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덕 사진 작품 1
김상덕
분칠한 이미지가 보편인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뽀샵(포토샵으로 사진 수정이나 합성 등을 하는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원본'에 대한 상상이 불가능하다. 뽀샵 처리가 일반인들의 일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사진작가들의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어쩌면 그조차도 예술 행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지난 1일,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태양의 파편> 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갤러리의 오래된 건물 이층 나무 계단을 오르자마자 펼쳐진 흑백 알몸 사진이 압도적이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몸매가 매끄러운(?) 알몸이 아니다. 그룹으로 때론 혼자서 등쪽을 보이고 서거나 앉아 있는 모습이 주는 이미지가 매우 독특하고 강렬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사진이기에 한 장,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관장인 도다 이쿠코씨는 오현미 큐레이터의 말을 빌려, "김상덕 작가는 쉽게 수정할 수 없고 상당한 양의 장비가 들어 찍기도 어려운 콜로디온 방식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콜로디온 방식이란 인화할 때마다 달라지는 인화 조건 때문에 동일한, 또는 균질한 사진을 얻을 수 없다는 게 특징이지요. 그렇기에 인화된 사진 한 장이 유일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작품에 관한 도다 이쿠코 관장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김상덕 작가의 피사체는 인간의 몸입니다. 인간의 몸이긴 하나 피사체의 디테일을 지움으로써 사람 냄새를 지워버린 몸인 것이지요. 이는 인간의 몸이 주는 정념을 지우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의 사진 속 사람의 몸은 휴머니티를 지움으로써 본연의 존재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며 금기의 대상도, 찬양의 대상도, 쾌락의 대상도, 학대의 대상도 아닌 물리적 존재 자체로서의 인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