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159명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를 드리고 있다.
유성호
▲ 대통령 사과 요구한 유가족들, 159배 끝 한마디 "이것밖에 못 해줘 미안해" ⓒ 유성호
앞서 같은 날 오전 10시, 이태원시민분향소에 모인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다시 영정 앞에 섰다.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정쟁에서 자유로운 독립조사기구 설치,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기 위한 159배를 올리기 위해서다. 159배는 이태원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정한 숫자다.
유가족들은 159배를 올리기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해 12월 16일 보냈던 여섯 가지 요구사항이 답변 없이 행정안전부로 이송, 지난 9일 약 한 달 만에 '민원처리 안내'라는 짧은 공문으로 되돌아온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요구는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 진상규명 ▲참사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조치 ▲희생자들의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치 ▲2차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 등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49재 시민추모제를 마치고 유가족들이 요구사항을 전달하러 가자 참사 당시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경찰들을 대통령실 인근에 무더기 배치해 유가족들을 막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대통령이 진정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생각했다면 참담한 죽음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면, 이렇게 성의 없이 유가족들을 대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59배를 위한 구령에는 이름을 드러내길 희망한 102명의 희생자들의 이름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 그 이후에는 "이름 불리지 못한 사람들"을, "이름 불리지 못한 사람들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절을 올렸다. 153배 무렵부터 절을 마치는 동안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부축했다. 절을 마친 뒤 한 유가족은 영정을 바라보며 "미안해, 너희들한테 이것밖에 못 해줘서 미안해"라고 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오는 2월 4일 이태원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앞두고 정부서울청사, 용산 대통령실에 이어 오는 1일에는 국회를 찾을 예정이다.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