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의 배신 책 표지
에이도스
다양한 장애물에 대해 저자는 자신만의 대답들을 제시한다. 산부인과 의사와 임신부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전하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고, 제약과 금기를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속시원하다.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건, 출산과 양육이 엄마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출산은 주변/사회의 수많은 조력자들이 함께 했던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과거처럼 커다란 (가족)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도 그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 친지들, 보조적으로 산후관리사, 베이비시터, 친구들까지 모두 조력자이다. 보다 넓은 차원에서는 "진료 시간을 조정해준 병원 원장님", "아기의 울음소리를 양해해주는 이웃들", 또 "양육 수당이나 보육 시설, 육아 휴직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도 조력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에게 재생산 과정은 어떤 의미로 다가 왔을까. 그는 "나는 의사, 당신은 환자'라는 이분법 안에 강하게 갇혀 있었"던 자신을 반성하며, "임신 중 아기에게 이상이 발견되면서 내 마음 속 경계선이 지워"졌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살다 보면 약해질 때도 있고, (...)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임신을 해야만 임산부를 이해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만삭이 되기 전까지는, 횡단보도를 제 시간에 건너는 것조차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에게는 타인과 공명하기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을 들어 '그렇지 않다'고 설파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과 입장을 바꿔볼 수 있고, 문학 같은 가상 상황에도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출산의 배신>은 재생산의 전 과정을 온 몸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 입장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지만, 배신 너머에 계산할 수 없는 충만감과 기쁨, 깨달음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여성이 그 배신을 혼자 감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서로 돌아가며 아기를 돌보고, 지식을 전수하며, 협조적으로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킨다. 인구 저출생의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출산의 배신 - 신화와 비극을 넘어서
오지의 (지은이), 박한선 (감수),
에이도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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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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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출산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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