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테러에 항의방문, 개인 SNS 뒤지기까지... 그 시작은 "노출이 적다"

▲게임 회사 '프로젝트문'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입사 전 SNS에서 불법촬영 반대시위 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전문가와 노동계·여성계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개발사인 '프로젝트문'은 지난 25일 김지훈 총괄디렉터(대표) 명의의 공지를 통해 "논란이 된 담당자(A씨)와의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고 통보는 일부 남성 이용자들의 항의를 회사가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앞서 일부 남성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게임 속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노출이 적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게임사를 비난하며 별점 테러를 하고 악의적 후기를 남겼다.

또 A씨가 입사 전 SNS에서 불법촬영 규탄시위와 낙태죄 폐지 등에 찬성하는 글을 올렸다며 '남성혐오', '메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 중 10여 명은 사전 상의 없이 프로젝트문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김지훈 대표는 공지를 통해 "해당 담당자의 작업물을 앞으로 게임 내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담당자가 일부 작업한) 메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이미지도 시간을 들여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초창기부터 공지했듯 직원 개인이 특정 사상을 가지거나 SNS 활동을 하는 데 대해 별도의 개입과 질문 등 검증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해고 통보는) 사내 규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개인 SNS 계정은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을 없애 달라 누누이 당부했다"며 "이러한 주의는 사내 메신저에서도 전체적 공지로 여러 차례, 구두로도 팀원분들께 말씀드려왔다"고 강조했다.

A씨 "3개월 수습 거친 정규직"... 노무사 "관행은 법 못 이겨"

이같은 사측의 입장 표명에도 부당해고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고당한 일러스트레이터 A씨는 자신을 "수습기간 3개월을 거친 정규직"이라고 밝혔다. 정규직이라면 명확히 적용받는 근로기준법엔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에 처할 수 없다"(제23조 제1항)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SNS 활동을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사규가 있더라도 내용 자체가 위법이라면 무효"라며 "사규의 내용이 사회 통념상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저들 반응에 민감한) 게임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SNS 활동을 제약하는) 사규는 정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관행은 법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여성민우회 여성활동팀 활동가는 "노동자의 SNS를 회사가 어디까지 관리·개입할 수 있느냐"며 "회사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맡아야 하는데 (그런 회사가) 과대대표된 일부 남성 유저들의 의견에 편승해 노동자를 해고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경기청년유니온도 입장문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사상 검증과 이를 뒤따르는 밥줄 끊기 협박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노동자의 징계와 처벌, 해고 등은 사칙이 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취업규칙에 따라야 하며, 취업규칙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개발사인 '프로젝트문'은 지난 25일 김지훈 총괄디렉터(대표) 명의의 공지를 통해 과거 불법촬영 반대 등의 게시물을 SNS에 올린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문

회사 앞 트럭시위 예정 "끝까지 연대"

'사상검증'에 따른 여성 노동자 부당해고는 게임업계의 고질병이다. 2016년 대형 게임사 넥슨 코리아는 한 성우가 SNS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어 논란이 일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2018년 IMC게임즈는 자사 일러스트레이터가 SNS에서 페미니스트를 팔로우하자 일러스트레이터의 실명을 공개하고, 징계성 면담기록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최소 14명의 여성 노동자가 여성인권 지지를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게임 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업계 실태조사 등을 당국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여성 게임 이용자들이 회사에 직접 항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럭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르면 오는 8월 초부터 프로젝트문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규탄 트럭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트럭시위를 위한 후원금 모집을 총괄한 B씨는 "사측이 부당해고에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트럭시위는 공론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B씨는 "트럭 운전자들을 위한 별도의 경호인력 고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럭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운전자들을 방해하겠다는 식의 협박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수 게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시위가 무사히 마무리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B씨는 "2차 모금을 희망하는 연락이 상당히 많았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프로젝트문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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