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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거짓말, 조직적 은폐...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다"

[힐즈버러 법을 말하다 ②] '공직자의 진실 의무' 규정한 힐즈버러 법 만든 '피트 웨더비' 변호사

등록 2022.12.21 14:26수정 2022.12.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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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발생한 힐즈버러 참사와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닮아 있다. 공권력의 무책임과 무능함이 사안을 키웠고,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을 놓쳤다. 축구장을 방문했을 뿐인, 이태원을 방문했을 뿐인 무고한 목숨이 압사당했다는 점도 같다.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닿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의원 차원의 노력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그 정점에 '힐스버러 법'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힐스버러 법을 다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와 법이 무엇인지 돌아보기 위함이다.[편집자말]
97명이 '불법적 살해'를 당했다. 766명이 부상 입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힐즈버러 구장에서 벌어진 힐즈버러 참사의 결과다.

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 리버풀FC와 노팅엄 포레스트가 맞붙었다. 2만 5000명의 리버풀 팬들이 입장할 수 있는 입구는 한 곳 뿐이었다. 경기 시작이 임박했음에도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현장 책임자인 경찰 총경은 '문을 개방하라'고 지시했고,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에 밀리고 밀려, 경기장과 관람석을 분리시키는 철망에 눌려,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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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버러 추모공간이 리버풀FC 홈구장인 안필드 스타디움에 마련돼있다. ⓒ Ken Biggs

 
처음에는 '사고사'라고 했다. 경찰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희생자들의 범죄이력을 조회하고 어린아이를 포함한 사망자 전원에 대한 혈중 알코올 농도 검사를 했다. '술 취한 폭도 탓'으로 몰아가기 위해서였다. 경찰에게 불리한 증언들은 삭제됐다. 경찰은 '리버풀 팬들이 희생자의 주머니를 털었고, 구조 활동을 하는 경찰들을 조롱했으며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거짓 정보를 언론에 흘렸고 그대로 보도됐다. 조직적 은폐 속에 현장 관리 책임이 있는 경찰과 시청, 경기장 소유 구단 관계자 모두 불기소 처리됐다.

유족들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폭도의 가족'으로 몰려 비난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재조사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2010년 드디어 시작된 재조사, 2년 9개월 만에 나온 보고서의 결론은 '불법적 살해'였다. 경찰이 범죄 집단 수준의 진실 은폐와 공작을 자행했음을 밝혀냈다. 2016년, 보고서를 토대로 힐즈버러 참사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중대한 직무유기로 인한 과실치사'라는 판결이 나왔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경찰 등이 법을 어긴 결과로 인한 참사라는 것이다. 

진실이 밝혀졌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책임자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 '문을 열라' 지시한 경찰 총경, 다른 경찰 책임자들, 경찰을 변호했던 변호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오직 축구장 관리자에게만 6500파운드(환율 기준 한화 1000만 원 가량)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힐즈버러 참사로 18살 아들을 잃은 마가렛 아스피날(Margaret Aspinall, 힐즈버러 가족지지 그룹 의장)은 이를 두고 "은폐를 은폐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경찰이 진술을 바꾸고 은폐하는 게 허용된 것"이라며 "이 나라 법체계가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이들은 '법 체계를 바꾸겠다'며 나섰다. 힐즈버러 법이 그것이다.

▲ 모든 형태의 공개 조사 및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공직자에 '정직의 의무' 부여
▲ 무제한의 공적 지원을 받는 법률 대리·지원
▲ 참사 이후 고인의 가족을 위한 공익 대변인 지원


법의 주요 골자다. 법이 통과돼도 힐스버러 참사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유족들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참사로 영향 받을 사람들이 장기간 고통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법 통과를 요구하며, '힐즈버러 법 지금(hillsborough law Now)'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마가렛 아스피날은 지난 1월 영국 현지 언론을 통해 "우리는 힐스버러 참사가 첫 번째가 아님을 알고 있고,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 역시 확실히 알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런 일은 말 그대로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때 누가 당신을 보호할 것인가요?"

힐스버러 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인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힐즈버러 법 초안 작성자 중 한 명이자 '힐즈버러 법 지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피트 웨더비(Pete Weatherby KC) 변호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악의 참사를 최근에 겪은 한국에 힐즈버러 법이 시사할 점은 없는지, 참사 이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물었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영국과 한국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며 "공무원과 안전 책임자 등이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명확한 법률이 필요함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이 법안은 '과거 은폐'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 안전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공직자에게 강제한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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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웨더비(Pete Weatherby KC) 변호사는 힐스버러 법 초안 작성자 중 한 명이다. 현재까지도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 https://hillsboroughlawnow.org/

 
- 힐스버러 법이 궁극적인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힐스버러 참사는 1989년 영국 북부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일어났습니다. 97명이 압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평생 장애를 갖고 살게 됐습니다. 그 후의 조사는 해당 재난이 사고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20년 이상이 지난 후,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재개되었고 배심원단은 새로운 심문에서 사망자들이 '불법적으로 살해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었죠.

최초의 배심원단 평결은 두 번째 분노의 원인이 됐습니다. 경찰과 다른 사람들은 사망자들과 축구 팬들이 술에 취했고 티켓도 없이 입장했으며 늦게 도착했다고 비난했고 사실을 은폐하려 했죠. 새로운 조사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그것 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27년 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유족들은 영속적인 유산을 남기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유족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힐즈버러 법(공공 당국 책임 법안, 2017년 발의)'을 만들어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정부당국과 지자체, 공무원, 관리자 등이 '진실을 말하게 하고, 심각한 공공 안전 문제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전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골자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의무'를 지게하는 동시에 의무를 강제하는 수단을 제정한 것이 해당 법의 강점입니다. 제안된 법은 조사 및 재판에서 공권력과 유가족이 법적 대리측면에서 동등한 위치에 서게끔 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한국에도 '힐즈버러 법'과 같은 공직자의 진실 의무를 규정한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저는 한국 법률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법치주의에 기초한 모든 시스템은 공무원과 공공안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투명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특히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명확한 법률이 필요함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진실과 정의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공공안전을 확립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저는 국제적으로 이런 사건의 조사에 참여해왔습니다. 투명성과 '진실을 위한 권리' 측면에서 국제법상의 진전이 있긴 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영국과 한국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 앞서 설명한 조항 외에, 힐스버러 법의 핵심 조항과 그 의미를 말해달라.

"힐즈버러 법은 공공 안전을 공공 기관, 공무원, 기업 및 관리자가 책임을 지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워야만 공공 안전이 심각한 문제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안전과 보안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습니다.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을 예방하거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해야 합니다.
 

법의 지배 아래 운영되는 개방형 시스템에서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공공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힐스버러 참사는 정반대의 일이 발생했던 것이고요. 경찰과 기타 공권력은 자신과 명예를 보호하는 것이 진실과 미래의 재난을 예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힐즈버러 법은 원칙을 '솔직한 의무'로 성문화하고, 의무를 집행하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며, 고의적 의무 불이행을 방지하며 유족이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유가족·비극의 생존자들, 계속 압력 행사해야 진정한 변화 가능"

- 힐스버러 참사를 돌이켜보면 결국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사건의 주범이자 가해자였다.

"조사 결과 97명은 경찰 사령관의 중과실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고위 관리들이 증거를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힐스버러 참사의 충격적인 두 측면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20년 이상 동안 고인과 그들의 친구들, 그리고 도시 전체를 비난했다는 점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최악인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최악'의 쉬운 대답은 첫 번째일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는 계산된 의도로 수행되었으며 동일한 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슬프게도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힐스버러 법이 2017년 3월 29일 앤디 번햄에 의해 의회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힐스버러 법이 언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나.

"그 법안은 2017년 3월 29일에 첫 독회를 했습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가족들이 정의를 획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앤디 번햄(현재 맨체스터 시장)에 의해 해당 법은 추진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번햄씨가 법안을 추진한 것에 매우 기뻐했지만 그가 그렇게 하기 전에 다수 정당의 지지를 먼저 얻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을 때,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 녹색당, 스코틀랜드 국민당, 사회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서명했습니다. 불행히도, 2017년 총선으로 인해 법안의 진행이 중단되었고, 그 이후로 어느 정부도 법안을 의회에 다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노동당은 그 법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가족들은 현 정부가 법안의 의미를 되새겨 의회에 다시 제출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이 법 통과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그 법안의 초안 작성자 중 한 명이고, 힐즈버러 참사 가족들과 함께 법안 제정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저는 유가족들이 가족을 잃은 상실감 뿐 아니라 자신의 명성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은폐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 법안은 '과거 은폐'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 안전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된 분들과 피해를 입었지만 생존하신 분들께 깊은 애도와 성원을 보냅니다. 힐즈버러 법을 통해서, 고통당해온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정의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뿐 아니라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오랫동안 캠페인을 진행하고 계신 힐브버러 참사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공개적으로 힐즈버러 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해당 법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이 통과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 유가족, 비극의 생존자들이 계속해서 압력을 행사해야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힐스버러 법 #피트 웨더비 #영국 리버풀 #힐스버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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