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진열장편의점 음료 진열장 안에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윤용정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과 웰빙에 쏠리자 음료회사에서는 무설탕 음료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무설탕 음료를 보면 '제로'라는 표현이 많이 적혀 있다. '제로 슈가, 제로 칼로리'라는 의미인데, '제로'만을 유독 강조한다.
음료 진열장에서 이 문구를 대하면, 이 음료가 내 몸에 미치는 나쁜 영향까지 '제로'일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몸에 좋지 않은 탄산음료를 먹었다는, 혹은 먹였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기분이 들곤 했다.
갑자기 아이의 당뇨 수치를 올린 주범이라고 예상되는 걸 찾았으니, 확실하게 실행에 옮겼다. 집안에 무설탕 음료를 포함한 탄산음료와 주스, 요구르트 등 음료를 사두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밖에서도 음료를 사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끔 치킨이나 피자를 시켰을 때 서비스로 오는 500ml 정도의 콜라를 아이 세 명에게 나눠주는 정도만 먹였다. 단순히 건강에 좋지 않으니 먹지 말라고 했으면 아이가 나 몰래 사 먹을 수도 있겠으나, 의사 선생님께서 '다음에도 수치가 이렇게 안 좋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라고 하셔서 아이도 잘 따라주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 당뇨 수치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분 좋게 진료실을 나와 아이에게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우리 맛난 거 먹으러 가자."
"아래층에서 도넛이랑 레모네이드 먹자. 저번에 약속했잖아."
아래층 혈액 검사실 앞에 도넛 가게가 있다. 일주일 전, 혈액 검사를 위해 왔을 때 아이가 레모네이드를 먹고 싶어 했는데 사주지 않았다. 혈액 검사 결과가 좋으면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달콤한(내 눈에는 설탕덩어리인) 도넛과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아이가 행복해한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는 다시 음료수 안 먹는 거야."
"응."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단맛에 유혹당하고 길들여졌다.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엄마인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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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아이 '전당뇨' 만든 주범... '제로'에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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