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수라갯벌 저어새들. 새만금신공항 개발로 수라갯벌의 생명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하나의 종 전체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는 사태다. 그동안 우리가 이 엄청난 사건을 지각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시간적으로는 서서히 진행되는 '느린 폭력'의 형태로 일어났기 때문이고, 공간적으로는 주로 지구상의 특정지역에 집중되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구는 넓지만 생물종의 절반 이상은 열대우림지역에서 살고 있다. 위의 책에서 도슨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불리던 열대가 '멸종을 이끄는 도살장'이 됐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그 도살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침략자가 온다. 그들은 불도저로 숲을 밀어버리고 불을 내고 서식지를 파괴한다. 거주할 곳이 사라지면 그곳에 살던 존재도 모조리 함께 사라진다. 그냥 사라진다고 말하지 말자. 쫓겨나고 찢어지고 베어지고 죽임 당한다. 침략자는 누구인가. 그냥 '인간'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들은 은행과 기업과 정부다. 투자자와 폭력하청업자와 군대와 경찰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그들은 여기에 왔는가. 때로는 목재, 팜유, 대두, 소고기를 얻기 위해, 때로는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때로는 도로와 댐, 유원지와 관광자원,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 은행은 돈을 대고, 기업은 개발에 착수하며, 정부는 허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을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원조'나 '투자'라고 미화하고 정당화 한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경제활동'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과 팽창'의 결과다.
생태학살은 먼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개발 이익을 계산한다. 금융자본은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정부는 지원을 담당한다. 법이 필요하면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학살의 중재를 자임한다. 이 지배동맹이 학살의 주범들이다.
주민들이 저항하면 군대와 경찰이 온다. 휘발유를 뿌려 숲을 태우는 폭력 용역업자들 대신 중재 용역업자들이 돈을 뿌려 지역 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열대우림의 연기 속에 퍼져나가던 살을 태우는 냄새가 여기선 인간성을 태우는 냄새로 진동한다. 인간에 대한 환멸과 불신을 간직한 채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싸우는 이들은 고립된다. 공항을 짓겠다는 제주 강정, 부산 가덕도, 군산 새만금에서 일어난 일이다. 산악열차 케이블카를 짓겠다는 지리산에서, 설악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발전소가 들어선 월성에서, 삼척에서, 홍천에서 벌어진 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과 낙동강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인종을 말살하는 제노사이드는 어떤 용서도 타협도 있을 수 없는 범죄라 여기는 당신은 생태학살, 에코사이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게다가 생태학살은 인종학살과 분리되지 않는다. 생물 종만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의 말살도 동반한다.
세상에 그런 '빈 땅'은 없다... 결국은 이윤을 위한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