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국하던 날
최혜선
처음 출국할 때는 가족을 떠나 혼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로는 알지 못했기에 얼떨결에 떠났다. 하지만 이제 그는 체코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고독의 시간을 안다.
12월 중순에 들어와서 2월 중순에 나갔으니 1년의 6분의 1을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 셈이었지만,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그가 혼자 내쉬는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갔다. 체코에서 하게 된 일은 18년간 줄곧 원해왔던 일이지만, '가족 없이 혼자!'라는 조건이 붙자 한 학기만에 내키지 않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는 가족이 있지만 그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일이 없다. 체코에는 가족이 없지만 그를 기다리는 일이 있다. 자기만의 방과 연구실, 들어가야 할 회의, 해야 할 수업들. 그리고 이제는 종종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현지 친구들도.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이민가방 하나 가득 좋아하는 식재료를 챙겼다.