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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반할 맛

넷플릭스 드라마 '선술집 바가지' 보다 만든 토마토 가지 그라탕

등록 2021.08.09 08:34수정 2021.08.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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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드라마는 무자극이다. 드라마 전개에 이렇다 할 갈등 상황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장, 단골손님, 사연이 있는 음식만을 담백하게 담는다. 나는 로맨스,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음식 드라마를 찾는다.


음식 드라마를 볼 때는 이야기의 전후 관계를 파악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무슨 관계였는지 알 필요도 없다. 오직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뽐내는 음식에만 집중하면 된다.

나는 새로운 무자극 드라마를 찾다가 드라마 <선술집 바가지>를 알게 됐다. 도쿄 변두리에 있는 선술집이 배경인 이 드라마는 맛있는 요리와 술 그리고 정을 나누는 일상을 그린 일본 드라마다.

돈 아까운 가게? 더 내고 싶은 가게!
 

선술집 바가지의 한 장면. ⓒ 넷플리스 화면 캡처

 
드라마에 나오는 선술집의 이름이 '바가지'다. 도대체 얼마길래? 그만큼 맛은 있을까? 궁금해지지만 손님을 끌어모으는 가게 이름은 아닐 것이다. 사실 바가지에는 1대 주인장인 주인공 아버지의 요리 철학이 담겼다.

"흔한 가정식 요리로 돈을 받는 우린 말 그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야. 하지만 아무리 흔한 요리라도 마음을 담아 만들어야 해."

먹는 사람이 돈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 요리를 내야 한다는 그는 아직 자신의 실력이 그 정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가게에는 바가지라는 이름이 어울려."

주인공도 가게 이름이 주는 무게를 알고 있다. 그는 요리를 만들 때마다 아버지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단골손님을 위한 친근하고 정갈한 한 그릇을 선보인다.

토마토는 붉은색 과육을 갖고 있어 과일일 것 같지만 채소로 정의된다. 맛은 달콤하지도 시큼하지도 않다. 이렇게 정체성부터 맛까지 애매한 토마토는 내가 느끼기엔 어딘가 어중간한 음식이다. 드라마에 토마토를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손님이 나온다. 하필 그 손님이 바가지를 찾아간 날 오늘의 추천 메뉴는 토마토 가지 그라탱!

주인공은 손님에게 싱싱한 토마토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완곡한 거절에 먹어보라고 제안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손님의 직장 동료가 자기가 먹던 그라탱 그릇을 내밀었다. 딱 한 입만 먹어보라고. 성화에 못 이긴 손님은 움푹한 그릇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가지, 토마토, 베이컨 그리고 치즈를 숟가락을 푹 넣어 한 번에 떠냈다.

생각보다 맛있는  토마토 가지 그라탕

나는 그릇에 알차게 담긴 재료들과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치즈의 모습을 상상했다. 든든한 한 끼가 될 것 같다. 저녁 메뉴를 못 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냉장고에 토마토가 있었다. 완성된 그라탱 그릇이 묵직했다.

드라마처럼 예쁜 비주얼은 아니었다. 별 기대 없이 그라탱을 입에 넣었는데 의외로 맛이 훌륭했다. 토마토는 부드럽게 녹고 가지는 뽀독한 식감을 선사했다. 토마토와 가지가 익으면서 나오는 수분이 촉촉한 그라탱을 만들고 네 가지 재료를 조화롭게 어우르는 역할을 한다.

바가지는 회차 마지막에 오늘의 추천 요리 레시피를 공유한다. 대부분 가정식 레시피이기 때문에 간단하다. 주인공이 차분한 목소리로 요리하는 법을 소개하고 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도 바가지 씌울 수 있어요."

그러나 직접 만들어보니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가지에는 눈과 입이 즐거운 음식이 있다. 가정식 메뉴가 특별한 요리로 느껴지는 건 음식에 장인의 겸손함과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선술집 바가지, 오늘도 성황리 영업 중이다.

토마토 가지 그라탱 만드는 법

재료(1~2인 기준): 가지 1개 토마토 2개 스팸 1/3통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 그라탱을 만들 재료를 준비한다 ⓒ 박지윤


1. 가지와 토마토, 햄을 같은 두께로 자른다
 

가지, 토마토, 햄을 자른다 ⓒ 박지윤


2. 자른 가지에 올리브오일을 적정량 두르고 에어프라이어에 10분 굽는다
 

종이호일에 가지를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다 ⓒ 박지윤


3. 그릇에 구운 가지, 토마토, 햄을 순서대로 쌓는다
 

그릇에 가지, 토마토, 햄을 순서대로 쌓는다 ⓒ 박지윤

   

햄까지 쌓아 올린 모습 ⓒ 박지윤


4.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다
 

취향에 맞게 모차렐라 치즈를 얹는다 ⓒ 박지윤

 
5. 전자레인지에 넣고 치즈가 충분히 녹을 때까지 돌린다
 

전자레인지에 10분 돌린 후 꺼낸 그라탱 ⓒ 박지윤

#토마토가지그라탱 #토마토 #가지 #드라마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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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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