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형 윷판
이완우
폭 9m 길이 35m의 넓은 바위에 촘촘히 새겨진 윷판 모형을 명확히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윷판 바위에 비석을 세운 듯한 흔적도 남아 있고, 고누판도 한 점이 있다. 암각화 바위 옆에 전망대가 설치되었고, 제법 우람한 느티나무가 몇 그루가 유적지를 지키고 있으며, 키 작은 조릿대가 주위에 자라고 있다. 저수지 주위는 과수원이나 밭이어서 여느 농촌의 풍경이다.
한국 고유의 문화, 윷놀이
윷놀이는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친숙한 우리의 고유 놀이문화다. 세계 어느 곳에도 우리나라의 윷판과 같거나 유사한 도형을 지닌 놀이가 없을 정도로 개성을 지닌 한국적인 놀이문화라고 한다.
백제 때에 윷놀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하며,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이나 이색의 목은집에도 윷놀이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어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놀이문화임을 알 수 있다.
윷판 암각화에서 북극성과 북두칠성의 운행과 변화를 살피려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 문화사에서 별자리와 연관하여 그 변화하는 모습을 도형화한 것은 우리나라의 윷판 암각화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윷은 장작윷과 밤윷이 있고, 윷가락을 만드는 나무는 박달나무, 향나무, 탱자나무, 대추나무 등 다양하다. 콩이나 팥을 쪼개서 만든 콩윷도 있었고 도토리조차 반으로 나누어 활용하기도 했다. 작은 윷판 방석, 큰 짚 멍석, 바위 암각 윷판 등 윷판도 다양하여, 윷놀이는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의 생활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윷놀이에서 윷가락을 던져 펼쳐지는 도개걸윷모의 전개가 수학적 확률을 전제하지만, 윷가락의 나무 재질이나 윷이 펼쳐지는 윷판에 따라서 우연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모와 윷 같은 사리가 나왔다가 낙이 되어 무효가 되기도 하는 예상 밖의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여 윷놀이 내내 흥미롭다.
윷가락을 던지며 솜씨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말을 쓰는 전략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말을 쓸 때 말잡이는 옆 사람의 훈수를 참고하고 참여자들이 협의하며 왁자지껄하다. 윷가락을 던져 사리가 나오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윷가락에는 흥겨움과 신명이 우러나는 노랫가락이 실려있었다.
윷놀이는 실내, 마당, 마을 정자나무 아래, 동구 밖 어디서나 가능했던 생활 밀착형 놀이문화였다. 지금도 여느 단체 모임에서 윷놀이로 화합을 다지며, 으레 떡국이나 다과로 잔치가 이어진다. 처음에 도가 나오면 복이 있다, 첫모 방정에 새 까먹는다, 도긴개긴, 넉동 다 나갔다, 도 아니면 모다, 사람 팔자는 윷짝 같다, 윷은 놀기보다 말을 잘 써야 한다... 이렇게 윷놀이와 관련된 속담이나 삶의 지혜도 풍부하고 다채로웠다.
윷판 암각 유적지는 어떻게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