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옥천점 외부
월간 옥이네
먹자골목을 지나 충북도립대학교 가는 길목, 옥천에서 가장 큰 문구점이 있다. 약 70여 개 학교, 회사, 관공서를 상대로 운영하는 '알파옥천점'은 거래량만큼 매일 새로운 물품이 들어온다. 사무용품부터 장난감과 식료품까지, 넓은 공간에 수많은 물품이 일렬로 정리된 모습이 꼭 마트를 보는 듯하다.
이곳이 생긴 지도 어느덧 15년이 됐다. 박미숙(56)·이용수(59)씨 부부는 2000년 책과 만화책을 대여해 주는 '열린글방'을 운영하다 2008년 문구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2013년에는 현 위치(옥천읍 금구리)로 옮겨 '알파옥천점' 자리를 잡았다. 현재 직원 한 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손이 모자라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재고는 전산으로 관리해 수월하지만 워낙 수가 많아서 옮기고 정리하는 데 시간도, 힘도 많이 들어요. 동시에 손님 응대도 해야 하니 정말 쉴 틈이 없어요."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이 관공서, 학교, 회사에 판매된다. 그만큼 배달 요청도 많다.
"배달은 면 지역으로도 가요. 요즘은 온라인으로 많이 주문한다지만 급할 때는 저희한테 연락하시지요. 면 지역에는 문방구가 없으니까 더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면 지역 배달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경 쓴다고 말하는 박미숙·이용수씨. 부부는 옥천 토박이로 각각 안내면, 청성면에서 나고 자랐다. '우리 동네'에 학교와 문방구가 없어지는 모습을 봐서인지 더욱 마음이 쓰인다고.
"저는 안내면에서 자랐는데 어렸을 때 대동초등학교(안내면 동대리, 1993년 폐교) 앞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학용품을 사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장소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작았지만 부족함은 없었죠." (박미숙씨)
"그때는 돈이 없어서 학용품도 마음대로 못 샀죠. 청성면에는 청성초등학교, 화성초등학교, 능월초등학교, 묘금초등학교 4개 학교가 있었어요. 저는 능월초를 다녔는데 전교생이 800명이었어요. 학생이 많으니 학교 앞 문방구도 두 곳이나 됐고요. 집처럼 마루가 있는 문방구였는데, 친구들끼리 아래점빵(동네 작은 가게), 윗점빵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요." (이용수씨)
알파옥천점에도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은 모습이 있다. 어린이날, 생일 같이 일 년에 몇 없는 특별한 날, 학부모들이 학급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그렇다.
"예전에는 학급 선물 주문이 많이 들어왔어요. 100개가 들어오면 새벽 2시까지 포장만 했죠. 그런데 똑같은 물건을 100개, 50개씩 구비해 두지 않으니 급하게 물건을 떼와야 해서 시간이 배로 들었죠. 때마다 유행하던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 세트, 샤프 같은 것이 선물로 많이 나갔어요."
새 학기가 되면 독특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새 학용품을 구입하려는 맞벌이 양육자들의 발길로 밤 11시까지 가게 불을 밝혀야 했던 것.
"2011년 초등학생 학습준비물 지원이 있기 전에는 새 학기 때 필요한 학용품을 가정에서 준비해야 했죠. 그때는 새 학기마다 거의 2주를 씨름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바쁜 게 3일도 안 가요. 학교에서 학용품을 제공해 주니 직접 문방구에 올 필요가 없어진 거죠."

▲알파옥천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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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이용수씨 부부는 2000년 책과 만화책을 대여해 주는 '열린글방'을 운영하다 2008년 문구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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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에 손님으로 가득했던, 1년에 몇 안 되는 날이 지나갔다. 대면보다 온라인으로, 주문 전화로 손님 보는 날이 많아졌지만 언제나 공간을 정돈하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등굣길에 들르는 손님들이 계세요. 문 여는 시간이라 어수선할 수 있는데 그래도 단정하게 보이면 좋잖아요. 조금 일찍 출근해서 한 번 더 쓸고 닦고 해요. 주변 환경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간 운영은 저희가 부지런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매일 문을 열어요. 가능하다면 80세까지 운영하고 싶어요.(웃음)"
월간옥이네 통권 72호(2023년 6월호)
글·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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