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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도 못 받지만... '탈핵'이라면 어디든 가는 변호사

[탈핵 잇_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의 이야기 3편

등록 2023.03.24 15:15수정 2023.03.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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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의 아이'였던 한 소녀가 던진 이 질문을 기억합니다. 12년이 지나 성인이 되었을 그 소녀는 엄마가 되어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발전소가 있는 마을에 사는 ‘그들’은 안녕할까요? ‘그들’의 삶, 일상, 활동과 목소리를 따라 ‘우리’로 얽힌 사람들, 그 인연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연결될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답을 찾아 원불교환경연대 탈핵기록단이 한 달에 한 번, ‘그들’과 ‘이웃’을 만나러 갑니다. 누군가가 외치는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말들을 곱씹다 보면 어느 지역의 문제, 그들만의 문제라고 덮어두지는 못할 겁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와 마음을 잠깐만 내주세요.[편집자말]
 2017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내용을 설명하는 김영희 변호사.
2017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내용을 설명하는 김영희 변호사.김영희
 
*이전 기사('지는 재판도 세상을 바꾼다' 어느 탈핵 변호사의 믿음 https://omn.kr/236zd)에서 이어집니다. 

김영희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원전의 위법성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왔다. 국가보안과 영업비밀을 내세운 원자력계의 깜깜이 관행과 밀실 행정의 야합이 비일비재했던 원자력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신고리 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중대사고 평가' 관련 헌법소원은 이상하게도 기각됐지만, 원하는 대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부지승인 취소소송'을 6년 동안 진행하며 원전 부지 허가 규정을 강화했다. 신고리 5·6호기 부지 승인에 위법사유들이 있어서 취소해달라는 소송인데, 그 과정에서 산자부가 '원전 부지 사전승인권'을 가진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원전 부지는 지진, 지질, 지하수 등에 대해 심사를 해야 하고 국민 안전과 건강권이 걸린 문제인데 원전 진흥 부서라 할 수 있는 산자부가 심사도 없이 허가해주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 결과 '해바라기'가 문제를 제기한 대로 원전 부지 사전승인권이 규제기관인 원안위에게 넘어가는 내용으로 '전원개발촉진법령'이 개정됐다.

김영희 변호사는 원전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케이스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을 꼽는다.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채워 가동이 중단된 월성1호기를 2015년 2월 원안위가 2022년 11월까지 수명연장 할 수 있도록 운영변경 허가를 내주면서 재가동한다. 경주, 울산지역 주민 2167여 명의 국민소송단은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운영변경허가 처분이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원안위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월성1호기 안전성평가보고서 심사 때 월성 2~4호기에도 적용된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고, 한수원이 수명연장을 위해 원자로 등 설비를 교체한 것에 대해서도 원안위 심의·의결이 아닌 과장전결로 처리했으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의 위법사유가 인정됐다. 원안위가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시작됐지만, 월성1호기는 고장과 정지를 거듭하며 재가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2016년 설비고장으로 불시 정지를 2차례 겪었고, 2017년에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건물 콘크리트 부벽에서 결함이 발견돼 발전이 정지됐다.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의 경제성, 주민수용성, 안전성을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2019년 12월 원안위가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승인하면서 월성1호기는 공식적으로 폐쇄가 결정됐다.  


"윤석열 정부가 월성1호기 폐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쟁점을 만들었잖아요. 누가 봐도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월성1호기가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리라 생각도 못 했어요. 안전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게 없고 여야가 따로 없는데 윤석열 정부가 월성1호기가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다며 국민을 속이고 호도하면서 정쟁의 대상으로 몰아간 것이 속상해요."

김영희 변호사의 말이다. 

그가 다시 소송을 하는 이유 
 
 2022년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경주, 울산 인근 지역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년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경주, 울산 인근 지역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바라기
 
"원자력진흥법이 있어요. 원자력진흥위원회(아래 진흥위) 위원장이 국무총리예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2월 진흥위에서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아래 고준위 계획)이라는 것을 수립해요. 법률은 아니고 실행력 있는 행정계획인데 핵심은 '원전 부지마다 임시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라는 계획이에요. 고준위 계획에 근거하여 당장 고리원전 부지에 임시 건식 저장시설을 짓겠다고 한수원이 최근에 이사회에서 의결했어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 13개 중에서 8개가 해운대에 있어요. 피서철이면 100만 인파가 몰린다는 해운대에서 21km 떨어진 곳에 핵폐기장이 생기는 거예요. 탈핵 운동단체들이 당장이라도 '부산에 핵폐기장이 들어온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 정부가 원전 부흥을 위해 고준위특별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대표가 된 김기현 의원은 지난 1월 27일 <부산일보>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고준위특별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는데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막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느 당이 됐건 간에 원전 소재 지역구 국회의원이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점은 의미가 큽니다. 원전 진흥을 앞세우는 당에서 원전의 계속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지역 여론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한편 여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탈핵 운동 진영은 '고준위특별법'이 제정되면 '임시'라는 단서를 달고 부산, 울산, 경주, 울진, 영광 등 원전 시설이 있는 5개 지역에 '고준위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1980년대부터 울진, 영덕, 태안 등 해안을 낀 수많은 지역에서 시도됐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현실적으로 영구처분장을 수용할 지역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임시'가 '영구'처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희 변호사는 2021년 말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무효확인소송(아래 고준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소송을 하려면 90일 안에 소장을 내야 하는데, 제 입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고준위 계획'의 합법화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대응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짧은 시간 동안 1000명 넘게 원고를 모았어요. 경주 양남면에서 800여 명이 참여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죠. 울진원전으로부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안에 속하는 삼척시가 지자체로서 원고로 참여하였고, 삼척 주민들도 100여 명 이상이 참여했어요. 영광 주민들도 100여명 참여해주셨고요."


소송단 모집할 때 내는 1만 원 참가비가 소송비용인데 원고로 참여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상황이라 원고 중 200명이 낸 참가비 200여 만 원이 소송비용으로 받은 전부다. 원전 소송에서 정부나 한수원 측 변호사들은 엄청난 물적, 인적 지원과 거액의 보수를 받는 데 비해 김영희 변호사는 보수는커녕 교통비, 번역비 등 소송비용도 부족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 단체와 시민 833명이 참여해 2020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진행한 '월성1~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허가처분 무효확인소송'은 패소했고 '고준위 무효소송'은 진행 중이다.

'고준위 기본계획'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 적합성을 심사할 권한이 없는 산자부가 중간저장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 부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는가 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의견수렴 등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고준위 기본계획'은 법이 상식이라면 무효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원전 관련 판결에 상식과 정의의 잣대가 공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희 변호사가 '지면서도 이기는 소송'을 하는 이유다.

현장이 주는 '감동'

김영희 변호사는 공익 소송 외에도 교육부 자문변호사 및 대학 이사를 지내는 등 교육계 관련 소송도 많이 하고, 환경부 자문변호사도 했다. 최근에는 고형쓰레기를 연료로 하는 SFR소송도 진행했다.

알고 보니 이혼소송도 전문분야다. 섬세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장점 때문인지 이혼소송에서 승소한 의뢰인이 또 다른 의뢰인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형 변론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재벌개혁과 주주대표소송 전문가였던 김영희 변호사가 후쿠시마 이후 탈핵소송 전문가로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늘 원전 피해 주민편에 서는 이유는 현장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원전유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던 김양호 삼척시장 이전에 김대수 삼척시장은 삼척에 원전을 유치하려고 했다. 해바라기 법률가들과 영희 변호사는 김대수 전 시장 주민소환 운동 때부터 삼척과 인연을 맺는다.

"김양호 시장이 당선되고 삼척이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법률 자문을 위해 30번도 넘게 삼척을 다녔어요. 열차가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라 운전해서 삼척까지 다니면서 힘들었지만, 주민투표가 승리해서 보람이 컸어요."

2014년 10월 9일 전체 유권자 4만 2488명 가운데 2만 8867명이 투표해 67.9%의 투표율을 보인 삼척원전 주민찬반투표는 유치 반대 여론이 84.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삼척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원전 유치 신청 철회는 국가사무여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주민투표 업무 위탁을 거부해 민간기구 주도로 실시해 법적 효력은 없었지만, 삼척시민들의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다.

2012년 9월 삼척과 함께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신규원전 후보지였던 영덕은 삼척 주민투표 운동에 힘입어 '영덕원자력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결성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2015년 영덕주민투표 지원활동
2015년 영덕주민투표 지원활동 이태옥
 
김영희 변호사는 영덕 주민투표관리위원회 법률자문위원으로 삼척보다 더 먼 영덕을 부지런히 다녔다. 삼척과는 달리 영덕군수가 원전에 찬성해 삼척에 비하면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반대 여론이 2배 이상 높다'라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2015년 11월 11일 투표일이 밝았다.

"새벽 6시부터 투표를 시작했는데 그 이른 시간부터 영덕군민들이 투표하러 오시는 거예요.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사람은 투표를 하러 오지 않기 때문에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시는 분들인 거죠. 어르신들이 새벽부터 줄 서서 투표하는 광경은 정말 감동이었고, 눈물이 절로 나더라구요."

이틀 동안 주민투표소는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영덕원자력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위원장 노진철 경북대 교수)'는 11월 13일 "주민투표 개표 결과 원전 유치 찬성표가 7.7%(865명), 반대표가 91.7%(1만274명)로 집계 됐다"고 발표했다. 전체 투표권자 3만 4432명(9월 기준) 가운데 1만 1201명(32.5%)이 투표했다. 

"울진이 바로 옆이잖아요. 원전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원전 지역이 낙후된다며 울진을 예로 드는 삼척, 영덕 주민들을 많이 봤어요. 삼척, 영덕주민들도 잘 싸웠지만 '원전 반대'에 대한 민도가 높았다고 생각해요. '원전은 누구나 반대하는 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김영희 변호사는 2019년 5월 삼척이 '원전예정구역 지정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20년 6월에는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에도 지원활동을 열심히했다. 그는 '해바라기' 결성 후 단 하루라도 탈핵 소송과 법률지원을 멈춘 적이 없다.

2017년 5월 신고리 5·6호기 공익감사, 7월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관련 공익감사, 11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공익감사, 2020년 8월 월성1호기 수명연장 관련 공익감사, 2020년 8월 월성1호기 감사 관련 감사원장 공익감사, 2022년 3월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설 공익감사 등을 청구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월성 맥스터)관련 고발대리, 월성1호기 폐쇄결정에 대한 감사 관련 최재형 감사원장 등 고발 대리, 월성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방사성물질 누설 관련 한수원 등 고발 대리 등 법률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도 6년, 신고리 5·6호기 소송도 6년 동안 진행됐다.
김영희 변호사가 건넨 메모에 빼곡히 채워진 한 줄 한 줄의 소송 기록은 몇 년 치 피땀 어린 노고와 희생의 증거다.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탈핵은 반드시 돼요, 문제는..."

"탈핵은 될 수밖에 없어요. 세계적인 흐름이고 무엇보다도 경제성에서 원자력은 확실하게 뒤처져요. 정치적인 문제로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확대 정책을 펴며 뒷북에 열을 올리지만, 원전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온갖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어요. 반면 재생에너지는 기술혁신으로 발전단가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요. 머지 않아 탈핵은 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동안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해요. 원전 안전관리가 걱정이에요."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예상치 못한 태풍이나 폭우,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향후 20~30년 안에 "우리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김영희 변호사는 "그래서 더 열심히 탈핵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원전이 가장 많은 나라부터 핵사고가 났잖아요. 1979년 미국 쓰리마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다음으로 원전이 많은 나라는 프랑스, 중국, 한국이에요. 한국은 안전관리도 믿을 수 없고 원전밀집도, 인구밀집도 세계 1위이니, 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원전사고 피해는 나라가 망하는 수준이에요.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되고요."

김영희 변호사는 기회가 되면 "원전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지원도 하고 싶다"라고 한다. 원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 가려 그 안에서 피폭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보이지 않는다.

"원전 노동으로 피해를 당한 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아직 저한테 찾아오신 분은 없어요.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큰데 아쉽죠. 그래서 원전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소송은 늘 빚진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김영희들'을 위하여

인터뷰 며칠 뒤 김영희 변호사 SNS가 난리가 났다. 고창군 '수명연장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관련 연구용역 발표차 전북 고창으로 내려가던 길에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의 SNS에는 안위를 묻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2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인터뷰 당시 "영광 한빛원전 주변 지자체인 고창군이 반갑게도 연구용역을 주어서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해 지난 2월 22일 고창에 간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가 고장 나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저녁 때 발표도 잘 마치고 몸도 괜찮다는 문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비생계형 탈핵 소송에도 매달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늘 잠은 언제 자는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게요. 만날 돈도 안되고 일은 많고 이기지도 못하는 소송에 매달리다 보니 제가 인기가 없어요(웃음). 저야 그렇다 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일하자고 권하지는 못하죠. 정말 영혼을 갈아 일하고 있는데 '이게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회의가 들 때가 있어요.

우리 세대야 항상 그래왔잖아요. '나는 괜찮지만, 너희들은 그러지마.' 적어도 우리 후배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탈핵 운동하는 활동가들 처지도 너무 열악해서 오히려 그게 늘 마음이 아파요. 저에겐 고맙고 귀한 존재들이에요."


김영희 변호사는 "그 어떤 분야의 시민운동보다 탈핵 운동이 시민들의 안전과 생존을 위한 일인데 이념화되거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한다.

'탈핵운동'이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더 많은 '김영희들'을 만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인터뷰는 마쳤는데 고민의 출발에 선 기분이다. 더 많은 '김영희들을'을 위한 고민 말이다.
#탈핵변호사 #해바라기 #탈핵소송 #김영희 변호사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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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연결된 삶을 그리며 오늘도 바쁘고 분절된 삶을 살아갑니다. 영광에 22년 살면서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빠른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꿉니다. 생태와 자연, 젠더와 영성에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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