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칠남매 중 제일 왼쪽이 복주
이선민
그 무렵 나는 생애 첫 책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출간을 앞두고 있어 꽤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강아지를 맞이할 준비도 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종 원고 점검하며 틈틈이 공부해서 강아지가 5개월 차에 접어든 시점에 집에 데려올 수 있었다.
개가 온 후 한 달 간 나는 책에서 본 대로 별다른 용건 없으면 개를 만지지도 않고 다정하게 부르지도 않았다. 개도 그런 내게 섣불리 다가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반려가 아닌 동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때 일을 몹시 후회한다. 어느 날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가뜩이나 불안한 강아지를 따뜻하게 대해 줘도 모자랄 판에 교육한답시고 한 달이나 차갑게 대했던 일들 말이다. 부모형제와 떨어지고 정든 임보 가족과 떨어져 심란할 복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훈련에만 집중한 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분리불안 교육한답시고 한 시간 정도 개만 두고 혼자 외출했다. 미리 설치해둔 CCTV로 집안을 살피니 복주는 베란다에 나가 있는 것 같았다. 안심하고 볼일을 마저 보고 집에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5개월의 어린 개가 모기장을 뜯고 베란다 창을 통해 바깥으로 뛰어내린 게 아닌가.
다행히 그때 우리 집이 언덕에 위치한 천장 낮은 다가구 주택 이층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입장 바꿔 놓고 나한테 개 같은 조건, 아니 사방 천지가 들판인 곳에 혼자 네 시간(개의 시간은 인간보다 4배 빨리 간다) 있으라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아마 나는 십중팔구 구조되기 전에 공황발작을 일으켰을 거다.
이 사건 이후 나는 크게 각성하여 개를 더 잘 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일로 깨달은 건 사람도 그렇지만 개 육아도 절대 하나의 진리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이든 미디어든 다른 이들의 조언과 충고를 덮어 놓고 따르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 개의 훈련 방식은 그 개를 잘 아는 내가 정하는 게 맞다. 개들도 사람 얼굴처럼 성격이나 환경이 저마다 다르기에 원론적인 이야기 빼고 외부의 정보만 맹신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 후 나는 본격적으로 동거가 아닌 반려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고 복주랑 함께 한 지 일 년이 넘은 현재의 나는 개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복주 처음 만난 날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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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라는 게시글 하나로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산만언니] 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마음이 기웁니다. 재난재해 생존자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특히 세월호에 깊은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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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말고 개 키우세요" 정신과 의사의 협박 아닌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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