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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과 메데아 같은 신화 속 인물을 만나다

[카프카스 기행, 카스피해 바쿠에서 흑해 바투미까지 (29)] 바투미

등록 2023.12.20 16:37수정 2023.12.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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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 분수와 바투미 극장
 
 넵튠 분수
넵튠 분수이상기

감사후르디아 대로와 루스타벨리 대로가 만나는 지점에 넵튠 분수가 있다. 분수 한 가운데 바다의 신 넵튠이 삼지창을 들고 우뚝 서 있다. 바투미가 바다(흑해)에 연해 있어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넵튠 동상을 세운 것 같다. 넵튠은 처음에 물의 신이었고, 그것이 샘, 강, 바다의 신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므로 이곳의 넵튠은 분수와 바다 두 가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넵튠 동상 아래 사방에는, 몸은 여자고 허리 이하는 물고기인 인어들이 수줍은 듯 가슴을 가리고 있다. 그 위로는 어린이들이 물고기를 안고 놀고 있다. 전체적으로 바다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야간에는 분수에 조명이 들어온다고 한다.


분수 건너편에는 바투미 극장이 있다. 공식 명칭은 바투미 일리아 차브차바제 주립 드라마 극장(Ilia Chavchavadze state drama theater)이다. 1952년 러시아 건축가에 의해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을 따라 만들어졌다. 2015년에 2018년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4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과 두 개의 소극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의 상부가 코린트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면 지붕 아래 벽공에는 리라(lyre)로 불리는 현악기와 트럼펫으로 불리는 관악기가 양각되어 있다. 이들 두 악기를 포도넝쿨이 연결하고 있고, 그 가운데 리라의 명수 오르페우스와 음악의 신 아폴로로 보이는 두 신이 환하게 웃고 있다.
 
 바투미 극장
바투미 극장이상기

바투미 극장에서는 음악, 연극, 무용 등 예술과 관련된 공연이 열린다. 이 극장에 일리아 차브차바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의 후원 때문이다. 그는 1879년 바투미에서 열린 최초의 연극 공연과 1884년 건설된 바투미 극장을 후원했다.

차브차바제는 조지아가 러시아제국에 속해 있던 시절 귀족 가문의 자식으로 카헤티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조지아 문학과 언어, 역사,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시 쓰는 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조지아 민족주의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조지아의 언어와 조국과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인 소설가 법률가 언론사 대표 은행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유럽광장과 메데아 이야기
 
 유럽 광장
유럽 광장이상기
 
넵튠 분수 남서쪽으로는 유럽광장이 있고, 그 가운데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유럽광장 주변으로는 바투미의 근현대를 보여주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세기전환기 아르누보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뒤쪽으로 21세기 빌딩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 건물은 현재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 식당, 기념품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장의 한쪽으로는 2010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커다란 천문시계가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천문시계는 시간 외에 해와 달의 운행, 달의 모양, 일출과 일몰시간 등을 알려준다. 유럽광장에서는 바투미의 중요한 축제와 행사들이 열린다.

유럽광장의 한쪽으로는 2007년 세워진 메데아 동상이 우뚝한 모습으로 서 있다. 메데아는 콜키스 왕국의 공주로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황금 양가죽을 들고 있다. 그녀의 표정이 밝지는 않다. 그것은 이올코스 왕국의 이아손 왕자를 사랑해서,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에게 황금 양가죽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황금 양가죽은 콜키스 왕국의 영광과 번영의 상징으로, 아이에테스 왕이 아레스 숲속에 숨겨놓고 황소와 용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이아손이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들 두 동물을 물리쳐야 했다. 이 동물들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 메데아다.
 
 황금 양가죽을 들고 있는 메데아 동상
황금 양가죽을 들고 있는 메데아 동상이상기

메데아는 콜키스 왕국의 입장에서 보면 적국 왕자와 사랑에 빠져 아버지를 버린 배신자다. 그리고 나중에 그녀도 역시 이아손에게 배신을 당해,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두 아들을 죽이는 악녀가 된다. 그녀는 아테네 왕국을 거쳐 마침내 콜키스 왕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 아이에테스는 동생에게 왕위를 잃고 궁에서 쫓겨나 있었다.

메데아는 마법을 부려 아버지를 왕위에 복귀시키고, 나중에는 아테네 왕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아들로 콜키스 왕위를 계승케 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유럽광장의 메데아 동상은 조각가 흐말라제(David Khmaladze)의 작품으로 2007년 사카슈빌리 대통령에 의해 베일이 벗겨졌다.

바투미 피아짜와 성 니콜라스 성당 
 
 바투미 피아짜
바투미 피아짜이상기

바투미 피아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양식의 광장이다. 광장 한 가운데 2010년에 만들어진 커다란 모자이크화가 있다. 5700㎡의 면적에 천막과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유명 성악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을 산 마르코 성당에 비유한다면,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느낌이 난다. 그것은 광장 주변 부티크 호텔과 시계탑이 산 마르코 광장의 총독 관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식당과 술집 그리고 커피숍도 마르코 폴로, 피아짜, 미미노 같은 이탈리아어 상호를 가지고 있다.

성 니콜라스 성당은 그리스 출신의 바투미 시장 에프레미디(Ilya Efremidi)의 후원으로 1865년 지어지기 시작했다. 1871년 완성되었으며 1878년에는 러시아 군대가 종을 기증했다. 1894~1898년에는 학교와 성가대가 생겨났고, 20세기 초에는 성 니콜라스, 성 조지, 성모 마리아 이콘이 그리스 히로스(Khiros) 섬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1902년 성모 성당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성 니콜라스 성당은 바투미의 중심 성당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30년대 소련당국에 의해 교회가 탄압을 받으면서 문을 닫게 되었고, 정부기관에 의해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
 
 성 니콜라스 성당
성 니콜라스 성당이상기

성당이 다시 문을 연 것은 1946년이다. 조지아 지식인들이 종교의 중요성을 정부 당국에 건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성당 복원이 이루어졌고, 1998년부터 다음 해까지 건물 내외부에 대한 대대적인 복원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성 니콜라스 성당은 역사, 종교, 건축학적인 면에서 바투미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이다. 성당은 비잔틴 양식을 따르고 있다. 성당 건물 입구 왼쪽에는 성 니콜라스 부조가 새겨져 있다. 니콜라스 성인 왼쪽에는 '1865년 세워진 바투미의 그리스 성당'이라는 그리스어가 쓰여 있다. 오른쪽에는 '니콜라오스 아니게론'이라는 그리스어가 보인다.
 
 최후의 만찬 이콘
최후의 만찬 이콘이상기

성당 안에는 1998/1999년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이콘화가 천정과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침 미사가 열리고 있어 이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다. 돔에는 하느님이 자리하고 있고, 벽에는 예수, 성모 마리아, 천사들이 그려져 있다.

이중 눈에 띄는 이콘이 최후의 만찬이다. 반원형의 벽감 속에 원형의 식탁이 놓여 있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가 앉아 있고, 사도들이 원형으로 6명씩 앉아 있다. 원탁에는 잘려진 빵과 칼, 포도주잔, 가운데 물고기가 들어있는 손잡이 달린 용기가 놓여 있다.

로마 가톨릭의 성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수많은 성화가 가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안타깝다. 바투미의 역사와 문화유산 기행은 이렇게 끝난다.
#메데아동상 #넵튠분수 #바투미극장 #바투미피아짜 #성니콜라스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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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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