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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반대운동 박그림 "설악산 케이블카 안됩니다"

[환경새뜸] 녹색연합 공동대표 인터뷰 "전국토 4% 국립공원, 죄다 '국립유원지' 만들 셈인가"

등록 2023.03.03 18:23수정 2023.03.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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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전국토 4% 국립공원, 죄다 ‘국립 유원지’ 만들 셈인가” 지난 30여 년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해 온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인터뷰했다. ⓒ 김병기

 
"우리가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놓을 수 없습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단호했다. 지난 30여 년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해 온 박 대표는 "참담하게도 개발 사업에 들러리를 선 환경부는 이번 일로 인해 존재이유를 잃어버렸다"면서 "환경부장관 사퇴, 환경부 해체 등을 요구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투쟁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는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대청봉 인근의 끝청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3.3㎞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2월 27일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조건부 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은 양양군 재보완서가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환경부는 이를 배제한 채 조건부 동의 결정을 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케이블카를 신청하려고 기다리는 곳이 전국에서 40여 곳이 되는 데 환경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전국 케이블카 광풍의 빗장을 열었다"면서 "전 국토의 4% 정도 밖에 안 되는 국립공원을 국립 유원지로 다 바꿀 심산"이라고 성토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만 해도 앞으로 3군데에서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도 있다"면서 "예전에 양양군이 오색케이블카를 추진할 또 다른 지역에서도 각자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했었는데, '이러다가는 모두 허가가 나지 않을 것 같다' '힘을 합쳐서 오색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다른 곳도 놓을 수 있다'는 식으로 담합해서 오색케이블카에 힘을 합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지사 11개 과정 원샷? 교만하고 오만" 
 
 박그림 대표가 산양의 가면을 쓰고 설악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그림 대표가 산양의 가면을 쓰고 설악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박그림
 
박 대표는 환경부의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5개 국책연구기관에서 모두 부적합 판정을 했어요, 한국환경연구원이 가장 강력한 반대 의견을 냈죠. 그래서 일말의 기대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워낙 이 정권이 막가는 정권이잖아요. 윤석열 대선 공약은 무조건 추진이잖아요. 김진태 강원지사도 공약을 내걸었었고. 국책기관의 이견이 있었기에 환경부 독자적으로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박 대표는 "김진태 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하면서 '아직도 11개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원샷으로 다 날려 버리고 연내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법이고 뭐고 다 무시해도 된다는 교만과 오만함이 엿보이는 표현"이라면서 "자기들이 술 먹을 때나 하는 용어를 쓰면서 법적 과정을 무시하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박 대표는 "미국의 국립공원 제도를 우리가 들여오면서 정신은 빼놓고 껍데기만 가지고 왔다"면서 "미국 사람들은 국립공원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50개가 넘는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개도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일부 사람들은 유럽의 알프스에 가면 전부 케이블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곳은 국립공원이 아니라 스키장이나 관광지일 뿐"이라면서 "스위스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없고, 일본의 경우도 20여 년 전부터 케이블카를 놓지 않고 있기에 기후위기의 시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60만 명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설악산 전체가 망가질 것" 
 
 2011년 1월 2일, 설악산 대청봉에서의 박그림 대표 알몸시위 모습.
2011년 1월 2일, 설악산 대청봉에서의 박그림 대표 알몸시위 모습.박그림
 
박 대표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는 정부와 양양군의 주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저는 그간 오색케이블카의 경제성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이런 겁니다. 경제성이 있다면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아도 되는 건가요? 하지만 사실 이번에 국책연구기관도 지적을 했는데요, 경제성도 없습니다. 오색 케이블카 노선은 볼만한 경관이 없고, 다른 곳에 비해 긴 구간입니다. 그럼 탑승료가 비싸겠죠. 누가 탈까요?

케이블카는 경관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에 놓으면 장사가 되는 데,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사람을 끌어들이기는 힘듭니다. 양양군은 1년 탑승인원을 60만 명으로 계산을 했던데요, 현재 50만 명 정도가 오갑니다. 지자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나 권금성 케이블카를 빼고 전국의 케이블카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결국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대청봉과 연결할 가능성이 100%이고, 그럼 덕유산과 똑같은 꼴 날 것"이라면서 "연 100만 명이 대청봉에 올라가는 데 그 중 60만 명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면 설악산 전체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3회 오체투지환경상 '대상'을 수상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제3회 오체투지환경상 '대상'을 수상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세상과함께 제공
 
박 대표는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다섯 겹의 규제에 의해서 지금까지 이 나마의 아름다움과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는데, 여기가 뚫렸다는 것은 케이블카 개발 광풍이 몰아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보다 규제가 덜한 국립공원 지역에 케이블카 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그냥 허가를 내줘야할 판"이라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환경부 해체, 환경부 장관 사퇴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가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사실 이런 게 일상입니다. 이런 일 때문에 낙담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정권들이 케이블카를 볼모로 표를 모으는 상황이 일상처럼 이어졌고, 지금까지 이에 맞서서 싸우고 이겨왔습니다. 이번 정권이라고 뭐 특별한 거 있나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부 #박그림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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