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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앞 푸들, 화장실에 가둔 시츄... 이러지 맙시다

한 해 버려지는 반려동물 13만 마리... 펫숍보다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끝까지 키울 마음으로

등록 2023.06.16 12:20수정 2023.06.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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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반강제로 개를 키우게 된 우울증 환자가 개로 인해 웃고 울며 개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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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인 해탈과 복주 ⓒ 이선민


서울에서 포천에 있는 반려견 펜션으로 향할 때면 늘 공동묘지를 지나온다. 경사가 심한 험지라 멋모르는 초보가 오르면 낭패를 겪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이 지름길이다.

총알 부럽지 않게 성격이 급한 나는 밤이고 낮이고 이 길로만 다닌다. 다들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지난 겨울에도 꿋꿋하게 이 길을 고집했다. 이런 내게 가끔 사람들이 공동묘지로 다니면 무섭지 않으냐 묻는데, 천만에. 나는 여태 귀신 무섭다 생각해 본 적 없다. 무섭기로 따지면 속을 도통 모르겠는 사람이 더 무섭다.


그날도 포천에 들어올 때 이 길로 왔다. 그런데 산꼭대기에서 전에 본 적 없는 검은 물체가 하나 보인다. 차의 속도를 낮추고 목을 빼서 자세히 보니 어라? 작고 까만 푸들 한 마리가 종종거리고 있다. 오밤중 산 꼭대기에 작고 까만 푸들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 여기까지 개를 데리고 와 버리고 간 것으로 보였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잠깐 고민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운전했다. 지금 내 상황에 저 개를 데려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 키우는 개도 무슨 일만 생기면 번번이 오빠네 데려다 놓는 처지인데 무슨 염치로 여기에 푸들을 더 얹는단 말인가.

개를 구조해서 시 보호소에라도 보내지 그랬냐고? 아니, 내 생각에는 이 역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각 시도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는 이미 포화 상태다. 유기견을 보호소에 데리고 간다고 해도 공고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날 있는 힘껏 검은 개를 외면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그 친구가 눈에 밟혀 괴로웠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그 친구가 걱정됐다. 매정함의 대가는 생각보다 오래 갔다(이 글을 쓰는 지금도 괴롭다).

개는 말 못하는 동물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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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 ⓒ 이선민


동물단체인 (사)동물자유연대가 진행한 조사 결과(2010)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키울 확률이 12%라고 한다(10년도 넘은 조사 결과지만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있다). 반려인 중 열에 아홉은 기르던 개나 고양이를 도중에 누군가에게 주거나 내다버린다는 얘기다. 놀라운 숫자 아닌가. 열에 아홉이라니.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0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약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나도 이전에 남이 버린 개를 키운 적이 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잠깐 알고 지낸 언니가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사실을 주워듣고 찾아와 자기네 개를 잠깐만 맡아달라고 하더니 죽을 때까지 찾아가지 않았다. 개는 순하디 순한 시츄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 개는 언니가 연애할 때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개인데 그 사람이랑 결혼해서 애를 낳고 보니 개털이 골치라 애가 태어난 후로는 목욕탕에 가둬 놓았다고 한다. 한동안 얌전히 잘 지내더니 최근엔 개가 자꾸 밤낮 없이 울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더란다.

며칠만이라도 자기네 개를 좀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이해를 구하려는 듯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너도 곧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자기 마음을 알 거라 했다. 그렇게 나는 그 집 개를 건네받았고 그 후로 개가 죽을 때까지 그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물론 그들도 내게 맡긴 개의 안부를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당시 우리집에 왔던 두 살 난 시츄의 발등엔 욕실 문에 찍힌 탓인지 피가 나고 딱지 앉은 상처도 있었다.

개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 후 우리 집에서 십 년 넘게 살았던 시츄 몽이의 마음을 나는 모른다. 그들이 그리웠을지, 어쨌을지 알 수 없다. 아마 몽이의 평소 성격을 미루어 보면 그들을 우연히 만나도 그들에게 꼬리를 치며 반겼을 거다. 개들은 자라지 않는 아이 같아서 자신의 가족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 지난 겨울 파양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은 개 링고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 계실까. 링고의 죽음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한 살 조금 지난 개 링고는 짖고 저지레(집을 어지르거나 늘어놓는 일)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와 함께 파양 당했다. 링고는 보호소로 다시 돌아와 (아마도 충격을 이기지 못해서인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아마 이 얘기를 개를 키우기 전에 들었더라면 나 역시 인간이 공연히 개의 죽음에 지나치게 서사를 부여한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복주를 키우고 보니 아니다. 특히 링고와 같은 품종인 복주(진도믹스)를 이해하고 보니 링고의 죽음이 이해가 된다. 복주 역시 여태 자신이 가족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 곁을 허락해 준 적 없다.

물론 허스키인 해탈이는 다르다. 전에도 말했지만 해탈이는 더 많은 산책과 간식이 보장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나설 녀석이다. 하지만 복주는 남의 집에 가서는 물 한 모금 안 마실 친구다.

보호소에 가서 직접 개를 만나보고 입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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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 ⓒ 이선민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개인 구조자나 몇몇 동물보호단체에서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개를 입양하고자 하면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놀라곤 한다. 대개 4인 가족이 우선이고 경제력을 증명해야 하며 주거공간을 확인받아야 하고 동거 중인 커플보다 부부가 우선된다.

개를 키우다 보니 왜들 이렇게 높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지 알겠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그냥 성립된 게 아니다. 그간의 파양 이유를 근거로 성립된 것이다. 그러니 개를 구조해 보내는 사람은 이왕이면 끝까지 개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줄 입양자를 찾는 것이다. 또다시 그 개가 길거리를 헤매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주변에 반려견을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어려서 부모 형제와 떨어져 유리관에 전시돼 눈도 못 뜬 개를 구매하는 펫숍보다는 가까운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 보라고 할 것 같다.

내 경우엔 해탈이도, 복주도 사진만 보고 입양을 결심했지만, 만에 하나 혹시 이 다음에 내게 반려동물 입양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그땐 무조건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직접 개들을 만나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왜냐고? 예쁜 건 순간이고 성격은 영원하다. 물론 개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유기견 #우울증환자 #반려견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진도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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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라는 게시글 하나로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산만언니] 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마음이 기웁니다. 재난재해 생존자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특히 세월호에 깊은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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