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동>의 왕규식 편집장, 김건해 기자와의 인터뷰 현장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온라인으로 할 것인지 오프라인으로 할 것인지, 누가 기사를 쓸 것인지, 어떤 의제를 다룰지부터 판형, 발행 부수 등 무궁무진한 의논거리를 두고 일요일마다 모여 머리를 맞댔다.
한번 시작한 회의는 대여섯 시간을 넘기는 게 기본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신문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열정과 땀으로 태어났다. 창간준비호 1호부터 10호까지 논의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회의시간은 줄어들고 있지만,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각자의 고민과 노력은 계속된다.
"자기 내면의 생각을 개인의 글로는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겠지만, 기자라는 이름으로 신문의 기사를 쓴다는 건 굉장히 책임감도 있고 만만한 일은 아니죠. 다들 그게 제일 힘들었을 거예요.
첫 신문을 만들 때의 부담감이 가장 컸고, 호를 거듭하고 기사를 쓰면 쓸수록 자신의 문체를 버리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신문에서는 독자가 가독성 있게 얼마나 쉽게 본질에 빨리 접근하고 인식하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지 내 문체나 내 생각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이걸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왕규식 편집장)
<오!하동>의 기자들은 아기를 품고 기르며 엄마가 되어가는 것처럼, 신문을 준비하고 만들며 계속해서 기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책을 함께 읽고 논의하며 기사 쓰는 법을 머리로 몸으로 부지런히 익혀가고 있다.
하동의 목소리를 찾아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하는지 인터뷰해 노인 의료현실을 살펴본 '어르신 병원 가는 길!', 악양, 화개에 방문한 가족단위 관광객의 목소리를 담은 '관광객이 말하는 하동',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하동군민들이 원하는 하동' 김건해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하동 사람들과의 밀착 만남을 통해 목소리를 듣고 담은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1호에서 동네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기사를 제가 맡았고, 그 기사의 평가가 좋아서 '어르신 병원 가는 길!'이라는 또 다른 인터뷰 형식의 기사도 제가 맡게 됐어요. 여러 번 기회가 생기다보니 '인터뷰가 나하고 잘 맞나보다' 하게 됐어요.
다른 분들 기사는 제가 흉내 낼 수가 없어요. 그 부분에 대한 지식이 많지도 않고,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다루는 건 꿈도 못 꾸죠. 그런데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실어주는 게 조금 더 잘하는 부분이구나 알게 되면서 그걸 맡게 되는 것 같아요." (김건해 기자)
"또 다른 면에서는 귀촌 20년차인 김경구 기자처럼 지역에서 오래 살다 보면 그 삶에서 우러나온 관점이나 문제의식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분들은 어떤 의제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가 있어요. 반면에 김건해 기자님은 구성원 중에서는 귀촌연차가 좀 짧은 편이고, 어떤 의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정말 군민들의 정서와 합치되는 문제의식인지 나만의 문제의식인지 머뭇거려질 수 있죠." (왕규식 편집장)
김건해 기자가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담아오는 한편, 군민들이 직접 기고한 글도 실린다. 텃밭 농부, 문화관광해설사, 시인, 자영업자, 초등학생 등 다양한 독자들을 신문으로 직접 모셔오는 건 홍마리 기자다.
"홍마리 기자님은 저희 최연장(70세) 기자님이신데요. 처음에는 기획 특집에 맞추어 취재 기사를 위주로 썼었는데, 취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심층 취재하려고 하는 부분만 너무 강조되는 것 같다, 신문에 재미가 없다는 고민을 하셨어요. 신문이 좀 숨통도 좀 트이려면 지역 사람들 목소리도 실어야 하니까 '독자기고란' 지면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람들의 목소리를 싣자고 하셨죠. 그래서 6면에는 고정으로 독자들의 글이 실리고 있어요." (왕규식 편집장)
용어 하나 허투루 쓸 수 없는, 끊임없는 논쟁과 검토 후에 나오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기사와 함께 말랑말랑하고 생생한 군민의 목소리가 듬뿍 담긴 것이 <오!하동>이라는 신문의 참맛이다. '노션'이라는 세련된 툴을 활용한 온라인 페이지를 보았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지역신문 치고 디자인과 온라인 페이지를 활용하는 틀이 '신세대스러운'데 내용에는 역시나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것. 음식점에서 '반반'을 주문할 때 느끼는 두루 갖춰졌다는 만족감과 완벽함 같은 것.
한 부의 신문이 나오기까지의 세세한 이야기들도 키워드 위주로 들어보았다.
#편집실의_한달
"첫째 주 화요일 인쇄가 된 신문이 수요일 저희 손에 도착합니다. 그러면 일요일에 모여서 이 신문에 대한 평가를 하고, 다음 호의 주제를 설정하며 주제에 대한 난상 토론을 해요. 첫째 주에 주제와 방향을 잡으면 집에 돌아가서 각자 생활하면서 취재의 내용을 연구하죠. 그래서 둘째 주에는 취재 계획을 발표하는 거예요. 어떻게 취재할 것이며 어떤 관점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요. 그때 서로 부족한 점, 잘못된 점을 채워줍니다.
셋째 주는 취재 계획대로 기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취재하고 초고를 작성해서 일요일에 모여요. 그러면 초고를 검토하고 보완하는 논의를 하게 되죠. 그러면 넷째 주에 완고가 모이고, 그때부터는 기자 중에 교정교열까지 맡은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교정교열을 보고, 편집디자인을 맡은 사람에게 넘겨요. 그러면 넷째주 일요일 날 밤에 최종 검토를 하고 인쇄소로 넘기죠. 굉장히 바쁘게 돌아갑니다." (왕규식 편집장)
#무광고 #무가지
"저희가 비용 면에서 결정한 것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광고 없이 한다', 두 번째는 '무가지로 한다'예요. 광고를 실으려면 에너지가 만만찮게 들기도 하고, 신문이 유료인지 무료인지가 이 신문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와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요. 유료로 한다는 건 결국 읽는 사람에게 부담만 줄 뿐이죠. 우리 기사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도 없고요. 오히려 이러한 기사를 다룸으로 해서 이게 동네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 거죠. 이 두 가지를 일단 결정했습니다." (왕규식 편집장)
#제작비용 #언론협동조합
"신문 만드는 비용은 크게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제작비, 배포비 이렇게 되는데요. 그중에서 기자들의 인건비, 배포비는 무료 봉사로 해결하고 있고 사무실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어요. 제작비는 인쇄비인데, 현재까지는 (설립 예정인 언론협동조합의) 이사장님(이순경씨)이 해결했어요.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이제 언론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저희가 창간호를 낼 때쯤일 것 같아요. 그때쯤에는 아마도 조합비와 후원 회원들의 후원 회비로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왕규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