변호사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상훈 변호사는 지난 2017년 '품앗이 뜸'으로 주민들이 고발까지 당한 '홍동 뜸방 사건' 때 하승수·송영섭 변호사와 함께 주민들의 변호를 맡아 활약했다. 주민들이 승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변호사 3인방 중 2명이 농본에 합류한 것이다.

이상훈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하 변호사와는 연수원 동기면서 후배이다. 그동안 자본의 남용 문제, 장애인과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이번 기회에 환경·농업·녹색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생각이다. 농본과 나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도 "나의 지역운동 30년에 마지막 종착점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최근 산업자본주의에 막바지 폐해가 고스란히 농촌과 농업 농민에게 몰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기에 하 변호사에게 또 하나의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한두 명의 힘으로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이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농본 #하승수 #홍동 농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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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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