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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저상버스에 장애인이 없다

[위기의 충남인권조례, 해법은 ⑧] 인권조례 폐지는 사회적 약자의 위기

등록 2023.04.19 10:19수정 2023.05.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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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발의로 어렵게 제정된 충남 인권 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인권조례가 만들어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살핀다. 나아가 다양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모아 인권조례가 지자체 행정과 시민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사회적 약자란 신체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소외되거나 열악한 위치에 있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성이나 기본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거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나 집단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어린이, 외국인노동자 등을 사회적 약자로 봅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편견속에서 평등하지 못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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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경 한뼘인권행동 대표 ⓒ 배은경

  
저는 장애여성 당사자로 49년을 살아왔습니다. 1975년에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혼자 힘으로 한글을 배우고 문학소녀로 글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저에겐 학교라는 곳은 언제나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장애가 심한 이유도 있었지만, 학교의 시설이 불편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도 데리고 다닐 생각을 전혀 하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학교 자체도 장애인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릴적부터 차별을 느끼고 살다 성인이 되어 지금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남편을 만나 2003년도에 천안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떠나 독립을 해서 산다는 것은 저에겐 또 다른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중증장애여성으로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는 현실엔 너무도 커다란 장벽이 많았습니다.

시댁식구들의 반대와 턱없이 정당하지 못한 정부 정책 때문에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장애인에게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해 주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있는데, 장애 정도에 따라 한 달에 주워지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장애가 심한 저는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측정된 시간이 적어서 사비를 들여서 양육을 할 수밖에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혼자 사는 독거장애인들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2013년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중증장애인실천연대(중실연)'을 설립하고 장애인 인권에 대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독거 장애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를 시행해 달라는 캠패인과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교통약자특별운송수단 장콜 차량 대수 늘리는 것과 개선 방안을 찾고자 열심히 요구하고 싸운 결과, 현재 천안시에 사는 중증장애인 10명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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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경 한뼘인권행동 대표 ⓒ 배은경

  
장애인콜택시(장콜)은 현재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차량이 43대이며, 거동이 가능한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바우처택시가 30대가 운행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을 이용하는데 있어 대기시간이 오래 걸려 많이 불편합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시작으로 2021년도에 '한뼘인권행동'이라는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인권 단체에 대표를 맡게 되었고, 사회적 약자에 관한 어렵고 부당한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뼘인권행동이 심혈을 기울여 개선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의 보급률과 장애인을 무시하는 버스기사들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베리어프리 네트워크 활동을 통한 캠페인과 충남도인권협의회와 연대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2023년 현재 천안시에 시내버스는 413대로 158개의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으여, 이중 저상버스 노선은 7개 노선. 46대의 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의 보급률이 약 10%도 안 되는 것이죠. 21세기이고 선진국이라는데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장벽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어 놓지 않은 현실에서 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장애인에겐 큰 위기입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무시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화가 납니다. 인권조례가 존재하는 지금도 사회는 장애인의 삶의 힘겨움을 몰라주기에 어려운 실태인데,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 제도가 바뀔지 격정됩니다.

평소에는 장애인에게 전혀 관심도 없다가 매년 4월 20일 장애인날만 되면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우리 사회가 정말 싫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34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져야 하고,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가져야 하며,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지니고, 신체장애인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등으로 명시되어 있고,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있어 생명의 존엄성과 인권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충남인권조례가 폐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지켜주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도, 사회적 강자도 아닌 모두가 차별과 편견없이 동등한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평등한 사회가 되길 꿈꾸며,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권조례 #장애인 #차별 #충청남도 #사회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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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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