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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심야 게임시간 상의하란, 황당한 '게임시간 선택제'

셧다운제 폐지 찬성자도 반대자도 모두 비판... 실효성 논란

등록 2022.01.04 17:39수정 2022.01.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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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게임 셧다운제' 폐지 대신 제시한 ‘게임시간 선택제’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2011년 11월, 청소년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된 일명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난 1일자로 폐지됐다. 게임을 중독의 대상으로 본다는 게임업계의 지속적 반발과 모바일 게임은 대상에서 빠져 실효성이 없고 청소년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이유가 폐지의 중요 사유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회협의회 등 청소년으로 구성된 단체들은 셧다운제 폐지 환영 입장을 표했지만, 14개 중독 관련 전문학술단체 및 9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2021년 7월에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한 바 있고 학부모들도 게임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든 조절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관련 기사 : 2021년 7월 22일자,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산업 성장 못한다? 황당한 주장" http://omn.kr/1ujq6)

'게임시간 선택제', 현실을 모르는 희한한 제도라는 비판 나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는 이같은 우려에 대한 보완 조치로 '게임시간 선택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18세 미만 청소년 본인이 희망하거나 부모 또는 법정대리인이 희망할 경우 원하는 시간대에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즉, 제도를 택한 사람에 한해 접속 시간이 규제되는 것.

여가부가 '게임시간 선택제'를 추진하고 있는 근거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21년 9월에 발표한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결과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조사에서 '게임시간 선택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5.8%(필요하다: 43.9% + 매우 필요하다: 21.9%)로 나타난 것.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현실을 모르는 희한한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이 제도를 만든 여가부는 자식을 키워본 적이 없는건지 말 잘 듣는 자식만 키워본 건지 자괴감이 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소년교육을 연구한다는 김아무개씨도 "정말 이런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시작되는지 궁금하다"며 여가부를 비판했다.

모 청소년기관의 신아무개 청소년지도자도 "어느 18세 미만 청소년이 스스로 게임 접속시간을 제한하겠나. 그렇지 않아도 부모와 자녀간 관계가 좋지 않은 가정이 많은데 부모의 일방적 희망으로 게임 접속시간이 정해질 우려가 높고 이는 또다른 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라면 "이러려면 왜 셧다운제를 폐지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했던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의 서승호 사무총장(장안대학교 교수)도 "이미 심야 게임시간 제한이 없어졌는데 어떤 청소년이 부모와 상의해서 내가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나머지 심야 게임 시간을 규제하겠냐"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황당한 제도라 지적했다.

서 사무총장은 "셧다운제 폐지는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 침해를 없앤다고 하는 취지"라면서도 "게임시간 선택제를 통해 부모의 동의라는 추상적 과정을 통해 선택적으로 자율권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효과가 없어 보인다"라고 제도 시행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같은 비판의 배경에는 셧다운제가 입법된 2011년 당시 80%가 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찬성을 등에 업고 정부 입법으로 제정한 여가부가 이제와서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실효성도 없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끼워 놓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더욱이 이 '게임시간 선택제'에선 모바일 게임이 제외되기에, 실효성도 없다는 주장도 높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2월 발표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0년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64.2%이고 10대 청소년의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중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2월 발표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발췌

  
또한 2021년 전체 게임 이용률은 71.3%이고 이중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90.9%로 PC 게임(57.6%)이나 콘솔 게임(2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즉, 어떤 배경이나 필요성 여부 등을 모두 떠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게임시간 선택제'는 그 실효성 면에서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중 2021년 전체 게임 이용률은 71.3%,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90.9%로 게임 이용률이 모바일이 가장 높았다. ⓒ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발췌

  
이유는 다르지만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등 청소년단체들도 '셧다운제를 없애놓고 또다른 규제를 제시한다'며 이를 철폐하라는 입장이다. 셧다운제 폐지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게임시간 선택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여파로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청소년 보호정책은 그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시간 선택제 #게임 셧다운제 #자기결정권 #청소년 보호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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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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