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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다가가기

등록 2023.04.04 09:50수정 2023.04.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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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한 직장 생활에도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 거리가 분명 있다. 퇴사가 열풍이 되어버린 요즘, 어쩌면 그 재미 거리가 계속 회사를 다닐 큰 힘이 되어줄지 모른다. 여기에 18년 차 직장인의 재미를 전격 공개한다. [편집자말]
흔히 하는 말 중 사회에서 만난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업무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어릴 때처럼 순수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17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돌아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이직을 포함해 여태껏 7~8개의 부서를 옮겨 다녔다. 적게는 10명 미만에서, 많게는 30명이 넘는 직원들과 몸을 부대끼며 지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을 거쳐 갔는데 그중 누구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을까. 꼽아보니 체 5명이 되지 않았다. 같이 근무할 때는 친하게 지냈던 직원도 부서를 옮기고 나면 더는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긴 원수가 되지 않으면 다행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소수의 몇몇과는 '친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회사 동료와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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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 때론 회사 동료가 마음 맞는 친구로 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가 필요하다 ⓒ Unsplash

 
그중 선배 A는 지금 직장에 입사해서 처음 발령 난 부서에서 만났다. 나이도 10살 정도 위였고, 연차도 차이가 크게 나서 처음에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팀에서 업무를 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특히 선배는 이미 소설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였다.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친해져 가끔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며 친분을 다졌다.

2년 정도 함께 근무하다가 선배가 먼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다. 그 뒤로도 꾸준하게 연락하고 만남을 이어갔다. 최근에도 춘천에 근무하는 선배를 만나러 가서 공지천에서 자전거도 타고 닭갈비로 조촐한 뒤풀이도 했다. 선배는 내년이면 회사를 퇴직한다. 미래에 관한 고민도 나누고, 책과 글쓰기에 관해서도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다.

비록 회사에서 만났지만, 우리의 대화는 늘 회사 밖으로 향했다. 뻔한 직장 이야기에서 벗어나 흥미로운 주제들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선배의 삶은 곧 내가 따라가야 할 길이기도 했다. 인생의 멘토가 있다는 것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큰 힘이 되었다. 우리의 인연은 선배가 퇴직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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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좋은 선배와 자전거 타기 춘천에 근무하는 선배를 만나기 위해 ⓒ 신재호

 
B는 8년 전 본사 근무를 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전까지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크게 접점이 없어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 나보다 반년 정도 뒤에 본사 발령이 났는데 처음엔 낯선 업무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었다. 나이도 한 살 터울이고 그래도 안면이 있는지라 편하게 느꼈는지 B는 종종 고충을 털어놓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그걸 계기로 B와는 무척 가까워졌다. 운동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새벽에 함께 테니스 교습도 받고, 가끔 가족들끼리도 인근에서 만나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어느 날 B는 여름휴가를 두 가족이 함께 가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했다. 아이들 또래도 비슷해서 금세 친해졌고, 아내들끼리도 가까워져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졸라서 가족 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각자의 집에도 보내주고, 집안의 대소사도 챙기며 정을 나누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근무지에 있지만 자주 연락하며 안부를 챙기고, 종종 약속을 잡고 얼굴도 본다. 아무래도 같은 또래에 회사에서의 위치도 비슷하고 아이들이란 공감대가 있으니 할 이야기가 매우 많았다. 고민거리나 어려움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공감이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회사 동료라는 경계마저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깊은 사이가 되었다. 앞으로도 서로를 의지하며 쉽지 않은 직장 생활을 헤쳐 나갈 것이다.

동료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통계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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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지를 파악한 설문조사 2019년 잡코리아 연구 결과 직장에서도 친구를 만날 수 있음을 결과로서 확인 할 수 있었다. ⓒ 신재호

 
2019년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849명을 대상으로 '회사 동료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직장인 64%가 '동료와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20·30대 직장인(61.7%)보다 40대 이상 직장인(66.4%)들에게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실제 직장에서 친한 동료가 있다고 답한 사람도 10명 중 7명(74.0%)이나 되었다. 동기(64.8%)가 가장 많았고, 상사(17.2%), 후배(16.2%) 순이었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회사 동료와 적정 친분 정도를 조사한 결과, '직장 관련 고민거리를 상담할 수 있는 사이'가 적당하다는 답변이 62.3%로 1위였다. '개인적인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밀한 사이'가 적당하다는 답변은 22.7%로 2위였다.

생각보다 회사 동료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아서 놀랐다. 그만큼 퍽퍽한 회사생활에서 마음 터놓을 대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다가가면 어떨까
 

짧지 않은 직장생활을 해보니 알겠다.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그걸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으면 버티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 역시도 지금 인연을 맺고 있는 동료들과 직장생활뿐 아니라 나중에 퇴직하고 나서라도 인생의 벗으로서 오래도록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다.

모든 관계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긴 솔직히 어렵다. 특히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분명 주파수가 맞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주저 말고 먼저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진정한 친구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니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회사생활 ##직장동료 ##친구 ##우정 ##해묵은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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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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