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스를 벗어나 차 문화를 알게 되다

[카프카스 기행, 카스피해 바쿠에서 흑해 바투미까지 (31)] 튀르키에 차

등록 2023.12.31 15:02수정 2023.12.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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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아르트빈 공항에서 만난 터키 차(茶)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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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쿠르가 만든 홍보용 차관(茶館) ⓒ 이상기

 


리제-아르트빈 공항은 아르하비에서 서쪽으로 50㎞쯤 떨어진 시골 마을 예실쾨이(Yeşilköy)에 있다. 정확히는 리제 동쪽 34㎞, 아르트빈 서쪽 75㎞ 지점이다. 공항은 수심이 30m나 되는 흑해에 바위를 매립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가 있다. 리제 아르트빈 공항은 2022년 5월에 개장했으니 1년이 조금 넘은 신공항이다. 2023년 7월에야 오만(Oman)의 무스카트(Muskat)로 가는 국제선이 처음 열렸다. 2층의 공항 건물이 있고, 그 위로 관제탑이 보인다. 바다와 평행으로 폭 45m, 길이 3000m의 활주로가 마련되어 있다. 오전 9시에 공항에 도착했으니 2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있다.

공항 내부를 둘러보니 독특한 내부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튀르키에 차회사 차이쿠르(Çaykur)가 만든 홍보용 차관(茶館)이다. 차이쿠르는 현재 튀르키에 차 산업을 이끄는 선도기업이다. 1971년 리제주에 처음 설립되었으니, 그 역사가 50년이 넘었다. 그러나 튀르키에 차 재배와 경작의 역사는 100년이 훨씬 넘었다. 차이쿠르는 현재 튀르키에 차 생산량의 60% 정도를 매입해 제품으로 만들고 있으며, 국내시장 점유율이 55%에 이르고 있다. 차이쿠르 홍보관은 지붕을 차밭으로 만든 유르트 형식의 집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붕의 차밭에서 농부들이 차를 따고 있다. 입구 오른쪽으로는 차이쿠르의 대표차 음료 didi를 파는 가판대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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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주변 산록을 따라 조성된 차밭 ⓒ 이상기

 

차이쿠르 안으로 들어가면 튀르키에 차의 역사를 소개하는 대형 패널이 눈에 들어온다. 자료를 보니 차가 아라비아 반도에 들어온 것이 850년경으로 나와 있다. 12세기에 튀르키에 지역에서 처음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1600년대에는 유럽과 러시아에까지 차 문화가 퍼졌다. 1877년 이스탄불에서 처음으로 다방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1879년에는 에펜디(Mehmet Efendi)가 차에 관한 전문서적을 출판했다.

1881년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는 학명을 가진 차나무가 소개되었고, 1888년 차 재배에 관한 연구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1892년에는 부르사(Bursa)에서 최초로 차 시험재배가 이루어졌다. 1894년에는 정부로부터 차가 상업성이 있는 유용한 작물로 인정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차 전문가인 알리 에르텐(Ali Riza Erten)이 흑해 동부인 리제 지역에 파견되어 차 경작에 대해 연구했고, 이 지역이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공항으로 오면서 본 산록으로 많은 차밭을 볼 수 있었다.


튀르키에 차의 재배와 소비를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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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역사를 보여주는 패널 ⓒ 이상기

 
조지아 아자라주에서 튀르키에 아르트빈주와 리제주로 이어지는 산록을 따라 차밭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흑해 동부지역 차 재배에 대한 연구는 1917년 바투미를 포함한 아자라 지역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 튀르키에서는 실업과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과 소득작물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때 채택된 작물이 헤이즐넛, 오렌지, 귤, 레몬, 차다. 그리고 리제-아르트빈 지역에서 차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차(나무) 재배의 물꼬를 튼 사람이 앞에 언급한 에르텐이다.

1923년 이곳에서 생산된 차가 처음으로 시음되었다. 그래서 튀르키에 차의 역사를 100년으로 보기도 한다. 1924년에는 차 재배자들을 지원하는 법이 의회에서 채택되었다. 1924년부터 이곳 리제주에서 차 재배가 본격화되었고, 1940년까지 재배면적이 꾸준히 늘어갔다. 1938년부터 차의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산업이 활성화되었고, 1940년 차 경작자 면허와 지원에 관한 법이 통과되면서 차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1940년대 차를 재배하는 기업형 농장이 등장했다. 1947년에는 차를 생산하는 공장이 처음으로 설립되었다. 1963년까지 18개의 공장이 생겨났고, 연 1340t의 차를 생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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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홍보관 안의 다방 ⓒ 이상기

 


1971년에는 정부의 명령으로 차의 재배농장과 생산기업의 분리가 이루어졌고, 차이쿠르라는 대규모 차 생산 유통기업이 생겨나게 되었다. 2003년부터는 친환경 차 재배가 도입되었고, 2004년부터 녹차(green tea) 생산이 이루어졌다. 튀르키에 차 역사를 알아본 다음에는 차이쿠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제품은 크게 6가지로 나눠진다. 홍차(black tea), 녹차(green tea), 백차(white tea), 유기농차(organic tea), 디디(didi), 선물용 차(gift tea). 이 중 백차는 처음 들어본다. '달콤한 너트 향을 가진 가벼운 차'로 '기분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디디는 차에 레몬이나 복숭아 성분을 넣은 청량음료다.

이곳에는 또 이들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다방(茶房)도 마련되어 있다. 다기(茶器)인 주전자를 커다랗게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차를 서빙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차를 끓이는 주전자, 차를 제공하는 찻잔, 여러 종류의 차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아침 일찍 오기도 했지만, 리제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상시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하고 있는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한잔씩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커피숍에는 튀르키에의 국부로 여겨지는 아타튀르크 캐리커처가 걸려 있다.

리제에서 이스탄불로 날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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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아르트빈 공항 ⓒ 이상기

 
리제 공항은 규모가 적고 탑승 인원이 많지 않아 입국수속이 금방 끝난다. 그리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도 걸어서 비행기를 탑승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입국장 바로 앞에 비행기가 서 있기 때문이다. 출발 30분 전인 오전 11시경 튀르키에 에어라인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는 11시 35분 리제공항을 출발한다. 1시간 50분 지난 오후 1시 25분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비행기는 흑해를 따라 서쪽으로 날아간다. 지나가는 대표적인 도시가 트라브존(Trabzon), 삼순(Samsun), 카스타모누(Kastamonu)다. 트라브존과 삼순은 흑해에 연해 있는 항구도시다. 이에 비해 카스타모누는 해발 904m의 산지에 위치한 산악도시다.

트라브존은 축구선수 이을용이 한 때 몸담았던 트라브존스포르 구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트라브존은 흑해를 건넌 실크로드 대상들이 카프카스와 페르시아로 가는 분기점 역할을 했다. 그리스, 로마, 비잔틴, 오스만 튀르키에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아나톨리아 북동쪽 해안의 중심도시 역할을 했다. 오스만 튀르키에 술탄 술레이만 1세가 트라브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정치 군사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지중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유럽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그는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정복하고, 1529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포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빈 정복에는 실패했고, 이후 150년간 합스부르크제국과 오스만제국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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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마라해와 보스포루스 해협 그리고 이스탄불 ⓒ 이상기

 
삼순은 1919년 케말 아타튀르크가 튀르키에 독립전쟁을 시작한 장소로 유명하다. 메르트(Mert)강이 도심을 관통해 흑해로 흘러 들어간다. 삼순은 해상교통의 요지여서 무역과 산업이 발달했다. 의료, 담배, 가구 같은 경공업과 조선, 화학, 자동차 부품 같은 중공업이 골고루 발달했다. 그로 인해 메르트강의 환경오염 문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삼순은 또 미녀가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그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스와의 인적 교류가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카스타모누는 내륙에 위치해서 대륙성 기후를 보여준다. 여행가 이븐 바투타가 14세기 이 도시를 방문해 40일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여행기>에서 이 도시의 물산이 풍부하고 물가는 싸다고 기록해 놓았다.

비행기는 이스탄불 권역으로 들어선다. 흑해와 마르라마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이 보인다. 흑해 쪽으로 야부즈 술탄 셀림(Yavuz Sultan Selim) 대교가 보인다. 양쪽으로 현수교 형태의 주탑이 두 개 있고, 그 사이를 왕복 팔차선 다리가 지나간다. 비행기는 서서히 마르마라해 쪽으로 넘어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보스포루스 대교가 보인다. 곧 이어 골든혼(Gplden Horn)의 모습이 아주 선명히 보인다. 갈라타 다리, 아타 튀르크 다리, 그 뒤로 골든혼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갈라타 다리 왼쪽으로 콘스탄티노플 왕궁이 있던 올드 이스탄불이 내려다보인다. 비행기는 마르마라해에서 이스탄불 서쪽 도심을 지나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양쪽으로 펼쳐진 거대도시로 인구가 160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도시의 역사는 2600년이 넘었다.
#리제아르트빈 #튀르키에차 #차이쿠르 #흑해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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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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