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8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을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섰다.
유성호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와 시민대책위의 중재로 이룬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풍당당한 기업의 태도는, 53일 동안 목숨을 걸고 단식 농성을 했던 노동자의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아래 기사에도 나오지만, '올해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SPC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사회적 합의 이행, 노동기본권 보장 및 민주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5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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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권리 요구중... 파리바게트 문제 해결에 관심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현대사회에서 거의 주식이 된 식빵이나 베이글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빵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보장된 맛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변에서 금방 찾을 수 있고, 할인이나 적립 같은 눈에 보이는 혜택도 있습니다.
식사, 간식, 축하와 응원같은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빵은 부담스럽지 않고 적절하게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빵을 만든 사람들은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환경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위 기사에 등장하는 장연주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에 따르면, 심지어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의 유산율은 58%이라고 합니다. 보통의 여성노동자 평균 유산율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두 명 중에 한 명은 유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지지하는 최소한의 마음으로 SPC의 제품들을 이용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빵을 먹지 않고 지내던 어느 날,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가 유튜브에서 봤다며 식빵피자를 만들어보자고 하는데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싫고, 동네 빵집은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식빵을 사와야겠다"했더니 삼립도 SPC였습니다. 새삼 대기업의 무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곧,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SPC제빵사들의 노동인권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그동안에는 일상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제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서 몸에 흡수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이 일은 바로 제 일이 되었습니다.
식물도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다는데, 아프고 괴로운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에는 그분들의 눈물이 담겨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정성만 담아서 구운 빵을 먹고 싶어졌습니다.
대안을 찾는 불매운동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