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 고마나루에 작게는 10cm에서 크게는 20cm를 넘는 두께의 펄이 쌓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이날 금강변에 떠 있는 유등 하류 쪽에는 부교가 파손된 채 금강교 교각에 위태롭게 걸쳐 있었다. 이곳으로부터 하류 400m 지점에 있는 백제큰다리 교각에도 유등을 띄우기 위해 설치했던 황포돛배가 난파한 선박 모양으로 걸쳐 있었다. 공주보에 물을 채운 상태에서 지난 19일 내린 폭우 때문에 유실됐다. 탁상행정과 담수 강행으로 많은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은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주 대백제전에 설치된 유등과 황포돛배가 지난 19일 내린 비로 80%이상 유실되었다"라면서 "민관 합의를 어기고 공주보 담수를 강행한 것에 따른 예견된 인재였다"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이번 피해로 보가 홍수 예방 시설이 아니라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는 시설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라면서 "강우 예보를 확인하고 완전 담수된 공주보를 개방했어야 했지만 수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수문 개폐를 통해 홍수를 관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조차 이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공주보 담수로 '백제전 유등·황포돛배' 80% 유실" https://omn.kr/25rd2).
[개막식 전 고마나루] 천막농성, 기자회견, 천주교 미사, 비박, 수중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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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새뜸] 백제 ‘죽음의 문화제’ 맞선 6일, 그 ‘승리의 기록’ 지난 15일, 가슴께까지 물이 차오르는 어둠 속에서 7시간 동안 10명이 목놓아 소리쳤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백제문화제를 위해 유등과 부교를 띄워야 한다는 공주시 관계자들은 이를 코앞에서 지켜보면서 스피커를 크게 틀어 놓고 일방적으로 침수 위험만을 알렸다. ⓒ 김병기
환경단체들은 대백제전을 위한 공주보 담수를 5년째 막지 못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지난 10일 보가 담수되면 수몰될 고마나루 모래톱 위에 농성천막을 쳤고, 11일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주보를 담수하려면 우리도 수장시켜라"고 주장을 했었다.
농성 5일 차인 14일에는 공주시 공무원 80여 명이 동원돼 천막과 텐트 2동이 강제 철거됐다. 이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일부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환경운동가들은 하는 수 없이 이 자리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천막이 강제 철거된 모래톱 위에서 천주교 미사가 열렸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대전교구 강승수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공주보를 담수해서 진행하고 있는 백제문화제는 여기에 물을 채워서 놀이 좀 하고, 돈 좀 버는 것과 우리 후손의 미래와 맞바꾸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참 무지하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니 천인공노할 범죄입니다. 이 안에 깃든 생명들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것입니다."
이날 미사가 끝난 직후부터 공주보 수문은 급격하게 닫히기 시작했다. 모래톱 노숙 농성은 계속됐지만 그 위로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환경운동가들은 물속에 잠기면서 대형 현수막을 펼쳐들고 수중 농성을 벌였다. 한 환경운동가는 "사람이 물속에 있는데 가슴께까지 잠기도록 물을 채우는 건 사실상 물 고문이자 협박"이라고 성토했다.
결국 이날 밤 9시경 환경운동가와 정의당 당원 등 10여 명은 7시간 동안 물속에서 구호를 외치고 저체온증을 호소하기도 하면서 농성을 이어가다가 물 밖으로 나왔다.
[관련 기사]
"죽음의 백제문화제... 우리도 물속에 수장시켜라" https://omn.kr/25lhx
"농성천막 폭력 철거, 공주보 담수 강행 환경부에 법적 책임" https://omn.kr/25pbg

▲ 지난 23일 대백제전 유등이 공산성 아래에 설치돼 있다.
김병기
일주일 만에 대백제전 개막식장을 찾아온 문성호 대표는 공산성 밑에 켜진 유등 불빛을 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 앞에 떠 있는 유등을 보십시오. 시민들은 저 구석에 있는 황포돛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렇게 조잡한 것을 강물에 띄우려고 천막을 강제로 뜯고 환경운동가들을 때렸던 겁니까? 수많은 생명을 수장시켜 가면서 띄울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환경부 장관은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합니다. 저런 엉터리 전시 행정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 지난 23일 대백제전 개막식 때 진행된 불꽃놀이 장면.
김병기
이날 밤 8시경 불꽃놀이가 끝난 뒤 많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다. 밤 9시가 가까워오자 문 대표의 말처럼 대부분의 시민들은 유등보다 대형 돔 속에서, 미르섬 옥외에 설치된 시설과 조명 앞을 서성이며 가을밤의 정취를 즐겼다.
이날 밤 취재를 마치며 행사장을 떠나기 직전 금강 위에 없는 듯이 조용히 떠 있는 유등을 쳐다보았다. 현장에 와보니 유등이 없어도 충분히 즐길 만한 축제인 듯했다. 기자는 지난 12일 공주보 농성장을 찾아왔던 환경부와 공주시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굳이 담수하지 않아도 유등을 설치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방법을 강구하지는 않았나요?"
그들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고마나루에 펄이 쌓이든 말든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라"면서 'MB 4대강 망령'을 꺼내든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축사까지 하면서 '죽음의 축제'에 힘을 실어줬다.
되살아난 모래톱에 둥지를 틀었던 꼬마물떼새를 내년에 볼 수 있을까?
바로 이 모습(아래) 말이다.

▲ 최근 금강에서 막 깨어난 꼬마물떼새 유조를 엄마가 품어주고 있다.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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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거짓말... 윤 대통령도 참석한 '죽음의 축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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