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기자말] 공문서에 사용하는 글이 쉬워야 한다는 인식을 정부에 알리고 공공언어를 들여다보며 고쳐 쓰는 일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9년 일어난 한 가슴 아픈 사건으로부터 쉬운 영어 운동이 시작됐다. 영국의 한 노부부가 정부에서 난방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는 공문서와 신청 서식을 읽지 못해 신청하지 못하고 결국 추운 겨울 생을 마감했던 사건이다. 그 공문서와 서식이 너무나 어려운 말들로 가득해 노부부가 읽을 수 없었던 탓이었다. 당시 소비자협회에서 각종 복잡한 문서 양식을 단순화시키는 일을 하던 크리시 메이어(Chrissie Maher)씨는 어려운 공문서가 가져온 이 불행에 주목했다. 그는 수많은 기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공문서 다발을 자르며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정부'라며 항의했고, 이는 쉬운 영어 운동(Plain English Campaign)의 시작이 됐다. 이후 영국 정부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0년간 공문서에 쉬운 영어 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주거 분야의 공문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다룰 첫 번째 문서는 진주시의 2022년 청년 월세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이다. 여기엔 불필요한 한자어가 여럿 있다. '청년의 주거비 부담 경감'이란 설명에서 경감이라는 단어는 '부담이나 고통 따위를 덜어서 가볍게 함'이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이 말을 쉽게 풀어서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라 쓰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청년이 월세(임차료) 先 납부'란 표현에서도 '先'은 '먼저'를 뜻하는 한자다.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이 아닌 외국인이나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공고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청년이 월세(임차료)를 먼저 내야 함'으로 고쳐 써 주면 모든 국민에게 통한다. 공문서에 쓰는 말은 한글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괄호를 씌워 보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니 한자어를 꼭 써야 하는 경우라면 괄호를 사용해 친절한 설명은 보태는 것이 낫다. '안정적인 주거생활 지원을 위하여'란 말은 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명사 형식으로 쓴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은 조사를 넣어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를 다시 써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라고 할 수 있다. 창원시가 내놓은 2021년 주거공간개선 가사지원사업 안내문에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삶의 질 향상과 경력단절 예방'이란 표현은 문장 성분 간의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색한 경우다. 이를 '일과 가정 돌봄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며,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도우려 한다'라고 고치면 된다. 각 문장 성분이 요구하는 적절한 서술어를 더하고 한자어를 덜어내 이해하기가 수월해졌다. 사업 이름에 '가사'라는 단어도 살림 또는 집안일로 바꾸어 쓰는 것이 쉽다. 사업 설명에서 '정리수납전문가 교육을 받고 자격을 이수하였으나 해당 분야의 수요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란 대목은 불필요한 표현을 길게 나열해 문장이 울퉁불퉁해졌다. 이를 '정리 수납 전문가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다듬어주면 된다. 공문서가 쉬우면 국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진다. 큰사진보기 ▲주거분야 두 번째 연구의 첫 번째 공문서 ‘2022년 청년 월세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뉴스사천 큰사진보기 ▲주거분야 두 번째 연구의 두 번째 공문서 ‘2021년 주거공간개선 가사지원사업 안내문’.뉴스사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 사천사람 사천이야기 <뉴스사천> 바로가기 news4000.com 구독문의 055-855-4040 후원 806-01-068921(농협)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쉬운우리말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뉴스사천 심다온 (news43) 내방 구독하기 사천의 대표언론 이 기자의 최신기사 가을의 붉은 속삭임, 사천 곳곳 '꽃무릇' 활짝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이화영 "검찰 진술세미나, 술 마시며 한번, 술 없이 수십번"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AD AD AD 인기기사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1979년 영국 노부부 사건, 공문서가 가져온 비극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그의 산문은 잔혹한 권력에 맞서는 힘"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대통령님, 안동대에서 한 말 기억하시죠?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