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강을 가로지르는 아이젤너다리. 사랑받는 만큼 견뎌야 한다, 약속의 무게를
김상희
독일에서의 첫 끼니는 무엇을 먹을까? 독일에 왔으니 당연히 독일 음식을 먹어야지. 설마 독일 사람들이 소시지와 맥주만 먹지는 않겠지. 구글 지도를 돌려 식당 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무사히 한 끼 먹을 수 있을까? 식당 문으로 들어서면서 여행 전 숙지한 유럽 식당 에티켓을 머릿속에서 돌려 보았다. '아무 테이블이나 빈자리에 가서 앉으면 안 되고 문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라.'
자리를 잡아 앉으니 직원이 메뉴판을 갖다주었다.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였다. 사전에 구글 사진을 보고 뭘 먹어야겠다고 예습하고 들어갔는데도 알파벳의 난무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없었다.
독일어 아래에 영어가 병기되어 있었는데도 영단어조차 어떤 재료인지 조리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문맹' 여행자는 서러웠다. 주머니에 돈 넣어 두고도 몰라서 못 시켜 먹을 지경이다.
한참이 지나도록 메뉴책만 뒤적거리며 도무지 주문할 기색이 없자 직원이 옆에 와서 주문을 기다렸다. 메뉴판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에 나를 위기에서 구해준 단어 하나는 바로 '슈니첼(Schnitzel)'이었다. 돈가스 비슷한 거라고 들었고 독일에서 꼭 먹어보리라 다짐했던 메뉴였다.
기본 슈니첼을 먹어보려고 했는데 급한 대로 눈에 띄는 슈니첼 글자를 가리켰더니 볶은 양파가 잔뜩 올라간 돈가스 비슷한 음식이 나왔다. 난 돈가스든 탕수육이든 절대로 '부먹(소스를 끼얹어 먹기)' 하지 않는 '강경 찍먹파(소스에 찍어 먹는 사람')인데 이건 수습 불가 상황이다.
직원에게 물어볼 걸. 홈그라운드가 아니란 사실에 촌스럽게도 주눅이 들었나 보다. 멀쩡한 사람을 모자란 사람 만드는 곳이 외국이다. 앞으론 당당히 주문해 보자. 대한민국 아줌마의 결기로!
슈니첼은 고기를 튀긴 거니 맛이 없을 수 없다. 우리 돈가스는 도톰한 돼지고기에 밀가루와 달걀, 빵가루를 입혀 최대한 바싹하게 튀기는 반면, 슈니첼은 얇게 저민 고기를 밀가루만 입혀 기름에 지지듯이 부쳐낸다. 겉은 촉촉하고 속은 부드럽다. 레몬즙만 뿌려 먹어도 맛있다. 재료는 돼지고기 외에도 쇠고기, 닭고기를 다 쓴다고 한다. 슈니첼은 원래 '두들겨 얇게 편 고기'를 통칭하는 말인데 요즘은 튀긴 고기 요리를 일컫는다고 한다.
내가 주문한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쯔비벨 슈니첼(Zwiebel Schnitzel)이었다. 양송이가 토핑으로 올려지면 예거(Jager) 슈니첼, 크림소스와 같이 나오면 람(Rahm) 슈니첼이 된다고 한다. 내가 사진으로 보고 원래 시키려고 했던 건 바로 람 슈니첼이었다. 초록색 크림소스의 람 슈니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즐겨 먹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