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휴대폰)모습만큼이나 맛있었던 아침식사
안사을
우리의 여정을 설명하고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짐을 호텔에 맡겼다. 그는 우리에게 엄지를 척 내밀며 행운을 빌어주었다. 이소 가스를 판매하는 곳도 그에게 물어 알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고 등산객들만 쓰는 용품이니만큼, 마트가 아닌 등산용품을 파는 곳이나 여행객이 많이 오는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며칠 전 송쿨에 갈 때는 그 가스를 구하지 못해 취사도구가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짐을 줄일 수 있었다면, 알틴아라샨에 이르는 길의 중간에는 음식점이 없으므로 반드시 가스를 구비해야 했다.
악수 마을에서 출발하는 알틴아라샨 경로
아침이 밝자마자 짐과 함께 용기를 북돋운 마음도 배낭 한편에 넣고 호텔을 나섰다. 350번 마슈르카(미니버스)를 타고 종점인 악수 마을까지 갔다. 여행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보통 악수 마을과 등산로의 갈림길에서 하차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탄 버스 기사는 생뚱맞은 곳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현지인 주택 몇 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길에 덩그러니 놓인 채 잠깐 당황했다. 휴대폰 신호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다행히 지도 데이터를 미리 내려받아 둔 지도 앱이 있어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 내려준다는 곳에서 1km 정도 덜 미친 곳이었다. 앱에서 보니 공식적인 마지막 정류소는 이곳이 맞는 것 같았다.
갈 길이 막막했다. 알틴아라샨까지는 15km인데 짐을 메고 오르막을 올라야 하니 중간에 숙영지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안내자도 없는 초행길에서 정해둔 기착지도 없이 오프라인 앱에만 의지하여 천천히 걸었다. 입구에서부터 전파가 끊기니 날씨 예보는 이제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눈과 피부로 가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