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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들면 오던 택시는 이제 없다, 그래서 이렇게 했다

'예약' 달고 달리는 택시... 결국 휴대폰에 택시 앱을 깔았다

등록 2024.02.25 17:48수정 2024.02.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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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늘 운전을 했지만 은퇴 후, 시내버스를 타 보고 싶었다. 언젠가는 통과해야 할 시내버스 타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후불 교통카드를 꺼내 들고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현대식 정류장엔 노선과 오고 가는 버스를 수시로 알려주고 있다. 어리둥절한 기분에 확인한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오른 시내버스, 조심스레 앞사람을 따라 카드를 화면에 터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느 정도 익숙한 길에서 갑자기 버스가 방향을 전환한다.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가는 버스는 종착점은 같지만 시내를 돌고 돌아서 가는 버스였다. 

세심하게 잘 보고 타야 했는데, 도착지만 보고 버스에 오른 것이다. 난감함을 감추고 중간에서 내렸지만 어떻게 가야 할지 난감했다. 아내는 택시를 타고 오라 하는데 손만 들면 오던 택시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가끔 지나는 택시는 '예약' 표시를 달고 획 지나간다. 한참을 기다리다 지쳐 먼 거리를 걸어와야만 했다. 결국 기다리던 아내에게 한 마디 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그렇게는 택시를 탈 수 없단다.

사람 대신 서 있는 키오스크

며칠 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공용버스 터미널엔 승차권 구입창구가 한 곳뿐이다. 닫힌 창구대신 키오스크가 우뚝 서 있다. 외로운 창구엔 어르신들만 붐비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소수의 젊은이들뿐이었다. 어렵게 승차권을 구입하고 오른 버스, 휴대폰을 들이밀고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번 좌석인지 알려주는 게 신기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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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택시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택시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택시를 예약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한없이 어려운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약자를 보살필 수 있는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리라. ⓒ Pixabay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버스예약 방법을 검색했다. 더듬거리며 휴대폰에 앱을 내려받았지만 카드를 또 등록해야 했다. 카드 번호를 등록하고 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데 안전할까? 보이스피싱이 떠올라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카드 등록을 했고 결국 차표를 예매했다.


이후로 호기롭게 버스에 오르며 핸드폰을 들이미는 늙어가는 청춘, 나는 신세대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도 어디가서 어설픈 모습을 보일까 싶어서, 집에 와서 아내에게 앱을 받아주고 예매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보다 먼저 서울 나들이를 했던 아내는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젊은이에 뒤지지 않게 표를 예매하고 버스를 탄 것이다. 그런데 시외버스까지는 해결이 되었는데 택시를 탈 수 없었단다. 시내버스에 잘못 승차했고, 중간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다 결국엔 걸어와야 했단다. 다른 이에게 묻기도 쑥스러워 아는 척을 해야 했고, 결국엔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고.

술 기운을 빌어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나중에 아이들한테 얼핏 들은 소리를 기억하며 어플을 검색했다. 겨우겨우 앱을 받아 택시를 예약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시내버스 노선을 검색하는 앱도 있다.

아이들한테 배웠으면 쉬웠을 테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더듬거리며 택시 예약 앱과 버스 노선 검색 앱을 내려받았고 카드 등록을 했다. 시내버스 노선 검색과 택시 예약 방법을 수 없이 연습했다. 의심과 서러움을 떨치고 싶어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를 한잔했다. 소주 기운을 빌어 택시 예약을 했다. 기다리고 있으니 순식간에 예약한 택시가 다가왔다. 휴대전화에 표시된 번호를 확인하고 택시에 오르니 왜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내릴 때가 되니 예상 금액까지 알려주며 도착지에선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이 아닌가? 신기한 세상이었다. 아내에게 알려줘야 했다. 아내는 혼자서 버스는 예약할 수 있으니, 택시만 탈 수 있으면 될 것 아닌가 싶어서다.

이젠 익숙해진 시내버스를 이용해 시내를 나선다. 주차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근처에서 어르신들이 택시를 기다리신다. 기웃거리며 택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더러는 빈 택시가 와서 다행이지만 사람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어림도 없다.

온통 택시에 붙은 '예약'이라는 붉은 글씨가 마치 대단한 완장처럼 보인다. 예약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어르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을 외면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4월,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이 계획돼 있던 날 아침. 오래전엔 전화로 택시를 불러야 했지만, 세월이 변해 이제는 휴대폰으로 택시 예약을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예약한 택시가 어느 순간에 모퉁이를 돌아오고 있었다. 얼른 택시번호를 확인하고 택시에 오르자 순식간에 도착지에 도착해 내려준다. 신기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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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감은 한없이 바쁘기만 하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운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Pixabay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앱은 다양하지만 젊은이들이나 가능하다. 사회생활에 머뭇거리게 되는 어르신들은 버스도 택시도 타기 어렵다.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사회적인 제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가끔은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체를 만날 수 있지만 배우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이 든 이들이 간단히 전화 한 통화로 택시 예약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게 아니라면 쉬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노인도 살기 좋은 사회'라고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도 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함께 어우러지는 복지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갑자기 아내 생각이 난다. 

아내 휴대폰에 택시 예약 앱을 내려받아 카드까지 등록을 해 주었다. 혹시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느라 헛된 수고를 할까봐서다. 며칠 뒤 시내에 볼 일이 있어 함께 나서는 길에 택시 예약을 부탁했다. 아내는 마지못해 예약을 했고, 순식간에 택시가 달려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는 놀란 눈으로 새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늙어가는 청춘들, 일일이 돌봐주지 않는 사회를 탓할 수만은 없다. 쏟아내는 분노와 서러움이 세월을 멈춰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에게라도 배워야 하고, 교육기관을 찾아서라도 익혀둬야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노인들에게 디지털 시대를 배울 기회 등을 제도적으로 더 많이 만들면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양보와 배려,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버스 #택시 #어르신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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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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